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열대어 가게 안은 어둡고 촉촉한 습기가 가득했어요. 바닷속 같은 수족관에는 예쁜 열대어들이 수초 사이로 몰려다녔어요. 구석진 수족관에서 거북이들이 가게 안을 살필 때, 주인아저씨는 무언가를 망설였어요.
“어쩔 수 없지, 작은 유리병을 사 올 때까지---.”
열대어 가게에 팔려온 우리 베타 피시들은 한 수족관에 넣어졌어요. 그 전에 우리들은 작은 유리병에 혼자 살고 있었어요. 우리는 곧 서로 아름다운 꼬리를 뽐내며 자랑했어요.
“잘 봐, 내 파란 꼬리는 세 겹의 왕관 모양이야! 내가 최고라니까!”
“흥, 내 분홍 꽃잎 모양 꼬리가 더 멋져!”
“아니, 투명한 반달 모양 내 꼬리보다 멋지다고?”
일대일 결투가 이쪽저쪽에서 벌어졌어요. 서로 주둥이와 주둥이를 마주하고 눈에 힘을 모았어요. 나는 지느러미를 곤두세우고, 아가미 덮개를 뒤집어 몸을 크게 만들었어요. 그때 휙 휙 물살을 가르던 반달 꼬리 베타 피시가 내 꼬리를 꽉 물었어요.
“아야! 제발 놓지 못해.”
“네가 최고라고 한 말 취소하면.”
숨을 죽이고 항복 사인을 보내던 나는 그만 수족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어요.
“안 되겠어. 이놈들은 절대 같이 살 수 없는 놈들이야. 빨리 내다 팔 수밖에.”
다음날, 나는 다른 베타 피시들과 비닐봉지에 담겨 한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으로 실려 갔어요. 학교 공부가 끝나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한별이는 재빨리 휴대전화로 내 사진을 찍어 엄마한테 보냈어요.
“엄마, 나 강아지 대신 베타 피시 기르면 안 될까? 이 열대어는 멋진 발레리나 같아!”
“음---, 어항 물을 깨끗이 갈아주고 먹이도 잘 준다고 약속하면.”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돌아온 한별이는 허둥지둥 내게 다가왔어요. 한별이가 어항 속으로 먹이를 뿌려 넣으면, 나는 꼬리를 흔들며 헤엄쳤어요. 물 위에 동동 뜬 먹이들은 물살을 따라 맴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어항 속이 어두워졌어요. 물 위로 내가 머리를 내민 순간, 그만 한별이의 화 난 얼굴과 딱 마주쳤어요.
“감히 우리 나풀이 에게 도전장을! 엄마, 원이가 멋진 베타 피시를 샀다고 막 자랑했어. 언제 한 번 나풀이랑 싸움을 붙여 보재.”
“한별아, 싸움은 절대 안 돼. 내가 최고라며 싸우는 베타 피시들은 아주 위험해.”
“그럼 점프 훈련을 시켜볼까.”
어느 날, 식구들이 함께 모인 저녁 시간이었어요.
“엄마, 나풀이가 기운이 없어. 나풀아, 점프, 점프해봐!”
나는 수초 사이를 힘없이 맴돌았어요. 물 위로 점프도 하기 싫었어요. 매일 혼자 노는 일이 정말 지루해졌어요.
‘새 친구가 생긴다면, 절대 내가 최고라고 뽐내지 않을 텐데---.’
“엄마, 나풀이가 혼자 너무 심심한가 봐. 새 친구랑 같이 살게 하면 좋겠어.”
며칠 후, 집안으로 뛰어들어 오는 한별이 손에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어요. 그 속에 연둣빛 베타 피시가 물방울을 만들며 내게 인사했어요. 나는 꼬리를 활짝 펴고 물 위로 머리를 내밀어 새 친구를 맞이했어요.
“너처럼 친절한 베타 피시는 처음이야. 네 파란 왕관 모양 꼬리는 최고로 멋져!”
“네 반짝이는 연둣빛 꼬리도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온종일 수초 사이에서 숨바꼭질 하다, 함께 물 위로 뛰어오르기도 했어요.
“엄마, 나풀이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로 결심했나 봐!”
한별이의 자랑스럽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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