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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C-‘열정과 살사(salsa)의 멕시코 문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13 00:00

밴쿠버 아르바이트 경험기(2)-멕시코 패스트푸드점

멕시코 음식점의 멕시코 직원들과 몽고인 직원.

커피숍에서의 일을 그만둔 이래로 나는 다운타운의 멕시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랍슨에 위치한 이 음식점에서는 버리토(burrito, 얇은 호밀피에 밥, 고기, 야채 등을 넣어서 싸먹는 음식)과 타코(taco, 버리토와 비슷하면서 약간 작은 사이즈의 음식)를 제공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우선 무엇보다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스토랑이 떠나가라 울려 퍼지는 멕시코 유행가도 그렇거니와 스페인어로 수다를 떠는 멕시코 직원들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나는 금세 그네들의 노동 형태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받기도 했다. 정식 회사를 비롯, 서비스업에서도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해 엄숙하고도 근엄한 우리나라의 직장 분위기와는 달리, 멕시코인들은 농담을 주고 받거나 포옹을 하면서 끊임없이 친밀감을 드러내고 확인한다. 물론 상사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는 다른 직원들을 봐서는 그네들에게도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거리는 어느 정도 존재하는 듯싶다.

먼저 그들은 서로의 볼을 맞대면서 아침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금세 음악에 맞춰 서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하면서 일을 한다. 한마디로 즐기면서 일을 하는 셈이다. “나 어제 파티가 있어서 새벽 3시에 잤더니 너무 피곤해” 라고 말한 지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에리카(Erika)는 금방 피곤이 가시 얼굴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직원들과 팀웍을 맞춰나간다. 일을 시작했을 때,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멕시코인이었기에, 의사 소통 뿐 아니라 호흡을 맞춰가는 데에도 내게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내가 그네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들과의 공통 화제거리가 절실히 요구되기도 했다. 그래 나는 그들에게서 스페인어를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Hola(월라, 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 라는 뜻)에서부터 주문 받는 것, 손님들에게 원하는 토핑을 묻는 것까지 익혀 가끔 오는 남미 계통의 손님들에게 내가 배워둔 스페인어를 사용할라치면 그네들도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차츰 서로의 문화와 일상 생활, 고민거리 등에 대한 대화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는 멕시코도 우리나라 문화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파티를 유난히 즐기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자칫 멕시코 전반적인 문화가 상당히 개방되었다고 생각했었으나 예상외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성에게 있어 보수적인 사회라고 나 역시 전해주기도 했다.

가끔은 내 나라가 아닌 이곳에서 또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하는 사실에 힘겨움을 느끼기도 하고, 한국인 공동체가 아니니만큼 나 혼자 겪게 되는 불이익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내가 즐겨 듣는 한국 음악을 듣다가 가수 SG워너비의 노래를 알려달라고 떼쓰는 에리카를 비롯해 내 떡볶이가 일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워주는 그네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뿌듯해지곤 한다. 또한 새로 오는 멕시코 직원들에게 다른 멕시코인도 아닌 내가 그들의 음식인 파히타(Fajita, 양파와 피망 볶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3~4개월이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내가 보고 느낀 멕시코 문화를 한마디로 조심스럽게 표현해보자면 ‘열정과 ‘살사’의 문화가 아닐까 한다.

염미 학생기자 (심리학과 3년) nung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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