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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서 팔·다리 잃고도 6·25 알리기 헌신··· 웨버 대령 잊어선 안된다

이용수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4-10 13:59

한국전서 팔·다리 잃고도 6·25 알리기 헌신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생전에 워싱턴DC의 6·25 전쟁 참전 용사 기념 공원에서 ‘19인 용사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총을 잡은 두 손을 앞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군인 조각상이 웨버 대령을 모델로 한 것이다./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육군 예비역 대령이 생전에 워싱턴DC의 6·25 전쟁 참전 용사 기념 공원에서 ‘19인 용사상’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총을 잡은 두 손을 앞으로 비스듬하게 뻗은 군인 조각상이 웨버 대령을 모델로 한 것이다./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미국의 6·25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97) 예비역 육군 대령이 9일(현지시각) 메릴랜드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공수부대 장교로 참전해 팔다리를 잃는 혈투 끝에 고지를 탈환했고, 전후에는 6·25전쟁 참전용사기념비 건립을 주도하는 등 ‘잊힌 전쟁’ 취급을 받던 6·25전쟁을 재조명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45년 1월 육군 보병 소위로 임관한 웨버 대령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육군 187 공수 낙하산 부대 소속 작전장교(대위)로 참전했다. 같은 해 9월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한 그는 서울 수복 이후 전투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북으로 진군했다.

윌리엄 웨버 대령의 현역 시절 모습./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윌리엄 웨버 대령의 현역 시절 모습./윌리엄 웨버 대령 제공

중공군 개입으로 전세가 역전된 뒤에는 중대장 보직을 받아 중부전선에 투입됐다. 1951년 2월 15일 핵심 요충지 점령 임무를 받고 중공군 2개 중대가 점령 중이던 원주 북쪽 324고지를 공격했다. 병력이 4배 많은 중공군을 상대로 밤을 새워가며 12시간 이어진 전투에서 웨버 대령은 15일 밤 수류탄에 맞아 오른쪽 팔을 잃고, 다음 날 새벽 박격포탄 공격으로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다. 치명상을 입고도 중대를 지휘한 웨버 대령은 고지 점령 임무를 완수한 뒤에야 본국으로 후송됐다. 웨버 대령은 심각한 장애를 입고도 예편하지 않고 1년간의 수술·재활 과정을 거쳐 현역으로 복귀했다. 미국 역사를 통틀어 팔다리를 잃은 장병의 현역 복귀 사례는 웨버 대령을 포함해 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 국방 무관 시절 웨버 대령과 교류했던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웨버 대령은 후송 당시를 회고하며 ‘모르핀 주사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했다”며 “장시간 비행 도중 침대가 흔들리지 않도록 네 귀퉁이를 밧줄로 고정시켜 공중에 띄웠는데, 이 때문에 코가 가끔씩 비행기 천장에 닿는 게 유일하게 불편했던 점이라고 말하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이어 “웨버 대령은 생전에 ‘내 상처가 자유를 위한 희생을 상징하는 것이라 자랑스럽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말했다.

웨버 대령은 1980년 전역 후에는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아 미국에서 6·25전쟁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생전에 그는 6·25전쟁을 ‘다섯 문단 전쟁’이라고 불렀다. 미 고교 교과서에 이 전쟁을 다룬 대목이 다섯 문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 “전우들이 하나둘 고령으로 떠나고 있어서 한국전의 의미를 알리는 일에 더 바쁘다”는 말을 자주 했다.

6·25 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미국의 6·25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이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왼손 경례를 하고 있다./KTV캡처
6·25 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미국의 6·25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예비역 육군 대령이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왼손 경례를 하고 있다./KTV캡처

의회와 정부를 오가며 설득한 웨버 대령의 노력 끝에 1995년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에 ‘19인 용사상’이 세워졌다. 19인 용사상 대열 후미에 판초 우의를 입고 M1 소총을 멘 군인 조형물이 웨버 대령을 모델로 했다. 웨버 대령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을 형상화한 19인 용사상에 한국인(카투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또 6·25전쟁 참전용사기념비에 미군 외에 카투사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기자는 내용의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 통과를 위해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했다. 법안은 3차례 시도 끝에 통과됐다. 2016년 6월 25일 6·25 참전용사기념비 앞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 이어진 미군·카투사 전사자 호명 행사도 웨버 대령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웨버 대령은 작년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은 자유 진영이 공산주의 진영의 무력에 맞선 첫 전쟁이었다. 우리가 지금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중국·북한의 공산화 시도를 힘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라며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괜찮다(it’s okay). 먼저 하늘로 간 동료들을 위해 남은 생 동안 이 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건수 한미동맹재단 명예 이사장은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한국이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와 싸워준 분”이라며 “3만6591명의 미군 전사자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있었을까?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10일 한미동맹재단에 따르면, 웨버 대령의 배우자 애널리 웨버 여사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재단 측은 “한미 동맹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웨버 대령의 장례식에 대표를 파견하겠다”며 “생전에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웨버 대령의 자서전 또는 전기를 발간하고 ‘웨버 대령상’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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