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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 어린아이를 고소할 수 있을까요?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0-10 17:48

지난주 Garratt v. Dailey 라는 판례를 소개해 드리면서 어린아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법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일단 어린아이의 잘못이 고의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올지 상당한 확신” (substantial certainty) 을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너무 어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몰랐다면 고의적 불법행위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거가 고의적 불법행위가 아니라 과실” (negligence) 이라면 적용되는 법도 다릅니다. 과실이란 지난주에 소개해 드린 토트 (Tort) 의 한 가지 종류로서 부주의로 인해 타인에서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됩니다.

 

과실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하는데요. 그 중 한 가지는 피고가 원고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였어야 할 의무 (duty of care, 컬럼 15회 참고) 가 있었는지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정황상 피고가 원고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었다면 피고는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합리적 주의” (reasonable care) 를 기울였어야 합니다.

 

합리적 주의는 객관적인 개념으로, 만약 피고가 아닌 상상 속의 어떤 합리적 인물” (reasonable person) 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주의를 기울였을지 예측해보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과실을 판단할 때는 합리적 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데요. 그 대신 비슷한 또래에, 비슷한 지적 수준과 경험을 가진 아이” (child of like age, intelligence and experience) 의 기준이 적용됩니다. 이 기준은 아이의 상태를 많이 반영하기 때문에 합리적 인물의 기준보다 훨씬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성인에게 요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기준도 아이의 나이가 정말 어리면 의미가 없는데요. 조심해야 할 의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966년 온타리오주에서는 3살짜리 아이가 고소를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Tillander v. Gosselin). 이 아이는 유모차에 타고 있던 다른 갓난아이를 바닥에 내린 후 잡아끌었는데요. 갓난아이의 머리가 바닥에 부딯치면서 머리에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법원은 이 아이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는데, 그 이유는 아이의 나이가 너무 어려 자신의 행동에 따르는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조심해야 하는 의무조차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어린아이라도 위의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킨다면 충분히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어린아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서 승소를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약 그 아이가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법원의 판결을 집행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지요.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답은 기다리는 겁니다. 아이가 성인이 돼서 재산이 생길 때까지요. 보통 법원의 판결은 10년이 지나면 효과를 잃으니 때마다 갱신하는 걸 잊으면 안되겠지요?

 

*법적 책임면제고지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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