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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한영사전을 만든 캐나다 선교사 게일

문영석 yssmoon@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4-02-02 08:34


19세기 한국에서 선교한 선교사들 중에서 캐나다인 선교사 제임스 스캇 게일(James Scarth Gale, 寄一)은 한국의 초기 선교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을 서양 세계에 소개한 제1인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한국 국사 교과서에도 그의 업적은 기록되어 있다. 게일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마 (Alma)에서 1863년 태어났으며 캐나다 제1의 명문인 토론토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그가 속해있던 YMCA의 대표로 1888년 목사가 아닌 평신도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되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단신으로 “한국 기독교의 요람”이라 일컬어졌던 황해도 소래로 이주하여 토착민들의 처소에서 똑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침구를 쓰면서 한국의 언어와 관습을 몸으로 배우기 시작하였다. 당시 소래는 호랑이가 출몰하는 험준한 산골이었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기이한 음식, 온갖 전염병의 유행, 좌식 생활에 길들여진 서양인으로서 하루 내 방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대서 오는 육체적 고통, 득시글거리는 이와 빈대 등과 온돌방의 열기로 인해 온 밤을 뒤채였다고 게일은 후일 술회하고 있다. 그러나 선교지 문화를 존중하는 그의 적극적인 접근방식은 당시 한국에서도 서구식 저택과 음식을 고집했던 당시 선교사들의 선교방식과는 여러모로 커다란 대조를 보였다. 

게일은 40여 년간이나 한국에 머물면서 당나귀를 타고 조선 반도를 25번이나 일주하였으며 그의 갖가지 문필활동은 주위의 동료 선교사들로부터 하라는 복음 전도는 안 하고 이교도의 문화나 전통을 연구한다고 비난을 받았다. 그런 비난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문화연구와 YMCA 단체 같은 사회참여를 통하여 진보적 청년들에게 개화사상을 불어넣어 주었고 특히 이상재·이승만 등 지식인과 밀접한 교우관계를 맺었고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미국 유학을 위해 추천장을 써주기도 했다. 

이렇게 몸으로 부대끼며 배운 그의 한국어 실력은 20세기 초반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갖가지 문필활동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었으니 1893년에 펴낸 한국어 문법서인 Korean Grammatical Forms, 1897년 3만 5천 여자가 수록된 방대한 최초의 한·영 사전, 신·구약 성경 번역, 최초의 기독교 잡지 등을 펴냈을 뿐만 아니라 로빈슨 크루소 및 유명한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 등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였고 또한 한국의 구운몽과 춘향전을 영역하는 등 50 여까지의 다종다양한 저작 및 번역 활동을 하였다. 게일은 문화적인 활동을 통해 세계에 한국문화의 전달자 노릇만을 담당한 것이 아니었다. 1919년 3월 말경 조선총독부의 내무국장 우사미가 3.1 만세 사건으로 흉흉해진 인심을 달래고자 기독교계의 지도층 선교사들을 초빙하여 협조를 당부했을 때 게일만이 유일하게 소요의 책임이 근본적으로 일본에 있다는 항일적 비판을 감행하였다. 

지난 200년간 수많은 서구 선교사가 이 땅에 와서 헌신하였지만, 그 누구도 게일만큼 한국 언어와 문학, 그리고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세계에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이는 없다. 학자들은 1920-30년대 한국의 개신교 신학계에 소위 진보주의(liberalism)를 처음 소개한 이가 바로 캐나다 선교사들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또한 복음 전도뿐만이 아니라 갖가지 문화 및 사회활동을 통해 19세기 한국에서 활동한 개신교계 선교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으며 한국 역사서에 기록될 만큼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었다.


문영석 교수 약력

University of Toronto 종교인류학 박사. 서울대, 서강대 외래교수, UBC 객원교수, 강남대 국제대학 학장. 캐나다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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