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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이야기 – 일방적 계약 (2)

이정운 변호사 piercejlee@hot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03-11 13:45

1996년 펩시콜라를 만드는 PepsiCo사(社) (이하 펩시사)는 Pepsi Stuff라는 마케팅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펩시콜라를 구매하는 고객은 펩시포인트라는 적립포인트를 모아서 펩시사에서 제공하는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물품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1995~1996년 사이 펩시사는 Pepsi Stuff를 알리기 위해 북미 전역에 대대적인 TV 광고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소년이 펩시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합니다. 이때 화면 하단에 “티셔츠 75포인트”라는 자막이 적힙니다. 이어 소년이 가죽 자켓을 입고 걸을 때 “가죽 자켓 1,450포인트”라는 자막이 나오고, 선글라스를 쓰면서 현관을 나설 때 “선글라스 175포인트”라는 자막이 적힙니다. 곧 화면이 바뀌며 한 고등학교 앞마당에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착륙하고 소년이 펩시콜라를 마시며 내립니다. 이때 화면 하단에는 “해리어 전투기 7,000,000포인트”라는 자막이 적힙니다.

얼핏 생각하면 7백만 포인트를 모으면 해리어 전투기를 준다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펩시 카탈로그에 이 물건은 없었습니다. 해리어는 영국제 수직 이착륙 전투기로 그 가격이 2천3백만 달러가 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웃어넘겼지만 시애틀에 살던 21살 경영대 학생 John Leonard는 달랐습니다.

당시 2L짜리 펩시콜라 한 병을 사면 1 펩시포인트를 주었으므로 7백만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는 2L짜리 펩시 콜라 7백만 병을 구매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도 계산상으로 이익이었지만 John은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펩시포인트를 직접 돈을 주고 사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펩시사는 원하는 물품이 있는데 포인트가 모자라는 사람들을 위해 펩시포인트 1점을 10센트에 판매했습니다. 15 펩시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John은 모자라는 699,985포인트를 위한 69,998달러 50센트에 배송료 10달러를 합쳐 700,008달러 50센트짜리 수표를 만들어 펩시사로 보냅니다. 이 돈은 주변의 친구들의 투자를 받아  마련했습니다.

이 수표를 받은 펩시사는 정중한 사과 편지와 함께 John의 수표를 돌려보내며 자사의 TV 광고는 그저 유머였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John 은 애당초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고 결국 뉴욕주 남부 연방지방법원(the US District Court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에서 소송을 시작합니다.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었던 이 소송은 펩시사의 승소로 끝나는데 그 이유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인 사람의 기준(reasonable person in objective standard)으로 펩시사의 TV광고는 일방적 계약을 위한 제의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지난회에 소개한Carlill v. Carbolic Smoke Ball Company와 비교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소송에 승소한 펩시사는 문제의 TV광고를 중단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자막의 “7백만 포인트”를 “7억 포인트”로 바꾸었을 뿐입니다.

*법적책임면제고지: 이 글은 법률 조언이 아니며 저자는 이 글에 대한 일체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법률 조언이 필요하신 분은 변호사를 찾으십시오.

 



이정운 변호사의 풀어쓴 캐나다법 이야기
칼럼니스트: 이정운 변호사
  • UBC 로스쿨 졸업
  • UBC 경제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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