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시
당신이 오지 않는 저녁
둑길을 따라 긴 산책을 나선다
물가에 속삭이는 잡풀과 흰 꽃들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알지 못해도
물 위에 퍼덕이는 백로와
청둥오리의 다정을 흉내 낼 수 없어도
마냥 흐르는 물소리가 좋다
막힘 없이 돌아가는 저 몸짓
여울을 훌쩍 흘러가는 넉넉한 소리
노을 속에 붉게 지는 해와
바람에 안기는 산과 구름이 모두
전설이 되고 역사가 되는
흐르는 소리의 은유를 알 것도 같다
그러나 당신은 내게 오지 않고
헤아릴 수 없는 당신의 마음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깊고 또 높아
가슴 위 멍울마다 엉겨 붙은
내 마음의 응어리를 한없이
부끄러워하면서 강둑을 걷는다
당신이 오지 않는 저녁
속을 박박 긁어 파는, 나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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