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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10-04 09:42

김경래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옆구리를 만지면
안녕의 감탄어를 뱉는다
물 압력과 지그재그 가르려는 저항
공기를 모방한 심호흡은 늘 얼떨떨했다
 
짧고 굵은 생식의 모범이
제대로 된 세상에서
물고기가 책장을 가로지르는 방법이다
하도급 체계에 익숙한 먹이사슬을
요리조리 제대로 비껴가기 위해
뜸한 머무름이
생식의 안갯속을저녁처럼 깜박이지
 
눈앞과 눈 뒤에 달린 얼떨떨한 앨범 사진이랄 게
술래의 눈가리개로
나무에 눈 붙이고 열을 세다
뒤틀린 명암만 비늘에 살짝 붙인
황당하고도 진실한
당신의 궤변일 수도 있다.
 
 
| 해설 - 그 상상의 언어

S자 곡선과 물의 저항은 밀고 당기는 두 주축의 힘이다. 세상에 즐비하게 늘어서서 양분된 세력으로 이합집산을 이룬 우리는 반드시 저항에 맞서 지느러미를 휘둘러야 산다. 움직임은 작용과 반작용의 역사로 차곡차곡 쌓이고, 후대의 책장을 채우는 명분이 된다. 물고기가 지나는 길에 서서 비늘을 만지며 그들의 안녕을 늘 노심초사한다. 초 단위로 지나가는 모션을 인하해 눈앞에 전시하자. 그리고, 그들이 뛰어난 질서를 채집하는 일상을 보고 결국 놀란다는 사실은, 알고 보면 이 글의 핵심적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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