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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를 바탕으로 둔 연주자 #11-2: John Scofield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8-15 00:00

이번 주는 지난 주에 이어 블루스를 바탕으로 둔 연주자 John Scofield를 소개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그는 Pat Metheny, Bill Frisell그리고 Mike Stern등과 함께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재즈기타계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70년대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낸 그는 80년대 재즈 거장 Miles Davis와 함께 하면서 일약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지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재즈 기타리스트중 한명이다.

오늘은 그의 프로필과 화려한 경력이야기는 그만하고 가장 중요한 그의 연주에 대해 이야기하자. 필자가 감히 생각하기에 그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재즈기타리스트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기타리스트가 자기표현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는 음악을 들을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연주자의 자기표현이다.  ‘기타’f라는 악기는 재즈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표현력이 가장 약한 악기중 하나이다. 재즈라는 장르에서 기타리스트가 변화무쌍하고 순간의 솔직한 자기표현을 하는 것 매우 어렵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트럼펫이나 색소폰같은 ‘리드(Lead)악기’를 따라가 쉽지 않다.)

예전 칼럼에서도 소개했던 Wes Montgomery가 가장 크게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어떤 이론적인 연주 또는 John Coltrane의 연주처럼 어떤 ‘획’을 그어서가 아니다. 단지 기타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큰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John Scofield는 ‘락’과 ‘블루스’라는 장르를 입혀서 자기이야기를 완벽하게 해 내는 몇 안되는 재즈기타리스트 중 한명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Lenny Breau와 함께 Wes Montgomery이후 새로운 재즈기타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주자가 아닌가 싶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그는 재즈위에 락과 블루스라는 옷을 입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흔히 재즈락(Jazz Rock)이라고 구분짓는 사람들이 있다. 락이나 블루스에서 늘 들을 수 있는 ‘Overdrive’ 이펙터를 사용하고 재즈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bending’ 기술을 즐겨사용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화성중심의 연주라 할 수 있는 세로적 접근이 아니라 멜로디와 프레이즈 중심의 가로적(horizontal)접근을 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혹자는 그가 화려한 화성과 이론을 바탕으로 음악을 풀어가는 연주자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커다란 음악의 아웃라인은 분명  Horizontal Approach에 있다. 그럼에도 그의 세로적 접근이 늘 크게 주목을 받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워낙 적절할때 터저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아주 넓은 하얀색 바탕에 아주 작은 검정색 ‘점’을 아주 적절한 곳에 적절한 양으로 그렸기에 그 작은 검정색만 보이는 것이다.

많은 팬들이나 재즈 매니아들이 생각할때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고정관념때문에 재즈연주자들이 모든 이론을 연주에서 소화한다고 잘 못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론의 아무런 바탕없이 재즈를 한다는 것이 21세기 현시점에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일단 연주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이론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아니 진정한 음악을 위해선 꼭 잊어버려야한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연주자가 바로 John Scofield다. John Scofield의 연주를 이론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는 그의 연주가 이론에 맞든 틀리든 상관없이 그저 연주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의 연주를 실제로 면밀히 분석하면 이론에 맞지 않은 ‘음’들이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틀린 연주’가 참 듣기 좋다. 그가 상황에 느낀 것을 그대로 연주로 반영했기때문이다.

그렇다. 음악에서 특히 재즈라는 즉흥성이 가장 요구되는 장르에서 순간 자기의 느낌을 반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음악이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자기자신을 그대로 연주로 반영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쉽다면 아마도 모두가 John Scofield나 Wes Montgomery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그것을 하기위해 이론공부를 하고 엄청난 양의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 때론 나를 반영시키기위해 이론을 뛰어넘는 그러니까 이론과 과정을 지배할 수 있는 담대함까지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담함은 갑작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공부와 연습량 그리고 수십년의 경험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믿는 자신감과 용기에서 온다.

많은 이들이 John Scofield의 음악을 사랑하고 또 연주자들은 그의 연주를 따라한다. 물론 사랑할 수도 있고 그의 연주를 모방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내가 오늘 John Scofield를 소개하면서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그를 좋아하고 모방하는 단순한 수준이 아니라 그가 자기언어를 가지고 자기 말을 또박 또박 할 수 있는 과정과 배경 그리고 그의 노력이다. 그는 자기 언어로 자기 말을 하기 위해 실제로 루머처럼 앙상블 시간에 쫐겨났을 수 도 있다. 또 교수들에게 이른바 “괴씸죄”로 학교를 자퇴했을 수도 있다. 수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반영’이라는 예술의 가장 기초적인 것에 그는 늘 충실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 해 많은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자기반영이라는 아주 원초적인 예술의 목적에 얼마나 많은 시간할애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음악 이론도 그의 화려한 장비도 아니고 평론가들의 어려운 평론도 아닌 ‘그것’을 이해해야 John Scofield를 이해 할 수 있다.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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