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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안 쓰게 해주세요, please!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11-13 11:15

 비 줄줄 내리는 계절 돌아왔습니다.

 그 동안 얼마나 풍요로운 햇살 누렸냐와는 전혀 상관없이 차가운 바람에 실려오는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그리 반갑지는 않은 게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 심정 아닐까 싶습니다. 오후 5시가 되면 저 만큼 와 있는 어둠과 친숙해져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오후 반 아이들 수업 끝날 즈음이면 벌써 밤이 문 앞까지 와 있습니다.

 엿가락처럼 늘어난 밤과 친숙해지기도 하고 또 느슨해진 자신을 다시 붙잡고 자극 받기 위해 버나비 교육청이 주관하는 유아교육 관련 수업을 하나 신청해서 듣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격증 따기 위해 학점을 모으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자연스럽게 자기가 일하는 곳의 이야기들이 나누어 지기도 합니다.
 
 같은 책상 제 곁에 앉은 이도 현장 경험이 저와 비슷하게 스무 해하고도 한참을 지났습니다. 스무 여섯 해째 되는 제 경력도 무어 그리 놀랄만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워낙 자기 분야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 많습니다. 그이가 내가 한국 사람인걸 알고 한 말입니다. 그 동안 자기가 일하는 곳에 있었던 한국 부모들이 교사에게 부탁한답니다. "제발 한국 말 안 쓰게 해달라고... 영어만 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그래서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습니다.

 언어 관련된 유아교육 워크샵에서는 늘 귀 아프도록 듣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모국어를 지킬 수 있게 도와주고 교사가 그들의 언어 몇 개 정도는 해서 그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그들 고유의 언어를 하나 더 가진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간단하고 아름다운 운율의 노래에 여러 나라 가사를 붙여서 부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 나라 고유의 민속적인 물건들을 공간에 진열할 수 있게 조언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늘 사용하던 언어를 다른 집단에 들어 왔다고 금방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가정에서 한국어만 사용했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튀어 나오는 것이 언어입니다. 그런데 자동적으로 나오는 말을 할 때마다 교사가 못하게 제지하게 되면 "아! 한국어를 하는 건 제재 받아야 하는 일이고 수치스러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근본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해, 그리고 부모에 대한 수치심으로 이어지는 일입니다. 그런 수치심을 일부러(?) 느끼게 해주라는 부모의 요구에 교사는 무지무지 괴로웠었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특히 같은 말 쓰는 아이들이 눈치 보면서 구석에서 소근거리면 가슴이 아팠다고..)
 저는 이렇게 부탁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난 아이에게 두 가지 언어를 다 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집에서 모국어를 사용해서 모국어의 기초가 제법 잘 다져져 있다. 이제부터 영어에 노출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힘들 텐데 가능한 좀 천천히 얘기해 주고 비언어적인 몸짓도 사용해서 대화해주기 바란다. 혹 무의식적으로 모국어를 하더라도 수치심 느끼지 않도록 좀 배려해주고 한국 친구랑 같은 말 쓰더라도 좀 이해해 달라~." 말입니다. 물론 부모의 생각이 저와 같다면 말입니다.

 모국어를 잘 하는 아이는 자랑스러운 아이입니다. 부모가 그걸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자랑스러움의 튼튼한 기초 위에 다른 언어를 받아들이고 익혀갑니다. 그들은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 있음을 믿어줄 때만 응답합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홈페이지 www.kidsvillage.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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