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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바이올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7-04-10 00:00

‘레드 바이올린(The Red Violin)’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1999년 라이온스 게이트 프로덕션에서 몬트리올 출신 프랑소와 지라르(Francois Girard) 감독의 지휘하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음악영화이며 이곳 캐나다 예술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음악인들에게 크게 사랑받는 영화이다. 존 코릴리아노(John Corigliano)가 영화음악을 담당했고 조슈아 벨(Joshua Bell)이 바이올린 연주를 맡은 사운드트랙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여러 영화가 있지만, 음악과 악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681년 이탈리아의 어느 한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 사망한 아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혼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바이올린을 죽은 아내의 피로 만든다. 이 악기는 자신의 아들에게 주어지고, 이후 어느 바이올린 영재에게 넘겨진다. 시간이 흘러 1700년대 후반에는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집시에게 악기가 넘겨지고, 19세기에는 영국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손에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악기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1966년에는 중국 상하이의 어느 여성 연주자에게 주어진다. 당시 문화혁명을 하고 있던 중국에서 온갖 시련을 경험한 이 악기는 20세기 후반 몬트리올 어느 악기 경매장에 나오면서 그 존재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인다. 지난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악기가 경험한 것과 쌓아온 내공들이 줄거리인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긴장감이 넘친다.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꼭 있어야 할 주인공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주연배우가 없는 아주 특이한 영화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주인공이 조연배우와 함께 출연, 사건을 통한 갈등과 해소의 반복으로 절정에 도달하면서 마무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나 이 영화에서 꼭 주인공을 말한다면 영화 제목인 ‘레드 바이올린’이다. 신기하게도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이 악기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만들고 관객을 긴장시키는 것을 보면서 프랑소와 지라르 감독의 큰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도 악기라는 것이 보기에는 아주 수동적인 물건이나 사실 얼마나 능동적으로 인간의 삶을 바꿔놓는지를 알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좋은 예를 담은 작품이라고 필자는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영화처럼 실제로 좋은 악기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광이 난다. 아무리 유명한 회사에서 비싼 신제품을 발표하더라도 시간과 정성이 쌓이고 또 철학이 깊은 연주가 담긴 악기와는 비교가 될 수 없다. 영화에 나오는 ‘레드 바이올린’ 같은 악기는 실제로 경매에서 부르는 게 값이다. 한 사람의 혼과 정성이 담겨있는 그런 악기들은 다른 물건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또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라르 감독이 음악과 악기에 대한 이해가 아주 깊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과 악기를 잘 모르면 장면마다 배우들의 감정묘사와 사건 전개 등이 그렇게 매끄럽게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 많은 음악연주자들을 감동시키는 그의 영화에 큰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필자가 영화에 대해 그리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지라르 감독의 예술관과 영화에 대한 깊이 등이 무척 궁금해졌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주제인 ‘악기’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나타낸 작품이다.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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