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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내 마음의 경품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0-01-10 00:00

김현아씨는 멋 내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입니다.  어느 날 직장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라 김현아 씨는 여느 때보다 좀 더 신경을 써서 옷을 차려 입고 출근을 하였는데 직장 동료이자 경쟁자인 이은정(가명- 31세)씨가 인사를 합니다.


“김현아씨! 오늘 멋있습니다. 아주 화려하시군요.” 

김현아씨는 이 말은 듣고 “감사합니다”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왠지 기분이 불쾌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 때 김현아씨가 불쾌한 감정을 느낀 것은 동료 이은정씨의 말이 순수하게 들리지 않았고, 이은정씨의 얼굴 표정과 말투에서 약간의 빈정거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불쾌한 감정을 갖는 것을 교류분석(TA)에서는 경품권(Trading stamp)을 수집했다고 합니다.

이 경품권(스탬프)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캐네디언 타이어에서 상품을 살 때 덤으로 케네디언 타이어 머니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에 쇼핑 할 때 현금을 대신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함입니다. 

이렇게 모은 상품권, 즉 스탬프를 어떤 용도로(즉 무엇을 살 때) 쓸 것인지는 모은 사람의 마음대로 인 것은 물론입니다.

단지 교류분석(TA)에서 경품권은 캐네디언 타이어에서의 현금교환 과는 다른 심리적 경품권입니다. 심리적 경품권에서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감정을 교환하면서, 그 결과를 좋을 때는 ‘금색경품권’을, 나쁠 때는 ‘회색경품권’을 수집하게 됩니다. 우울한 감정을 수집할 때는 ‘청색경품권’, 분노와 적대적 감정으로써 ‘적색경품권’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품권이 어느 정도 축적이 되면 사소한 감정의 동요를 계기로 갑자기 경품교환을 요구하게 됩니다. 즉 참아왔던 감정을 어느 순간에는 폭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게임을 하여 경품권을 모으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 경품권을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일까요?

만약 김현아 씨가 어릴 적부터 ‘I am not ok, You are ok’의 인생태도를 가지고 계속 살아왔다면 그러한 자신의 인생태도를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이은정씨의 반응은 예의 바른 말이었지만 김현아씨는 그녀의 표정이나 어투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녀가 예상한 빈정거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김현아씨는 자신만의 불쾌한 감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여 회색 경품권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 평소에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던 다른 동료에게도 같은 인사를 받습니다. 아침부터 옷에 관련된 불쾌한 감정을 수집한 터라 김현아씨는 점점 옷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하고 행사가 끝날 즈음에 하루 종일 놀림을 받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평소에 자신을 잘 따르던 직장후배가 “언니, 오늘 너무 멋있어요!”하고 인사를 하자 김현아씨는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멋있긴 뭐가 멋있어, 너까지 왜 그러니?”라며 퉁명스럽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한 후배는 어리둥절할 뿐이고 김현아씨 자신도 큰 소리로 화를 낸 것이 후회스럽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김현아씨는 차곡차곡 회색경품권을 모아놨다가 후배에게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경품권 교환을 한 것입니다.

 김현아씨의 경우처럼 경품권(스탬프)을 수집한다는 것은 언젠가 교환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를 청산하지 않으면 마음의 평온을 가질 수 없으므로, 회색경품권은 어떤 방법을 이용하든 빨리 교환해서 그와 같은 ‘부적응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아씨는 이은정씨로부터 모은 경품권을 후배에게 화를 냄으로써 사용하고 말았지만 때로는 더 차곡차곡 모았다가 이은정씨 본인에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마음에 맞는 다른 동료와 술을 마시면서 흉을 보는 것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그러다가 지나치게 취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지요) 혼자 피트니스에서 열심히 복싱 볼을 두들기면서 경품권을 날려보내기도 합니다.

 TA의 목적 중에 하나인 “자율성을 갖는다”하는 것에 비추어 보면 “자기의 감정은 자기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타인의 감정에는 책임을 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경품권이 모였다고 느껴지면 얼른 청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경품권을 버리는 8가지 단계로 감정 추적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기분이 상한다 ->어떤 감정인가? ->어느 부분이? ->누가 그랬어? -> (PAC) 중에 무엇으로? ->왜?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후 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지? 순입니다.

김현아씨 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처음에 이은정씨로부터 인사를 받은 김현아씨는

1. 기분이 상했습니다.

2. 이 때 어떤 감정이었을까요? 경쟁자인 이은정씨의 옷차림도 만만치 않게 좋다는 것이 질투심을 유발했습니다.

3. 어느 부분이? 오늘 따라 유난히 신경을 써서 입은 김현아씨는 우아함이 돋보이는 이은정씨의 옷차림에 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4. 누가 그랬어? 경쟁자인 이은정씨가 밝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언니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5. PAC (앞의 칼럼을 읽으신 독자라면 이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의 어떤 부분이지요? 어린이 자아가 활동을 하는 순간입니다.

6. 왜 어린 시절에 언제나 돋보이는 언니가 생각나자 I’m NOT OK느낌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7. 김현아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바로 어른 자아를 활성화해서 어린 시절에 언니로부터 느꼈던 감정을 불러 오는 것을 중단하고 이은정씨의 인사를 예의 바르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8. 이 후에 김현아 씨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이런 불쾌한 감정이 들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을 함으로써 경품권을 모으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불쾌한 감정들을 모아서 감정을 폭발하는 방법으로 심리적 경품권을 교환하기보다는 “모였구나”느끼면 빨리 청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금색 경품권을 모음으로써 항상 즐거운 감정을 경험하고 내가 금색경품권을 모으는데 도움이 된 나의 주변사람들에게 칭찬이나 인정, 지지 등으로 금색 경품권을 돌려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쓴이: 강 계 숙 (전문심리상담 카운셀러(CMC), TA전문 카운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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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604-583-6568 (or 604-626-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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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아름다운 상담센터 ‘마음’칼럼
  칼럼니스트: ‘마음’칼럼
  • BC주 임상카운셀러 협회의 등록회원을 중심으로 김미라 소장을 비롯한 10명의 심리상담 전문 카운셀러로 이루어진 한인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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