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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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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4-02-21 09:00

윤미숙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나는 그동안 이 신호등 앞에서 몇 번이나 멈췄었을까

꾸고 나서 벌써 잊은 꿈을 기억해 내려는 듯
이정표 없는 갈림길에 홀로 서 있는 듯
그런 표정으로 파란불만 기다리던 지난날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차창에 낙하하는 수천 개의 빗방울에 고마워하자
빗방울이 고마우면 세상에 고맙지 않은 게 없겠지

누구라도 잡아두지만 때가 되면 보내는 신호등
어디서 긁혔는지도 모르는 상처는 아프지 않아
신호등처럼 보내면 떠나는 걸 알아도 아프지 않아

품 안에서 날아간 지 오래된 자식들
목숨같이 사랑해도 떠나가면 기다릴 일만 남지
나뭇가지 주워다 마음 둥지 고치며
담담하게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볼게

늘 나를 놓아주는 내 이웃 신호등
너처럼 보내주기 나도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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