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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장 보 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3-13 00:00

‘지장’(地藏, K?itigarbha)이란 ‘땅에 갈무리'라는 뜻이다. 모든 형태의 중생들을 다 구할 힘을 저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전생에 그는 바라문의 딸로 태어나 지옥에서 고통 당하는 중생이 하나라도 있으면 자기는 열반에 들지 않겠다는 큰 원을 세웠다. 이를 훌륭하게 여긴 석가모니 부처님은 자기가 열반하고 난 다음부터 미륵보살이 부처님으로 이 세상에 오기 전까지 그 중간 기간 동안 지장보살이 중생 구제에 힘써 주도록 부탁하였다. 그 부탁대로 그는 지금 '육도'(六道)를 두루 다니며 중생 구제에 힘쓰고 있다. 지장보살도 관세음보살처럼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지장보살이 인도에서는 별로 중요한 보살이 아니었는데, 동아시아의 경우 관세음보살과 맞먹을 정도로 중요한 보살로 여겨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 무속에서는 일반적으로 죽은 이들을 저 세상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를 중요시 하는데, 지장보살의 '지'(地)가 '지옥'과 관계된다고 보고, '고혼천도(孤魂薦度) 지장보살'이라 불릴 정도로 특히 죽은 사람이나 지옥에 있는 중생을 보호하고, 그들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님이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셨습니다."(베드로전서 3:19)하는 말이나 사도신경에 예수님이 "지옥으로 내려가셨다"고 하는 구절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주: 사도신경에 본래 이런 말이 있어 한국 가톨릭은 그대로 신앙고백을 하고 있지만, 한국 개신교에서는 이 구절을 빼버렸다).

중국에서는 지장보살의 상주처가 안휘성(安徽省) 양자강 남쪽 기슭에 있는  구화산(九華山)이라 믿는다. 유명한 시인 이태백이 양자강에 배를 띄우고 쳐다보니 산봉우리 아홉 개가 마치 연꽃의 아홉 잎과 같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전해내려 온다. 현재 매년 가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중국의 가장 유명한 명승지 중 하나이다. 

‘구화산’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신라 승 김교각((金喬覺, 696-794)에 대한 이야기를 뺄 수 없다. 그는 신라의 왕족이었지만 속세를 떠나 구화산 지장보살을 찾아 고행을 계속했다. 사람들이 산에 올라왔다가 그가 흰 흙에 기장 얼마를 섞어 삶아 먹으면서 수행하는 것을 보고, 그를 성인으로 알아 모시고, 그를 위해 큰 절을 지은 후 이를 화성사(化城寺)라 하였다. 한번은 그가 양자강에 빠졌는데, 이태백이 구해주어 둘은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고도 한다. 99세 되는 해 여름 그는 사람들과 작별하고 함 속에 들어가 가부좌한 자세로 죽었다. 이른바 '좌탈'(坐脫)이다. 3년 후 사람들이 함 뚜껑을 열어보니 금방 죽은 사람의 모습 그대였다. 그를 새 무덤에 옮기니 땅에서 혀처럼 생긴 불길이 올라와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사람들은 그가 바로 지장보살의 화신이었다고 믿고 그를 '김지장(金地藏)'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국에도 1998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백천사에 김교각 기념관이 설립되는 등 그를 기리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장보살은 특히 일본에서 더욱 중요한 보살로 받들어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여행객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보살, 특히 사산아(死産兒)나 낙태아(落胎兒)로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이들, 이른바 '미즈노꼬'(水の子)의 혼을 맡아서 보호하는 보살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가보면 지장보살(일본 발음으로 '지조')의 불상에는 아기들이 걸치는 빨강색 턱받침이나 장난감, 사탕 등이 걸려 있음을 보게 된다. 낙태한 부모들이 작은 지장보살의 불상을 세워 어느 절에는 수백 개도 넘는 불상이 도열해 서 있다. 일본에 사시던 형님과 함께 자주 들려본 요코하마 호조엔(寶藏院)이나 지난 여름 학회 참석차 방문한 나가노(長野) 젠코지(善光寺)에도 지장보살상이 아주 많고, 특히 육도를 맡았다는 의미의 여섯 개의 지장보살 상이 한 군데 모여 있는 것도 보았다. 지장보살상은 보통 한 손에 지팡이, 다른 한 손에 보주를 들고 있는데, 일본에서 보는 그의 상은 완전히 삭발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일본 절 문간에 서 있는 지장보살상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반질반질 윤이 나 있기도 했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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