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3중 대출절벽··· “집값 잡겠다더니 그 끝은 대출 자르기냐”

김신영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8-29 15:32

전방위 돈줄 조이기···실수요자들 패닉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첫 아이가 태어나 더 큰 집으로 옮기려고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 연달아 나오는 대출 축소 뉴스를 보고 불안해져 지난 25일 회사 근처 은행 지점을 찾았다. 김씨는 “마이너스 대출은 5000만원까지밖에 안 되고 주택담보대출은 연말쯤 상황 보고 신청하라더라”며 “내년 1월 잔금인데 운에 맡기라는 말이냐”고 했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으로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갑자기 줄이거나 아예 중단해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가릴 것 없이 ‘대출 절벽’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인출기(ATM)에 고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하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최대 5000만원으로 제한하고 나섰다. ‘대출 절벽’ 공포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1주일 새 2조8820억원,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2조6921억원 급증했다. /박상훈 기자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인출기(ATM)에 고객들이 드나들고 있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하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최대 5000만원으로 제한하고 나섰다. ‘대출 절벽’ 공포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고객들이 몰리며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최근 1주일 새 2조8820억원,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2조6921억원 급증했다. /박상훈 기자

은행들의 대출 축소 방안이 잇따르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관련 글이 매일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눈앞이 깜깜하다. 부동산 집값 잡겠다 해서 기다렸는데 그 끝은 대출 자르기인가”, “뉴스 보기 겁난다. 현금 없는 사람들은 어쩌란 건가” 등 대출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연내에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아야 하거나 이사 등을 생각하고 있던 이들이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일단 어떤 방법이든 대출을 최대한으로 내놓고 보려는 ‘패닉(공황) 대출’ 현상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27일 인사청문회 때 “가능한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 가계 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더 강력한 대출 압박을 예고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가계 대출을 줄이라고 최근 지시한 후 대부분 은행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 한도를 이미 크게 줄이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5000만원이 최대

금융감독원은 은행(저축은행 포함)권에 지난 27일까지 가계 대출 통제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주요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고 했고, 대출 축소에 들어갔다. 금감원이 지난 13일 주요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불러 요구한 내용대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2배’에서 ‘연소득’으로 낮춘 것이다. 올해 가계 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은 다음 달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신용 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직장인들의 비상 지갑으로 불리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5000만원으로 쪼그라든다.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은 이미 한도를 축소했고, KB국민은행도 9월 중에 시행한다. 5대 은행에서 5000만원 이상 마이너스 통장이 사라지게 된다.

앞서 NH농협은행은 금융위의 대출 총량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을 중단(지난 24일부터 11월까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2%대 주택담보대출 사라질 듯

금융 당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 대출을 통제하지 않으면 자산 거품 등 부작용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임대차 3법 등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을 대출 조이기로만 해결하려 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책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금융 당국이 은행에 한 마디 하고 은행은 앞다퉈 대출 축소하고 있다”면 “젊은 직장인 등의 부동산 거래가 막히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 대출 여건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연내 추가 인상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현재 연 2.72~4.13%인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월쯤부터 올라가, 최저 금리가 연내 3%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일단은 대출 축소는 신규 대출에 한정되며 이미 나간 대출을 회수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마이너스 대출 등의 ‘재약정’ 시점 등에 맞춰 한도 축소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대출 제한은 일단은 올해까지”라며 “내년 대출 관련 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나온 것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추가 지침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세월호 생존자 겸 목함지뢰 용사
박준호씨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2014년 세월호 생존자이자 2015년 목함지뢰 용사인 박준호씨가 경기도 동탄의 체육공원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세월호와 목함지뢰는 모두 어딘가 고장난 한국의 현실을 상징한다. 그 옆의...
조국혁신당 12석 전망··· 민심, 尹정부·여당 엄중한 심판
▲야권의 압승에 웃음짓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침울한 국민의 힘 한동훈 비대위원장.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유권자 197만명 중 9만명 투표··· 실제 투표율은 4.7%에 불과
▲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 우편 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재외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115국 220개 재외투표소에서 들어온...
6개월 체류해야 ‘피부양자’ 자격
정부 “건보 年 121억 절감 가능”
70대 중국인 A씨는 2020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입국 직후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국내 병원에서 64건을 진료받았다....
2000만 직장인 월급통장 피라미드 봤더니
억대 연봉 받는 직장인 132만명 역대 최대
[왕개미연구소]
“코스트코 계산대에서 과일과 야채, 고기가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돈을 얼마나 벌어야 저렇게 맘껏 장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고독의 미래 연표로 본 한국의 미래
2040년 홀몸노인 402만가구 돌파
[왕개미연구소]
“화려한 골드미스였는데 나이 오십 넘으니까 독거노인이 되네요. 노년에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걱정돼서 돈도 더 아끼면서 살게 됩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혼자 살다가 아프면...
[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여성의 날, 최인아가 말하는
’일터에서 프로가 되는 법’
▲최인아씨는 1984년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에 입사해 ‘여성 최초’ 기록을 여러 번 세우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최인아 책방에서 만난 그는 “나도 한때 ‘미스 최’로 불리며 부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95세로 별세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이진한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10억원을 받은 불교 경전 필사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KBS국내 고미술품 가치를 분석하는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감정가 약 10억원의...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각축장 된 대한민국
▲이 중 승자는 누구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1호점.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숭례문 SG타워 1층. 건물에는 국내 1위...
직장인 평균은 4214만원. 상위 0.1%는 9억8800만원
월급생활자 상위 0.1%의 평균 연봉이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중 상위 0.1% 구간에 속한...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해외에서 살며 연락을 끊더니 아버지의 암 투병에도 감감무소식인 장남과 장녀. 아버지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병간호까지 하고 있는 차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게 법적으로...
▲홍정욱 전 의원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너는 민족과 인류에 기여하는 참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다./조선일보 DB원로...
1년 7개월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벌인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사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최 전 의원을 체포했다고 3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범 잡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23일 서울 강남구의 영화사 페이지원필름에서 영화 ‘시민 덕희’의 모티브가 된 주인공 김성자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동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 하면 저부터 먼저 찾는다. 그때마다 대처법을 알려주지만 돈을 되찾긴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5일 새벽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12대가 서울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국방홍보원한밤중 서울 도심에 장갑차 12대가 진입했다. 장갑차 행렬이 한강 다리를 건너 도심을 지나자 일부 시민들이 한때 “전쟁난 줄 알았다”며 소동을 벌였다.27일 육군에 따르면...
▲배우 김수미, 서효림./조선DB식품 회사를 운영 중인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씨가 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22일 경찰에 따르면 김치·게장 등 가공식품 판매...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이소연씨
“엄마가 중국 가서 돈 많이 벌어 올게. 두 밤 자고 올게.” 탈북민 이소연(49)씨는 2008년 매달리는 6살 아들을 다독이고 북·중 국경을 넘었다. 그날이 아들을 본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행에 성공한 이씨는 2018년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국내 첫 발생 후 4년··· 마음 못 놔
그래픽=이철원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일로 4년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7개 표본 의료기관에서 집계하는 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주 연속 5000명대를 기록했다. 12월 3주...
"언제 어디서나 통화료 부담 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도 별도의 국제통화료 부담없이 카카오톡 채팅 서비스를 통해 민원 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