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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정신건강"시리즈[6]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0-03-18 00:00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 “아이가 아파요!”

“아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요. 데이케어에 잘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어제부터는 아예 음식을 먹지도 못해요. 먹은 거 다 토하고, 자기도 겁이 나는지 아예 뭘 먹을려고 하지도 않아요.

두살 밖에 안되었지만 어른보다 더 많이 먹고 특히 간식보다 밥 먹기를 너무 좋아했던 아이였어요. 남편이랑 둘 다 일해야 하고, 그 동안 아이를 돌보아주시던 시부모님께서 한국에 가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아이를 데이케어에 맡겼는데… 너무 낯선 환경이니까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울어대고 떼를 쓰는 것이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했건만…

어제 밤에는 온몸에 열이 나더니 아이 얼굴이 반쪽이 되었어요. 데이케어에서도 아이가 비교적 잘 논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였나봐요. 우리 부부 둘 다 일해야 하고 시부모님께서는 몇 달 지나야 다시 돌아오시는데 아이는 이렇게 아프니까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이제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묻는 첫번째 질문은 무조건 “어디가?”이고 “나 학교 안 가! 안 가!”하고 마구 울어대요. 아침에 어디를 좀 나갈려면, 옷을 안 입겠다고 난리를 쳐서 주일에 교회 가는 일도 정말 만만치가 않아요. 제가 조금이라도 눈에 안보이면 난리가 나고, 아무 것도 못하게 하고, 하루종일 저하고만 붙어 있을려고 해요.

억지로 아이를 3주동 안이나 데이케어에 보냈는데… 아이가 너무 낯선 환경에서 마음의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닌지.. 아이가 이렇게 아프고 보니 정말 괜히 데이케어를 보냈다는 후회가 너무 되네요. 이제 갓 한국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와 너무 다른 사람들, 그리고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는 영어! 아이가 이렇게 몸살이 날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요”

 

불안(Anxiety)이란 ‘현재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상태로 신체적인 긴장의 증상을 나타내는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불안 중에, 앞에서 든 예처럼 어쩔 수 없이 부모나 그 동안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사람과 떨어져 어린 나이에 데이케어와 같은 낯선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에 아이들이 겪게 되는 불안을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부모와 떨어져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어쨌든 치르게 되는 과정입니다.. 아이를 떼어 놓는 것이 마음 아파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우리 부모님들 마음이고, 대부분이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차츰 적응해 갑니다.


하지만 앞에서와 같이 너무 어린 나이에, 더군다나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아이가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을 느끼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참아내야 하지만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표현되지 않는 감정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인지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 왜 자신이 갑자기 부모와 떨어져 학교에 가야하는 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을 떼어 보내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부모와의 헤어짐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과도한 행동으로 자신들의 분노나 좌절감이 표출되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분노나 좌절감 혹은 슬픔등과 같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두살 밖에 안된 아이, 이제 막 한국말을 배우며 의사소통의 즐거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 특히 김치를 좋아하던 아이에게 한국 음식을 싸줄 수가 없어 도시락도 캐나다식으로 싸줘야하는 환경. 낯선 사람,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 음식까지 이 모든 것들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인지 상상해봅시다. 그것도 한 두시간도 아니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이가 아픈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등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아이라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영문을 모르는 아이에게 나중까지 아이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리 불안’ 장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상황이 어쩔 수 없더라도 점차적인 환경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록 엄마와 떨어졌지만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아이가 익숙한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그래서 낯선 환경이 아이에게 하나의 익숙한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편 생각지 못한 상황으로 어려움이 왔을 때는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우선입니다. 다시 엄마에 대한, 부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의 감정을 감싸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가 안정될 때까지 아이가 힘들었던 시간보다 몇 배의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최우선의 안전한 환경이 아이에게 마음의 안정으로 신뢰의 마음으로 이어져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마음’칼럼
  칼럼니스트: ‘마음’칼럼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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