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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농사 짓는 농부

심정석 jeongsimpust@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2-11-04 17:00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종사하는 일을 생업 또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직업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직업의 종류는 무려 16,442개나 된다고 하고, 또 해마다 200개 이상의 새로운 직종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과연 인류의 첫번째 조상인 아담은 무슨 일을 했을까요?

창세기 3 장을 보면, 하나님이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시면서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23절). 즉, 아담은 토지를 갈던 농부였습니다. 그럼 아담은 무슨 농사를 지었을까요? 아마도 아담은 하나님이 식물로 정해 주신 생명의 씨 맺는 채소 농사를 지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담에게 농사짓기 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음식만 먹다가 손수 농사일을 하 자니 무척 서툴렀을 것입니다. 사람이 죄를 범함으로 땅도 저주를 받아 들판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가득했습니다. 종신토록 얼굴에 땀 흘려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18-19절). 

예나 지금이나 농사일은 힘듭니다. 농부의 농(農)자는 굽을 곡(曲)과 별 진(辰)을 합쳐 놓은 글자입니다. 누군가 그 한자를 “아침부터 해가 지고 별이 보일 때까지 허리를 굽혀 일을 한다”고 파자 풀이를 해 놓았던데, 듣고 보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저도 한국전쟁 때에 피난 가서 3년 반 동안 농사일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쌀농사는 늘 허리를 굽히고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모심고, 김매고, 그리고 거두어들이고 하는 일 모두가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동작의 연속입니다. 허리를 필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도 농부는 땀 흘려 힘들게 하루 종일 일을 해도 즐겁습니다. 알곡을 타작할 때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식물(食)을 거두어들이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에서의 식(食)도 사람 인(人)에 좋을 량(良)의 합성어로 음식은 사람에게 유익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농부가 거두어들인 씨 한 톨 속에는 생명의 신비, 농부의 땀,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추수가 끝나고 농악을 연주하면서 마을을 돌았는데, 높은 깃발에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글귀를 쓰고 한바탕 마을 사람들이 축제 마당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는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며, 나라를 유지하는 힘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농업의 상황도 변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대륙을 동서로 횡단해보면 쉽게 알게 됩니다. 미국 서쪽 끝에서 출발하여 중서부를 지나노라면 옥수수지대란 곡창지대가 나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습니다. 이 많은 옥수수를 누가 다 먹는지 의아 해집니다. 조금 더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또 대두 밭이 지평선을 이룹니다. 그리고 끝이 안보이는 밀밭을 통과합니다. 캐나다도 예외는 아닙니다. 알버타에서 시작해 마니토바에 이르기까지 곡물(씨) 산업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습니다. 노란 꽃의 유채 밭, 황홀하게 핀 해바라기 밭, 사스카처원에 이르면 연보라색 꽃이 물결처럼 흔들리는 아마 씨 밭을 좌우로 관통하게 됩니다. 이제 농업은 카길(Cargill)이나 에이디엠(ADM)과 같은 몇 안되는 대기업들이 독점하는 산업이 됐습니다.

일하는 농부는 보이지 않고 트랙터, 경운기, 그리고 콤바인이 하루 종일 땅 위를 다니며 검은 연기를 마구 뿜어 냅니다. 호미나 괭이를 들고 엎드려 잡초를 뽑다가 이제는 독한 제초제를 마구 뿌려 김매기를 하니 잡초도 죽고 농작물도 함께 죽습니다. 또 잡초만 골라 죽이고 농작물은 살아 남게 하기 위해 유전 공학을 사용하여 원래 씨앗의 생명체 설계도를 변형합니다. 창조주가 만드신 생명의 설계도가 인간의 기술이 설계한 것으로 바뀌어 갑니다. 

이 기술을 유전자변형 유기체 또는 GMO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밥상에는 유전자변형이 된 식품들이 많이 오르게 되었는데, 미국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0년도에 경작한 대두의 94%, 면화 96%, 옥수수 92%, 카놀라 95 %, 사탕무의 99.9%가 유전자 변형이 된 씨앗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무심코 장바구니에 넣은 옥수수 전분, 카놀라유, 설탕 등이 GMO 농산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90%가 넘습니다. GMO 식품의 유해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진행중에 있지만, 만에 하나 사람에게 끼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참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음식은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시편 기자는 “땅이 그 소산을 내었도다. 곧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리로다”(시편 67:6)라며 노래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이 복을 겸손하고 감사하는 마음 자세로 지혜롭게 누려야 할 것입니다. 

농업 전문인·선교사



심정석 교수의 주방 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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