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메스와 양약 그리고 침과 풀 뿌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5-15 00:00

한국에서 홀로 사업을 벌이던 분이 간경화에 걸리어 양방으로는 더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양의사의 선고를 받고는 예후를 준비하기 위하여 가족들이 생활하는 이 곳 밴쿠버로 돌아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필자를 찾아 왔다가 3개월 치료를 받고는 완치가 되신 분이 어느날 출산을 1달여 정도 남겨둔 딸을 데리고 찾아왔다. 이유인즉 출산을 1달여 정도 남은 지금까지 태아가 머리를 아래로 돌리지 않아 수술을 하기로 하였는데 혹시 수술을 안하고 아이를 정상적으로 자연분만을 할 수는 없을까 하여서 이다. 이미 이 부인은 아이를 셋이나 낳은 분이다. 이런 상태로 자연분만을 시도하면 필히 난산으로 태아와 엄마 모두가 생명이 위태할 것이다. 많은 분들은 생각을 할 것이다. 무슨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이야말로 서양의학의 축복으로 수술을 해야만 두 생명을 모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신묘한 동양의학이라 한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아버지와 함께 온 딸 또한 아버지의 성화에 마지 못해 따라 온 모습이다. 전혀 가망이 없는 간경화가 치료된 것을 옆에서 보았기에 그나마 따라 온 것이다. 진찰을 다 하고서도 약을 먹을 생각을 안 한다. 전혀 믿음이 없는 것이다. 필자 또한 눈꼽만큼도 권할 생각이 없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 아버지가 여러 차레 권한다. 이왕 왔으니 약이나 일주일치 지어가서 먹어보면 좋겠다고. 문을 나서던 딸이 마지 못해 응하고 약을 지어 갔다.

잊어먹고 지내던 어느날 한남슈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 부모님과 딸과 간난아이가 함께 장을 보러 왔다고 하면서 약을 지어가 복용한지 3일이 되니 아이가 돌아와 자연분만하여 이렇게 건강하게 크고 있다고 아이를 보여준다. 메스를 전혀 쓰지 않고 풀뿌리 만으로 정상분만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할아버지들은 몇 천년전부터 정확하게 모든 질병을 치료하여 왔던 것이다.

 

하루는 예약도 없이 20대의 젊은 백인 부인이 한의원을 찾아 들어왔다.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배가 불러 임신인 것을 한 눈에도 알 수가 있었다. 매끄럽지 못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보니 이미 출산예정일이 지나 촉진제를 맞았는데도 별다른 신체의 반응이 없어 수술을 하기로 하였는데 결코 수술을 받기가 싫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침으로 아이를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찾아 왔다는 것이다. 아이는 아주 건강하다고 한다. 배도 많이 부르고 임산부도 매우 활기차고 건강한 모습이다. 이 또한 많은 분들이 동양의학으로 별 수가 있을까 생각할 것이다.

침을 다섯번을 치료하기로 하고 미리 돈을 받고는 치료를 하였다. 침을 두 번 맞고는 다시는 오지를 않은 것이다. 미리 낸 돈도 있는데, 궁금하기도 하였는데, 같이 지내던 제자가 “선생님 반드시 아이를 낳았을 것입니다. 연락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기에 잊어먹고 지내던 어느날 그 백인부인이 간난아이를 유모차에 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두 번째 침을 맞고 돌아간 날 양수가 터져 바로 그날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오늘 온 것은 출산 후 종종 생기는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이 있어 이 또한 동양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하여 찾아 왔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는 진찰을 해보니 부인이 임신 초기에 입덧이 심하여 거의 먹지를 못하였고 그 후로는 부인의 업무가 과중하여 극도의 과로에 시달린 것이다. 당시 얼굴이 아주 초췌하고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이로 인하여 아이가 출산일이 다 되어도 나올 기운이 없어 준비를 못하는 것이다. 마치도 봄이 와도 계속하여 추운 날씨가 지속되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반대로 봄이 일찍 오면 꽃 또한 일찍 피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사람의 몸 또한 같은 것이다. 봄은 되었지만 기운이 부족하여 꽃 피울 준비를 할 수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태아에게 크게 기운을 돋우는 처방을 하니 바로 기운을 차리고 머리를 내리고 출산준비를 하는 것이다.  «황제내경»에는 세상만사의 이치는 모두 똑 같은 것이라 되어 있다. 이 태아에게 봄은 되었으나 봄은 오지 않았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진찰을 해보니 임산부나 태아 모두 건강하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출산예정일이 넘었는데도 전혀 출산준비를 안 하고 있는 것일까? 임산부는 날씬하고 단단한 근육질에 기운이 넘치는데 몸체에 비하여 배가 너무 부른 상황이었다. 이렇게 태아가 너무 크게 되면 하복부를 지나는 경락들을 짓누르게 되어 제대로 생명의 기운이 소통되지를 못하여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비근한 예로는 임산부가 오줌을 제대로 누지 못하거나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비대해진 태아가 방광경을 짓누르면 소변을 못 보게 되는 것이고, 신장경을 누르게 되면 신장경락의 기운이 혀로 올라오기에 말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아이를 출산한 후에도 소변을 제대로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아이가 지금 출산에 관련된 제반 경락을 짓눌러 우리 몸의 신호체계를 받을 수가 없고, 소통되지가 않아 몸과 태아 모두 출산준비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출산과 관련된 제반 경락을 침으로 뚫어주니 바로 태아와 몸이 신호를 받고 움직여 바로 출산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전자와 같이 태아가 머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잘 못되어 양수가 터졌다면 바로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물론 이런 급한 상황에서도 강력한 침으로 아이를 돌려 정상적으로 낳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면 천하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는 그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동서양의학의 패러다임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도 이와 잇몸과 같이 인류의 건강을 위하여 함께 가는 것이다. 주변의 친지들에게는 어떤 상황 어떤 경우든 한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고한다. 한의사는 양방과 한방을 모두 가르쳐 배양되었기에 가장 최선의 방법을 조언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에서는 정식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에게는 양의사와 동일하게 양한방 모든 처방권과 시술권까지 주어진다. 그러나 양방의사는 오로지 자기의 길 밖에 모르기 때문에!



신비한 동양의학의 세계로
  칼럼니스트: 김동영 | Tel:604-430-2992 | Web: www.darvit.com
  • 달빛한의원 원장
  •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영학과 졸업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 북경중의약 대학 본과 졸업
  • 북경중의약 대학 대학원 수료
  • PCU한의과 대학 교수
  • BC침구사,한의사
  • 저서:화제내경, 이 땅에 한의학은 없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