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는 샘을 만드는 시절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2-27 09:24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10)

일년에 가장 큰 행사인 싼타 잔치가 지난 금요일 있었습니다.

프리스쿨의 모든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그 가족들과 함께 옵니다. 그리 작지 않은 교실인데도 한 가득 사람으로 들어차 교실이 작은 느낌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기대하고 기다리던 선물 싼타에게 직접 받는 날입니다.

그걸 받기 위해 그 동안 참 무던히도 착해지려고(?) 애썼습니다.

올해는 단골 싼타 할아버지가 못 오시는 변고로 새 싼타가 오셨습니다. 아이들이야 얼굴 온통 다 가리고 눈만 보이는 싼타 할아버지가 작년과 똑 같은 싼타인지 아닌지 알리 없습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더 잘 속이기(?)-감동 먹이기 위해 리허설이 필요합니다.

싼타가 선물 포장에 적힌 각 아이들의 잘한 일, 고쳐야 할 점을 진짜 커다란 망원경으로 본 듯,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 천연덕스럽게 아이들에게 얘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 직접 부르고 잘 했던 일, 고쳐야 할 점 이야기해주는 학교에 오는 싼타는 진짜라고 철저히 믿습니다.

졸업생 동생을 보내는 엄마 한 분이 초등학생인 언니에게 물었답니다.

쇼핑몰이나 교회 등에 널려있는 가짜 싼타를 하도 많이 보아 왔기에 싼타가 진짜가 아니라는걸 알 나이도 됐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언니에게 물었답니다.

"키즈빌리지에 오늘 싼타 할아버지 오시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진짜일까? 가짜일까?"

언니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엄마! 다른데 있는 싼타는 전부 가짜야~ 그런데 키즈빌리지 오시는 싼타는 진짜야. 진짜가 아니면 내가 밥 먹을 때 돌아다니는걸 어떻게 아셨겠어? 그리고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선물 주실 때 손을 떨고 계셨어. 원래 할아버지들은 손을 떨잖아!"

그때 단골 싼타, 실은 행복한 임무를 부여 받은 졸업생 아빠가 전날 밤 꼬박 새도록 야근이라도 했는지..그래서 수족이 떨리도록 피곤했었는지..저도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졸업생 언니는 프리스쿨만 생각하면 언제나 행복하고 기분 좋답니다.

어느 날 엄마가 무슨 생각인가를 하면서 혼자서 씨~익 웃고 있었답니다.

그때 아이가 묻더랍니다. "엄마도 지금 프리스쿨 생각해?"

이 언니는 지금 불어 수업하는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한국어 영어 두 개 언어 기초 튼튼한 위에 또 다른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감으로 스스로 하겠다고 엄마를 졸라서 선택했습니다.

영어나 불어가 능통하지 못한 엄마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딸에게 네가 어렵거나 힘들면 언제라도 불어반에서 나와도 괜찮다고 늘 얘기 한답니다.

3학년인 아이는 조금은 버거워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영어 한국어 불어도 잘 하고 있습니다.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프리스쿨(3~ 5세) 연령의 아이들은 일생 최초의 기억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행복했고~ 재미있었고~ 즐겁고~ 신나고~

혹 실수를 하든 아니면 말썽을 부렸든 무슨 일을 하든 존재 그 자체를 인정받고 수용 받으면서 바르게 훈육 받고 교육 받은 아이들의 이 시기의 기억은 살아가야 할 긴 인생의 행로에서 어렵고 힘든 일 있을 때마다 위로와 힘 퍼 내주는 마르지 않는 샘 같은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들 많이 많이 만들어 주세요.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