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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2-12 00:00

지난 여러 주 동안 음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짚어보았다. 첫째, 음악은 지난 반세기동안 음악교육의 핵심이었던 'Music Education as Aesthetic Education'이라는 이른바 심미적인 교육으로 인간의 감성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둘째로 음악은 인간의 7가지 지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셋째로 학습효과를 높이는데 음악이 실제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좀더 사회적이고 공적인 혜택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싶다.

과거 미시간 음대 학장이었고 미국 음악교육자협의회 회장이었던 폴 레만 박사는 여러 연구를 통해 음악이 좀더 성숙한 민주 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의 길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축구 경기에서 어느 한 사람의 탁월한 실력보다는 11명이 팀워크를 통해 경기를 이끌어 나가듯이 음악 역시 4명에서부터 수십 명에 이르는 연주자들이 호흡을 같이 해야 좋은 음악이 나오므로 이런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는 레만 박사의 주장을 대충 짐작할 만하다,

좋은 음악을 연주하게 되려면 개개인의 노력과 집단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음악에는 기본적으로 박자, 멜로디, 그리고 하모니라는 세 가지 영역이 있다. 모든 악기가 이 세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악기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드럼 같은 타악기는 리듬을 맡고, 기타나 피아노는 주로 화성을 다루며 트럼펫이나 색소폰 같은 관악기는 멜로디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듯이 음악에서도 서로 다른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음악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조직의 공동 목표를 위해 각자 맡은 임무를 충실히 해나가는 공동체 의식의 바탕에서 이루어진다.

한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자. 각자 내 임무만 다한다고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합주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연주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자신의 연주와 함께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서로 다르지만 공동의 목적을 위해 상대와 나와의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타협점은 한 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주 같이 연주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양보할 때 찾을 수 있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민주사회에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가장 중요한 토론이라는 과정이 있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앞으로도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혜택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같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 두 사람이 모이면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이른바 'public' 이라는 '공(公)'의 개념이 생긴다. 태어날 때부터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공적인 시간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든 혜택을 개인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먼저 내가 '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후 개인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음악은 이런 '공'에 대한 의식과 책임감을 길러주고, 좀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많은 기회와 훈련을 시킨다. 한번 해 볼만하지 않는가?

이 상 준
intothejazz@paran.com
blog.paran.com/intothejazz



이상준 음악칼럼
이상준 글쓴이는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작편곡을 전공했고 캐필라노 음대에서 재즈기타 전공 및 Linda Falls 교수의 이론 및 청음 조교로 일했다.
이후, UBC사범대를 거쳐 현재 재즈기타리스트, 작편곡활동 그리고 South Delta Secondayr School과 English Bluff Elementary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미국 뉴저지주 Paul Pope School에서 음악교사로 있고 NYU대학원 함께 뉴욕에서 음악활동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상준 | Web: www.jonleemusique.com
  • John Wilkins (Berklee),Randy Johnston (NYU), Jared Burrow
  • 마이스페이스: www.myspace.com/jonleemusique
  • (SFU & Univ of Oregon) 사사
  • 블로그: blog.paran.com/intothe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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