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트럭커일은 밴쿠버에서 목재를 싣고 미국, 즉 캘리포니아 주로 배달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I-5고속도로를 따라 이틀을 달린 후 삼일 째 건축 도매상에 물건을 내리게 된다. 그후 다시 카나다로 물건을 싣고 와야 하는 데 바로 근처에 실을 물건이 없을 때는 더 먼 곳에 가서 실어와야 한다.
가끔은 네바다 주 아니면 아리조나 주에 까지 가서 실어오기도 한다. 그리고 카나다로 오는 물품들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철제 구조물, 각종 건축자재, 비료, 양파, 반제품의 목재 등등…을 카나다로 갖고 오는 일이다. 그리고 실제 밴쿠버로 오는 경우는 다행이다. 그 대부분은 BC주 내륙, 혹은 알버타주로 배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금년에는 Stockton부두에서 세번씩 비료를 싣고 와서 밴쿠버 근교에 배달을 하였다.
특히 미국의 항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두출입 전용 통행증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증이 없으면 Pilot 일을 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함께 들어가서 물건을 싣고 나올 때까지 동행해야 한다.
나는 이 증이 없어 Pilot 일을 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부두 앞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은 나이가 꽤 들은 Bill Rogan이였다. 우리 둘은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함께 부두 정문을 통과하여 보세창고 사무실에 들어가 카나다로 들어오는 통관 서류를 작성한 후 창고에 가서 비료를 싣게 되었다. 약 두시간 정도 내가 일을 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기 일을 오래 했느냐?” 하니 “내년이면 20년” 이라 하여 “당신 나이 꽤 들어 보이는 데 , 말해 줄 수 있겠니?”하니 “다음 달에 90살...”이라 하여 나는 놀라서 “일하는 데 힘들지 않으냐?”하니 “No Problem..”하며 “나는 지금 운전하는 데 지장이 없고, 일 주일에 네 번 정도 항구로 와서 일하고 수입이 생겨 즐겁다”고 하셨다. 실제 그는 나와 전화통화 후 고속도로를 운전하여 나에게로 왔다.
그 후 그와 두 번 더 만나 일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배를 타고 전 세계 127개국을 다녔으며 한국에는 수송선을 타고 부산, 인천, 그리고 마산에도 와 봤다고 하였다. 50여년을 마도로스로 일하다가 나이 70이 되어 은퇴 후 바다를 잊지 못해 바다가 입접한 항구에서 이렇게 일하고 계신 분이다.
내가 그를 세 번째 만났을 때 이렇게 물어 보았다.
“나이가 90인데 은퇴 생각없느냐?” 하니 그는 “No, I will work until I die…”하며 “오히려 일이 없으면 더 빨리 죽을 수 있는 것 모르느냐?” 그리고 “나는 죽는 날까지 일할 예정인데 그런 질문 하지말라”라고 하셨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 데…, 그리고 트럭일은 경력이 오래 될 수록 더 인정해 주는 직업이 아닌가? 그리고 일을 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경제적으로는 풍요해 지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운전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나 글쓸 재료가 생기는 잇점은 있지만 트럭커는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위험한 직업이다.
그동안 지난 날을 생각해 보면 아슬아슬했던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한 겨울 앨버타주 고속도로의 빙판길에서 트럭이 나둥굴러졌던 일, 캠룹스 갈 때 언덕 내리막에서 브레이크가 열 받아 사고 날 뻔 했던 일, 미국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 중 경찰이 나를 세워 주었던 일,… 등등을 생각해 보면 트럭의 핸들을 잡기가 두려워 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민자가 외국 땅에서 살아남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싶은 생각을 해보면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 그리고 미국과 카나다를 마음껏 여행할 뿐만 아니라 달리면 달릴수록 수입이 생기는 일은 한번 뿐인 내 인생에 운명과 같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과거 군대생활 때 육군 공병대 수송부의 경험이 이렇게 되살아 날 줄이야… 비록 흘러간 옛 이야기이지만 지난 세월의 경험 모두가 자양분이 되어 내 삶의 밑거름이 된 듯 싶다.
그동안 트럭을 몰고 미국과 카나다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90이 넘도록 일하는 분은 처음이었다. 캘리포니아 주 Stockton 항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Bill Rogan 할아버지, 일이 없으면 오히려 빨리 죽게 된다는 그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미국의 Stockton 근처의 I-5고속도로를 지나면서 그의 말이 떠오른다.
“나도 그 나이까지 일을 해 볼까?” 하며 하여튼 일할 수 있는 날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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