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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물 섬유질의 위력

심정석 jeongsimpust@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22-09-07 15:46


통곡밀은 밀껍질, 배종(씨눈), 배젖 등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이 통곡밀은 도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껍질과 씨눈을 제외한 배젖 가운데 저장되어 있는 전분으로 밀가루가 생산됩니다. 배젖 내의 밀가루는 씨눈이 싹이 터 새 생명으로 자라나는데 필요한 연료의 창고 역할을 합니다. 곡식은 여러 겹의 껍질에 둘러 싸여 있는데, 여러 겹 사이 사이마다 새 생명에 필요한 무진장한 영양소를 저장해 놓고 있습니다.

씨눈 속에는 새 생명의 유전자(DNA)와 배아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도정 과정에서 이 천혜의 영양소들이 섬유질인 껍질과 함께 모두 버려지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이렇게 손실되는 중요 영양소가 무엇이며, 또 그것을 되돌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섬유질인 껍질은 고분자 탄수화물입니다. 곡식을 정미하고 나면 쌀겨나 밀기울 혹은 보리쌀 겨 등이 남게 됩니다.  우리는 가공 기술을 통해 섬유질이 제거된 음식을 오랫동안 먹어 왔습니다. 잘사는 나라일수록 섬유질이 제거된 가공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뇨병, 심장병, 암과 같은 성인병이 가난한 나라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많은 성인병이 섬유질 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섬유질은 비록 영양가는 없지만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된 것은 불과 60년대부터입니다. 오늘날 섬유질은 중요한 영양소로 여겨지는데, 하루 최소한 25-30g 정도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섬유질에는 두 가지가 종류가 있습니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섬유질과 물에 녹지 않는 불용해성 섬유질이 그것입니다. 둘 다 소화나 흡수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는 서로 다릅니다. 수용성 섬유질은 물에 녹으면 풀처럼 엉기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소화기 내에서 콜레스테롤이나 탄수화물을 묶어 이의 흡수를 지연하거나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과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를 발휘해 심장병이나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가 단단해서 체내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대변을 통해 배설됩니다.

수용성 섬유질은 씨 맺는 채소와 과일 속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사과, 살구, 무화과 열매, 망고, 오렌지, 복숭아, 자두, 루밥(rhubarb), 딸기 등에 많습니다. 씨 맺는 곡식에는 보리나 귀리, 특히 겨 속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리밥을 심장병 예방 식이요법으로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옛날 가난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 보리개떡에 이 좋은 수용성 섬유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물에 녹지 않는 섬유질은 내장 속에서 불순물, 불필요한 기름이나 콜레스테롤, 수분 등을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대변과 함께 빨리 몸밖으로 배설하는 일을 합니다. 음식이 소화기를 통과하는 시간도 크게 단축시켜 줍니다. 이 때문에 변비나 치질, 게실염을 예방하는 데 아주 특효입니다. 특히 직장에 변이 머무는 시간을 단축시켜 줍니다. 발암물질이나 병균과 접촉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거나 단축시켜 준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직장암 또는 결장암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통곡식, 특히 현미밥이 좋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섬유질로 식이요법을 할 때는 대장에서 수분을 많이 배설시키므로 물도 많이 마셔야 합니다. 섬유질은 소화가 되지 않고 많은 양이 대장에 도달하면 발효균이 곧 발효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때 생기는 가스가 축적되면 방귀를 자주 뀌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섬유질은 처음에는 하루에 적은 양(5-10g)부터 서서히 시작해서 점차 25-30g까지 늘려가는 것이 좋습니다.

“너는 밀과 보리와 콩과 팥과 조와 귀리를 가져다가 한 그릇에 담고 떡을 만들어 네 모로 눕는 날수 곧 삼백 구십일에 먹되” (에스겔 4:9)


농업 전문인·선교사




심정석 교수의 주방 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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