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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아랫간 서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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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01-29 11:22

안봉자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요즘, 골방 서랍장을 정리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
놓지 못해 떠나지 못한 나의 어제들이 매미 허물처럼 모여 사는 곳
돌쩌귀도 녹스는 늙은 세월에 대부분은 떠나고 몇은 아직 남아서 민속촌처럼 함께 저무는 그곳엔 늦가을 저녁의 체온 닮은 서늘한 바람이 분다
 
어린 별바라기의 못 이룬 꿈들도, 이민의 자갈밭에 무시로 무릎 깨던 한낮도, 에움길에 갈증 앓던 사추思秋의 그리움도… 이제는 모두 치수 안 맞는 치마 허린데!
 
많은 것을 버리고도 끝내 못다 버려서 마음속 아랫간 서랍에 깊이 묻어둔 것들 골고루 등 쓰다듬어 다시 누이고. ㅡ
불치의 그리움도 함께 누이고. ㅡ
폐허 된 고향 집 문 닫아걸듯 쓸쓸히 서랍을 닫는다
깊은 잠 방해받은 어제들의 신음 소리 가슴으로 듣는다.
 

The Bottom Drawer
 
I organize the bottom drawer in my closet often lately.
In there, yesterday's silhouettes that I did not let go, gathered like cicada skins.
The hinges rusted with time; most clothes are gone, but some remain like folklore village and getting older, and a chill wind blows there resembling late autumn evening.
 
The unsung dreams of a young stargazer; a settler's arduous midday on the gravel-roads; the thirst of a woman in autumnal longing… now all are but old clothes that don't fit!  
 
Though many are thrown away, some are still buried deep in my mind's bottom drawer. One by one I pat them, and gently lay them back again, --lay the incurable longing too.
I close the drawer as if closing the door of the dear old home.
My heart hears the disturbed yesterday's silhouettes mo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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