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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신앙을 생각해본다(2)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3-27 00:00

종교적 가르침에는 표층적 의미와 심층적 의미가 있음을 염두에 두고 '육도'를 예로 생각해 보자. 우주에 천상,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 등 여섯 가지 영역이 있다는 이 가르침은 우리에게 우주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천문학적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종교적 진리를 일깨우려는 것이다. 아직 진리의 길에 입문하지 못한 사람은 육도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쁜 일을 삼갈 것이다. 또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여러 가지 절망적 상황에서 극락왕생의 믿음으로 용기와 인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육도는 '문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많은 불도와 불교 사상가는 이 가르침이 내포한 정신적, 영적, 내면적, 상징적 교훈을 더 중시한다. 여섯 가지 존재 양태를 문자 그대로 우리가 죽어서 가야 할 무엇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우리의 마음가짐에 따라 육도를 윤회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본다. 우리가 계속 남을 질시하고 남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그 순간 우리는 아수라계에 사는 것이다. 소비주의에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처럼 욕심(greed)과 필요(need)를 분간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품을 사고 또 사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는 쇼핑 중독 상태라면 그것이 바로 아귀 상태에서 헤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절망과 좌절의 나락(지옥을 뜻하는 산스크리트 낱말 'naraka'의 한문 음역)에서 하루하루 정신적으로 고된 삶을 사는 사람은 그대로 지옥 밑바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힘이 우리를 돕는다는 우주의 기본 원리를 확신하며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스도교에서도 13세기 자유정신(Free Spirit)으로 불리던 일단의 그리스도인들은 "장소로서의 천국이나 지옥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신을 아는 사람들은 이미 천국을 소유하고 있으며, 윤리적 죄악을 범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안에 지옥을 가지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셋째, 보살 사상과 관련된 이런 문제를 다루면서 한 가지 더 살펴볼 문제는 대승불교에서 독창적으로 제시한 '방편(方便, up?ya)’이라는 개념이다. 미국종교학회(AAR) 회장을 지낸 영국 종교학자 니니언 스마트(Ninian Smart) 교수는 방편 사상이야말로 그리스도교가 불교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고 주장했다. 대승불교의 중요한 경전인 ??법화경?? 제2장이 ?방편품?이라는 것만 보아도 대승불교에서 방편 사상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대승불교의 방편 사상에 의하면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중생이 깨달음에 이르도록 도와주기 위한 방편, 곧 일종의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크게 보면 보살 사상도 일종의 방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부처님과 보살은 사람들이 현재 처한 특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거기에 가장 알맞은 가르침을 주어, 그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의 깨달음이 점점 깊어져 결국 모두가 완전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다른 가르침은 여러 가지 증세에 따라 처방한 약과 같다. 이른바 '응병여약(應病與藥)’이다. 처방이 건강 자체가 아니듯, 방편은 진리 자체가 아니다. 따라서 수단으로서의 방편은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방편 사상을 이해한다면, 아직 깊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불자나 그리스도인이 불교의 가르침이나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그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얻는다면 그런 문자적 이해의 혜택도 일단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깨달음이 깊어지면 문자적인 의미 이상을 발견하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앞서 그런 것을 발견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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