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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이냐 2급이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13 00:00

BC고등법원 픽튼에 2급살인죄, ‘종신형’ 선고 25년 복역 전까지 가석방 신청 불허

연쇄 살인범 로버트 픽튼의 유죄가 확정됐다. BC고등법원(재판장 제임스 윌리엄스)은 피고인에게 2급 살인죄를 적용, 종신형을 선고하고 복역 25년까지 가석방 신청을 불허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58세인 로버트 픽튼은 최소 25년의 종신 징역형을 산다고 할 경우 80세 가까이 감옥생활을 해야 한다. 픽튼은 2002년 2월 체포 이후 현재까지 약 6년을 복역하고 있다.

11일, 제임스 윌리엄스 판사는 2급 살인죄에 적용하는 가석방 신청 허가기간을 이례적으로 25년 복역까지 금지함으로써 사실상 1급 살인죄와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BC고등법원의 최종 선고는 배심원의 평결 이후 형량이 너무 낮다는 여론과 피해자 유가족의 최종진술이 반영됐다는 풀이다.

 ▲12월 11일 BC고등법원의 로버트 픽튼 판결을 앞두고 언론사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12명의 배심원단이 2급 살인으로 평결한 것은 로버트 픽튼의 범행이 치밀한 계획이나 범행의도 없이 일어난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1급 살인혐의를 뒷받침할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실종된 60명의 여성 중 26명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1급 살인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로버트 픽튼이 밴쿠버 다운타운 거리의 여성을 자신의 농장으로 유인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돼지 사료로 처리하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피고가 그 정도의 지능을 갖지 못했으며 살인행위도 다른 사람의 범행일 것이라고 맞서 왔다. 또, 로버트 픽튼이 전과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올해 1월 전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된 재판에는 남자 7명, 여자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참여했으며 모두 128명의 증인들이 출석했다. 재판은 2002년 로버트 픽튼이 체포된 이후 4년 이상 지연됐고 26명을 살해한 사건을 한꺼번에 처리하기에는 워낙 방대해 심리를 분리했다.

이번 평결은 세레나 아보츠웨이, 모나 윌슨 등 6명의 여성 살해 혐의에 대해 우선 심판하고 20명에 대해서는 따로 재판하게 된다. 빠르면 17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던 2차 재판은 1주일 연기된 24일로 예정됐다.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BC주 사법체계

BC주 법원의 1심은 지방법원(Provincial Court), 2심은 BC고등법원(Supreme Court)이 맡는다. 다만 살인 등 중요?형사사건과 1만달러 이상의 민사소송, 이혼소송은 고등법원이 심리한다.
고등법원 재판은 단독판사 심리로 열리며 형사재판의 경우 12명, 민사재판은 8명까지 배심원을 선임할 수 있다. BC주 최고 법원인 항소법원(Court of Appeal)은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 판결의 항소사건을 심리한다. 재판부는 3명의 판사로 구성된다.

캐나다 형법의 살인죄와 처벌

캐나다 형법 231조 1항과 2항은 살인죄를 1급 살인죄와 2급 살인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1급 살인죄는 범행이 사전에 계획되었거나 고의적(deliberate) 행위인 경우에 해당한다. 231조 7항에는 1급 살인죄 이외의 모든 살인죄는 2급 살인죄라고 규정하고 있어 우발적(unpremeditated) 범행이나 과실치사는 2급 살인죄에 해당하게 된다.
또, 235조 1항은 1급 살인죄와 2급 살인죄를 범한 범죄자는 종신 징역형(imprisonment for life)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급 살인죄의 종신형은 25년 징역을 살기 전까지는 가석방 신청을 할 수 없고 2급 살인죄는 최소 10년에서 25년까지 복역하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하다.

 변호사 피터 리치의 말

로버트 픽튼의 변호를 맡은 피터 리치(Peter Ritchie)변호사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년간의 재판 준비 기간을 이렇게 회고 했다. 그는 “누가 봐도 선량하고 죄 없는 사람을 변호하고 재판에서 승리하는 일은 아주 쉽다”면서 “그러나 변호사 가운데 누군가는 성도착증 환자나 강간범 등 흉악범을 변호해야 하며 연쇄 살인범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재판에 무엇 하러 변호하느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어떤 죄목이라도 정확한 변론은 필요하다. 법리상으로 정당하고 논리적인 변호는 캐나다 사법제도의 핵심이다. 그래야 재판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아무리 증인이나 증거가 많더라도 의뢰인을 제대로 변호해야 하고 변호사로서 변호를 맡는 것은 법률가의 당연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피터 리치 변호사는 BC법조계에서는 몇 손안에 꼽히는 유명 변호사다. 그는 형사피의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재판을 받았던 여성 배심원 질리안 게스(Gillian Guess)를 변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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