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국제 영화제가 다음달 1일부터 16일까지 열립니다. 올해로 28번째인 밴쿠버 영화제는 80개 나라에서 온 360개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노칠 수 없는 기회입니다. 물론 그 중에는 한국 영화도 있습니다. 외국에서 영화제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야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이국땅 영화관에서 외국 사람들 틈에 앉아 우리말 영화를 보는 재미는 정말 솔솔합니다.
다른 나라 말로, 특히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며 내내 화면보다는 말 소리에 더 신경을 쓰면서, 남들 웃을 때 혼자 뻘쭘한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번에 반대로 남들은 자막이 나온 뒤에야 반응을 보일 때 혼자서 먼저 알아듣는 쾌감이 얼마나 짜릿한지 아시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초청된 한국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준 감독의 <김씨표류기>,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Breathless)>,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 장건재 감독의 <회오리바람> 이렇게 6편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이미 한국에서 상영되어 크게 박수를 받은 작품이고 홍상수 감독의 예술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터, 아마도 이 두 작품이 가장 주목 받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똥파리>가 있습니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는 양 감독이 혼자 대본쓰고 감독하고 주연까지 한 영화로서 그야말로 독립영화의 표본 같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미 해외영화제에서 16번이나 상을 받았습니다. 뭐 상을 받았다는 것이 좋은 영화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상 받은 영화가 상 못 받은 영화보다 형편 없는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어쨌든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영화 대사의 90%가 욕이라고 하니 아마도 위에서 말한 외국에서 우리말 영화를 보는 쾌감이 아주 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작 보고 싶은 영화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단편영화들이죠. 한국에는 <한국영화 아카데미>라고 하는 유명하고도 권위 있는 영화학교가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많은 감독과 영화인들이 이 학교 출신입니다. 그런데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아카데미> 창립 25주년을 기념하여 단편영화 모음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모두 9편의 단편영화를 묶어서 보여주는데요,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포함하여 그동안 한국영화 아카데미의 졸업작품 가운데 우수한 작품을 모아서 보여준다고 하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단편영화를 보실 기회는 별로 없으실 텐데 영화를 진정으로 좋아하신다면 말 그대로 꼭 보셔야할 영화입니다. 그런데 왠 일인지 이 뜻 깊은 일이 별로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러고보면 밴쿠버 국제 영화제 자체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인가 했던 한국영화제도 그저 아는 사람만 아는 채로 지나가버려서 아쉬었는데, 남의 나라에서 제 나라 영화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밴쿠버 국제 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무슨 영화가 언제 어디서 하는지 확인하시고 표를 사서 가시면 되는데요, 간혹 몇 몇 영화들은 표가 금방 동이 나버리는 수도 있으니 서두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표값은 무슨 영화든 11불 짜리와 8불 짜리가 있습니다. 아마도 낮 시간에 가시면 싸게 보실 수 있는 것 같구요, 묶어서 사시면 더 싸게 사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에 상영하는 한국영화 중에 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뭐 볼 방법이 일단 없지요. 그래서 모두 다 보고 싶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라 많이 보지는 못할 것 같고, 고르자니 선택이 어려워 고민입니다. 그러나 무슨 영화를 볼까 하는 고민은 다른 고민에 비하면 그야말로 달콤한 고민이지요. 여러분도 저와 같이 고민을 한 번 해 보시지요.
밴쿠버 국제 영화제 홈 페이지
www.viff.org
교육방송 피디(PD)협회장을 역임했다.
2001년 미국 Chapman University Film School MFA 과정을 마쳤고
서울예술대학 겸임교수를 지냈다
칼럼니스트: 배인수 | Tel:604-430-2992 | Email: bainsoo@yahoo.com |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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