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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시작하는 꿈도 발광(發光)할 수 있습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7 00:00

김동민씨 전(前) IBM 시스템스 엔지니어 현(現) UNB(University of New Brunswick) 경영학과 교수

◆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에 새 출발

◇ 방학을 맞아 밴쿠버에 머물고 있는 김동민교수. 강의실에서 눈을 반짝거리며 선생님 한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는 학생들을 보면 ‘어떻게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고민하게 된다고. 늦은 나이에 새로운 꿈에 도전 할 수 있었던 데는‘집안 걱정말라’고 용기를 준 부인의 힘도 컸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40’이란 숫자가 나이와 연결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를 갖는 것 조차 멈칫거린다. 오히려 현재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만으로도 벅차 할 40세에 밴쿠버로 이민을 떠나 온 김동민씨. 이민 전 그는 ‘IBM 코리아’ 시스템스 엔지니어 팀을 이끌던 팀장이었다.
그의 이민은 처음부터 ‘어디서 어떤 공부를 해서 무엇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었다. 누구처럼 ‘자녀 교육’ 혹은 ‘삶의 질’을 우선한 이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남다른 면이 있다. ‘꿈이 나이를 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표는 처음부터 ‘경영정보학’을 공부하고 외국대학 강단에 서는 것이었다. 

◆ 82년 ‘IBM 코리아’ 입사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78학번인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던 82년 ‘IBM 코리아’에 입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IBM은 대학졸업예정자들이 손꼽는 졸업후 취업 희망 1순위 기업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까지 교실 맨 앞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을 만큼 작은 체구인 그의 신뢰도는 IBM 내에서 꽤 컸던 듯 하다. 그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기 직전까지 회사를 떠날 수 없어 한국을 떠난 99년 2월에 퇴사 일자도 겹쳐 있다. ‘빽’도 없고 내세울 만한 인맥도 없는 말단 신입사원으로 입사, 17년 동안 근무를 하던 그는 마흔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7년, 밴쿠버에서 우연히 만난 그의 옛 직장 상사는 “극존칭을 사용하는 반듯한 예의, 구김 한 점 없는 양복과 하얀 셔츠의 용모, ‘습니다’로 끝나는 완결형 어법, 고객을 설득하려 들기보다 논리 정연하게 이해시키며 고객 스스로 설복하게 하던 직원”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차분한 성격에 겸손함까지 갖춘 성품이 주는 신뢰감은 IBM 고객들의 기업신뢰도에 파장을 미칠 만큼 대단했다는 것.
“부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어요. 사투리가 서울사람들에겐 자칫 무례하다는 오해를 받을까 해서 서울말을 배운다는 게 극존칭만 배우고 친밀한 어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칭찬은 부족함을 좋게 보아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 일겁니다.”

◆ 작은 일에도 최선 다하라

‘내가 본 김동민 교수’라는 전제를 달고 함께 인터뷰 자리에 앉은 IBM 코리아 전 한국지사장 이연수씨는, 그의 장점으로 ‘하찮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는 성실함과 책임감’을 우선 꼽았다. 목표를 정하기까지 집중해서 고민을 하되, 결정된 일에는 후회를 하지 않고 오직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해 내는 ‘독한’ 고집이 있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장점은 있기 마련입니다. 장점을 찾으면 일이 즐거워지고 열정이 생기게 됩니다. 그 열정은 또 성공을 불러옵니다. 직장에서 ‘작은 일’을 맡게 되면 “내가 이까짓 일을 하러 여기 들어왔나”라며 불만을 털어놓을 시간에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그는 또 ‘사소한 일이란 게 부정적으로 보면 한심할지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그 조직의 생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했다. 

◆ 꿈을 위해 평생 쌓은 모든 것 포기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사원. 그가 속한 회사에서 그 사람의 존재는 꼭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입사 후 승승장구하며 차세대 ‘IBM 사장’ 으로 거론되던 김씨는 IBM 공인 전문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입사를 한지 꼭 17년 되던 해 유학을 결정했다. 회사는 사표를 반려했다. 그러나 한국인으로서 외국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을 꺾지 않은 그는 밴쿠버로 이민을 왔다.
“인간이니까 선 취득한 것들로 인해 저절로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버리고 떠날 때 미련이나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지식의 성취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공부를 하고 난 후 그 지식을 통해 누군가에게 재 전달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때가 있지 않을까 해서 결정했습니다. 마침 그 시기가 맞물렸으니 내가 더 간절히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요”
간절히 바라던 그 꿈을 이루고 난 지금, 그날의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 UBC 박사과정 조건부 입학

이민 전 IBM에 근무를 하면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전공으로 MBA과정을 마친 그는, 이때 처음으로 이 분야의 공부가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러나 IBM에서 그의 기여도와 경력, 이전에 취득한 MBA 논문 등에도 불구하고 UBC 박사과정 입학이 쉽지 않았다.     
“석사과정에서 1년간 연구능력을 입증하면, 이전 기간을 박사과정으로 소급 적용해서 해주겠다는 조건부 입학이 허락되었죠. 그런데 혼자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룹 연구성과가 좋아야 하는 것이므로 심적인 부담과 언어에 대한 어려움으로 첫 1년간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1년 후 박사과정으로 편제가 된 그의 연구 논문은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보증에 관한 연구.  이 논문은 세계경영학계의 비중 있는 경영학회정보지 ‘인포메이션 시스템스 리서치(Information Systems Research)’에 실리기도 했다. 

◆ 40대에 도전한 꿈, 6년 만에 결실

현재 그는 뉴브룬스윅 대학교(UNB, University of New Brunswick) 경영정보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민 6년 만에 외국의 대학강단에 서고 싶은 그의 꿈을 이루고, 2년 후 다시 부교수로 승진했다. 
“제 스스로 생각하는 부족한 영어능력을 채우기 위해서 관련 영상이나 동영상을 찾고, 학생들이 공부에 도움될만한 모든 자료와 도구를 동원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이 이런 수업을 더 좋아하고 반응이 좋아서 이런 연구과정이 즐겁고 정말 보람있습니다.”
UBC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학부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그의 강의는 늘 인기였다.
말단 샐러리맨 신입사원에서 CEO 물망에 오른 과거와 이민 후 새로운 도전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그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성공스토리를 닮아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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