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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색깔(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8-09-05 00:00

지난 일주일 동안 무척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나 스스로가 나만의 색깔과 뚜렷한 음악적 가치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는데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 법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내 모습이 사실 너무 위선적이란 생각을 했고 그렇다고 이미 시작한 주제의 글을 중간에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글을 독자들은 나와 함께 자기만의 ‘색깔’ 또는 ‘창의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많이 부족하더라도 넓은 마음을 가지고 글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몇 주 전에 우연히 Robert Root-Bernstein과 Michele Root-Bernstein이 함께 쓴 ‘생각의 탄생’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인간의 창의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침 책 속 ‘추천의 글’에서 이어령 교수는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라고 한다. 다시 이야기하면 창의성과 색깔의 문제는 방법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이 교수의 이런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이 책은 수많은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방법을 칼럼을 통해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책 속의 빼 놓을 수 없는 몇 가지와 내가 지난 짧은 시간 동안 느끼고 또 노력해야 할 부분만 다루려 한다.

음악을 비롯 모든 예술문화 역시 경험(Experience)이 가장 큰 자산이다. 인간은 경험에 크게 지배 받는 동물이라 경험 없이 예술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떠한 감정적인 순간이나 아님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 또는 예술적 표현 역시 자신이 한 모든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경험은 공연경험 또는 전시 경험은 물론 인생 경험까지 아주 포괄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을 아주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화예술분야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순간 한 순간의 경험을 보다 더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가 작던 크던 어떤 경험을 할 때 순간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관찰이라는 과정을 시작으로 한다. 간단한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머리모양, 말투, 그리고 인상 등을 관찰한다. 또, 유럽여행을 간다고 가정하자. 새로운 모습과 풍경을 관찰하면서 천천히 그 문화 속에 젖어 들어가지 처음부터 어떤 대단한 경험과 느낌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장르 또는 아주 독특한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음악의 세부적인 것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 음악이 내게 주는 청각적인 정보 또는 감성이 어떤 것인지 대충 느끼면서 천천히 친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이런 관찰의 단계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단순히 경험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기록은 보다 더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이다. 기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는 형상적인 행위가 있고 그 순간 느낌을 시 또는 글을 쓰는 행위 또는 음악이라는 청각적인 방법이 있다. 물론 인간이 가지고 있는 5가지 ‘감’ (청각, 시각, 미각, 후각, 촉각) 모두의 방법으로 기록하고 보전하면 좋지만, 안타깝게도 시각적인 행위가 가장 이동성이 있고 반영구적이라 우리는 시각적인 방법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청각적인 음악이나 또는 소리를 녹음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아무튼 이런 기록은 경험을 보다 더 구체화 시키고 또 그런 경험 속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큰 행위의 방법이다.

더 많은 양질의 경험은 더 많은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더 구체적으로 알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악이나 또는 예술활동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다. 내가 나의 삶을 보면 매우 단조로운 것을 알 수 있다. 생활이 거의 매일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고 만나는 사람 역시 생각 외로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아주 익숙한 삶과 친숙한 시스템 안에서 나를 찾는 데 굉장히 무성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순한 삶은 나를 찾고 발견하는데 굉장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이런 무성의함은 나만의 색깔을 표현하는데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여행은 물론 자신이 평소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여러 다른 커뮤니티 속의 나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더 많은 양질의 경험은 바로 열린 마음(open-mind)에서 시작된다. (다음 주에 계속)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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