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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연주자의 인생 그린 ‘모베터 블루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7-04-23 00:00

영화 ‘모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는 재즈음악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영화이다. 흑인 영화감독으로 미국내 인종갈등을 비롯한 여러 많은 사회문제를 비판하기로 잘 알려진 스파이크 리(Spike Lee)가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은 덴젤 워싱턴, 그리고 조연은 웨슬리 스나입스가 각각 맡았다. 어느 흑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의 인생을 그린 이 영화는 많은 재즈연주자뿐 아니라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개봉 당시 1600만달러의 큰 흥행수익을 기록한 성공한 영화이다. 영화 음악은 윈튼 마살리스(Wynton Marsalis)의 형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가 맡았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의 인생을 그린 작품인 만큼 영화는 재즈의 메카인 뉴욕에서 촬영됐다. 뉴욕 맨하튼 거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과 많은 재즈 클럽이 운집한 밤거리 모습은 재즈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또, 맨하튼과 주위 여러 위성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와 차량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 등 뉴욕만이 가지고 있는 웅장하면서도 예술적인 모습은 영화 속의 재즈 분위기를 더욱 더 살린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주인공 블릭(덴젤 워싱턴)이 뉴욕 메츠 모자를 쓰고 야구를 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등 영화는 뉴욕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아주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어려서부터 트럼펫을 부는 주인공 블릭은 재즈의 중심 뉴욕에서 이른바 가장 잘나가는 연주자로 손꼽힌다. 잘나가는 여러 다른 음악인들과 같이 그는 오로지 음악에만 집념한다. 심지어 여자와의 관계에서도 정신적 사랑보다는 육체적 사랑만이 있을 뿐 음악만이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한 여자가 아닌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블릭은 자신과 함께 연주하는 동료 색소폰 연주자(웨슬리 스나입스)와도 많은 갈등을 빚는다. 음악적으로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갈등을 겪고 또 여자관계에서 역시 서로 갈등하게 된다.

주인공이 경험하는 또 다른 갈등은 돈 문제이다. 늘 그렇듯, 음악을 하면서 재즈클럽 업주와 매니저 그리고 연주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원인은 다름이 아닌 돈이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예술적 영혼을 갈취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업주는 철저한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모든 일을 대하며 중간 매니저는 둘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는 아주 전형적인 갈등의 구조가 이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결국 영화 후반부에서 주인공과 매니저 그리고 업주의 관계는 좋지 않은 결과로 매듭되어 지고 블릭 역시 음악활동을 완전히 접고 새로운 인생을 모색한다.

이 영화는 재즈 연주자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것을 아주 잘 표현한 영화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는 연주자이지만, 돈과 여자 그리고 동료와의 갈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마치 마약과도 같은 것에 도취되어 평생 그런 갈등 속에서 살아가는 음악인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주인공은 영화 후반부에 음악대신 사랑을 위해 옛 애인을 찾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져 과거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관걕들에게 보여준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나가는 재즈연주자들이 겪는 여러 갈등을 전하는 그런 영화이고, 필자와 같은 전문 연주자들에게는 어떠한 것이 가치있는 음악인의 삶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테렌스 블랜차드의 음악은 이 영화를 본지 15년이 지난 필자의 귀에 아직도 생생히 기억된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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