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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중년 남성들에게 닥친 힘겨운 도전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9-03-22 00:00

젊은 시절 여성해방론에 심취했었던 내가 권위적인 중년 남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밴쿠버의 이민자들을 상담해드리면서 얻은 나의 경험 탓이다. 생활을 꾸려가느라 애쓰는 동시에  가족들의 존경과 사랑에 목말라하는 남성들의 힘겨운 모습을 밴쿠버에서는 더욱 자주 접하게 된다. 이민사회의 중년 남성, 무엇이 그들의 삶을 쉽지 않게 하는가.
최근까지도 한국 남성들의 가족 안에서의 역할은 돈을 벌어오는데 있었다. 한국 남성들이 부양자로서의 역할에 매달리는 만큼이나 한국의 여성들은 자녀양육자라는 역할에 강하게 매달려왔다. 한국가족은 이렇게 관계보다는 역할완수를 통해 가족이라는 틀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틀이 분명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기러기가족이다.
한국에서는 남성들이 가족의 주부양자로서, 가장 사회생활의 경험이 많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가족 안에서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부장에 대한 존대를 하는 유교적 가치관도 그 권위를 지지해주었다. 그런 환경에서 남성들은 부부간의 갈등이나 자녀와의 대화문제 정도는 출근하면 잊어버릴만큼 별문제가 아니었다.
이민을 왔다. 사회에 대해 물정을 모르기는 남편이 아내보다 나은 것이 없고, 예전보다 벌이도 시원치않다. 예전에 하지 않던 험한 일을 하면서라도 가족을 부양하고자 하는 남편의 모습이 고마와야 하는데 아내들은 그 남편이 보잘것 없어 보이기 시작한다. 아내들의 이런 냉정한 반응은 이민 이전의 부부관계가 어떠했느냐에 다분히 달려있다. 한국에서 남편들이 관계에 투자한 만큼을 되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중년의 나이가 되면 가정 안에서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이민사회에서는 막상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하면 남편보다 아내가 더 쉽게 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 그래도 언어장벽에, 비지니스 문제로 위축되어 있는 남편에게 아내의 냉정한 한마디는 남편에게 큰 상처가 된다. 상처받은 남편은 다시 아내를 향한 원망과 미움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너무 바빠 관계의 개선은 꿈도 못꾸고 죽음같은 삶을 살아간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보호법이 남다른 이 나라에서 우격다짐으로 남편의 권위를 확인시켜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잘못하면 부부싸움 중에 911로 신고당해 처자식 앞에서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수도 있다. 남성들은 이 점을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한다.
서로 상처주고 무시하고 미워하는 고통스러운 부부관계를 자녀들은 잠잠히 목격하고 있다. 이민의 첫번째 동기가 되었던 ‘자녀’ 들에게 부모들은 이민으로 인해 가장 안 좋은 경험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민사회에서 아내들은 더 이상 예전의 약자가 아니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인정과 사랑은 그 어느 때보다 이 곳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남편들은 이런 변화된 상황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삼으면 어떨까. 지금까지 천착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감정, 관계, 삶의 의미, 겸손함 이런 부드러운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변화시켜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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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칼럼니스트:조은숙
  • 석세스의 가족지원 및 심리상담프로그램 담당자
  • 김은주/써니윤
  • 영유아발달 프로그램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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