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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불 한 가족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2-13 17:40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16)

 힘없고 여리고 보송보송하고 아름다운 아가를 가슴에 받아 안고 처음 엄마가 되는 경이로운 순간이 지나면 가장 어려운 일이 닥칩니다.

 아기는 24시간 어두운 엄마 뱃속에서 이 밝은 세상으로 나왔으니 밤과 낮을 구별하지 못하고 때에 맞게 자고 깨는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깨어 배고프다는 것, 무언가가 불편하다는 걸 울음으로 알리지요. 엄마는 밤잠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밤이든 낮이든 잠 한번 달콤하게 자는게 소원이 됩니다.

 그나마 곁에 친정 부모님이든 친지가 있어 가끔이라도 도움 받을 수 있는 처지라면 환상이지요. 며칠만 못 자도 눈가가 시퍼렇게 죽어가면서 마치 좀비(?)처럼 변하는 얼굴은 제켜놓고서라도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는 괴로움에 시달리게 되지요.

 고문 중의 가장 견디기 힘든 고문이 잠 안 재우는 고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지독한 고문의 시간을 한 백일쯤은 지나야지 아기는 그제서야 내가 새롭게 살기 시작하는 세상에는 밤과 낮이 있다는 걸 구별할 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걸 축하하기 위해 백일 잔치들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 교육에 오는 엄마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언제부터 따로 자야 하는 가입니다. 전통적으로  이곳과 한국과의 차이가 정확하게 구분되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따로 떨어져 재우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곳의 문화와 곁에 같이 누워자면서 수시로 살 부대끼며 자는 한국의 문화가 다릅니다. 전통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그 나라 고유의 환경 영향을 받은게 많은데 이것도 어쩌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작은 공간에서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잠자는 온돌방 문화와 침대 문화의 차이. 하기야 요즈음 세상에 그렇게 두부 자르듯 정확하게 구분하는 일이 의미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여기 문화는 우수한 것이고 한국 것은 낙후된 게 아닌가…하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시점이 언제가 되었던 늘 숙제처럼 떨어져 재우려고 안간힘 쓰기도 합니다.

 

 함께 자는 것의 장점과 단점들 그리고 떨어져 자는 것의 장점과 단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는 다름일 뿐입니다. 틀리고 맞다 라고 결론지을 수 없는 일이지요. 함께 자면 아이는 엄마와 더 많은 피부 접촉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한 유대감 튼튼히 쌓게 됩니다. 떨어져 자면 독립심이 일찍 생긴다고 합니다. 요즈음은 함께 자는 아이에게서 더 많은 장점들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언제 독립을 선언하면서 떨어지려나 하며 더 끼고 있고 싶어 안달하는 늦둥이 엄마가 있는가 하면 울면 수시로 아이 방으로 달려가는 부지런함으로 100일도 안된 아이 다른 방에서 재우는 엄마도 있습니다.

 떨어져서 재우든 함께 자든 중요한 것은 엄마 자신과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는 일입니다. 그 집에 맞게 그 집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렇게 내린 결과가 가장 정확한 정답입니다.

 

 할머니 맘으로 조언하고 싶은 것은 그저 아이의 말랑거리는 몸뚱이 많이 만지며 그 행복감 충분히 즐기십시오. 그러고 싶어도 못할 때가 금방 옵니다.

 세월은 그렇게 훌~쩍 사라진답니다.

 저는 한방에서 십 년이 넘게 함께 자는 강아지 몸뚱이 만지며 그 말랑함 즐기는 걸로 손녀 못 만져보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만.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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