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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이야기-미륵보살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2-20 00:00

절간에 가면 불상들이 많다. 무슨 까닭인가? 서양 학생들이나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불상'하면 부처님의 모양을 따라 만든 형상이고, '부처님' 하면 기원전 6세기 인도에서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불상이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많은 불상은 많은 보살들과 많은 부처님들의 각각 다른 모습을 생각하며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많은 보살과 많은 부처님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펴본 대로 불교에서는 누구나 궁극적으로 보살이 되려고, 그리고 부처님이 되려고 한다. 누구나 깨달음에 이른 경지의 높낮이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경지의 깨달음이든 일단 깨달음에 이른 사람은 모두 보살이요 부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무수한 보살과 무수한 부처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보살들 중에 긴 여정의 보살행을 완성하고 열 가지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진리의 구름'(法雲地)에 도달한 특별한 보살을 '위대한 존재'라는 의미로 '마하살'(摩訶薩, Mah?sattva)이라고 하여 보통 보살과 구분한다(한국에서 불교 여신도들을 '보살'이라 부르는 것은 아주 흥미 있는 일이다.  보살들의 여성성을 강조한 것이거나 한국 불교 여신도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았다는 뜻인가? 아무튼 이런 특수 용법은 본래 역사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우주적' 보살 중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 보살은 1) 미륵보살 2) 관세음보살 3) 문수보살 4) 보현보살 5) 지장보살 등이다. 이제 이들 보살에 대해 잠깐씩 살펴본다.

미륵보살(彌勒菩薩, Maitreya)

이름은 '자애롭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문으로 '慈氏'라 번역하기도 한다. 팔리어 경전에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이 세상으로 오면서 도솔천으로 올라가 부처님 자리를 대신한 보살로 나와 있다.  지금도 도솔천에 살면서 앞으로 때가 되면 다시 이 세상으로 내려와 화림원(華林園) 안에 있는 용화수(龍華樹) 밑에서 성불하고, 중생들을 다시 교화하리라 한다. 말하자면 미륵보살은 불교의 메시아인 셈이다. 이런 종말론적 색깔 때문에 미륵 사상이 종말론을 강조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미륵보살의 출현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 이후 몇 천 년, 몇 만 년이나 몇 억 년 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미래에 부처님으로 나타날 보살이지만, 지금도 중생들의 필요에 응하여 그때그때 나타나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륵보살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라 화랑들이 미륵보살에 귀의하였고, 화랑들 중 더러는 미륵보살의 화현이라 믿어지기도 했다. 신라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金銅彌勒菩薩半跏像)이나 이와 아주 비슷한 일본 국보 1호인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반가사유상'(木造半跏思惟像) 등은 깊은 선정에 잠긴 미륵보살을 불후의 조각품으로 표현한 것이다. 필자도 고류지에 가서 이 미륵상을 보았는데, 스위스의 세계적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가 보고 감탄했다는 뜻을 알 것도 같았다. 한국과 일본 학자들 중에는 이 목조 미륵상이 백제에서 갔느냐 일본에서 만들어졌느냐를 가지고 논의를 계속하는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 목조상의 재료가 된 적송(赤松)이 그 당시 일본에는 없던 소나무였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10세기 경 송나라에 살았던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는 스님을 미륵보살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 스님은 지팡이에 큰 자루를 걸어 메고 거기다 먹을 것이나 장난감 등을 얻어 넣고 다니다가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기에 특히 아이들이 많이 따랐다. 불교의 산타클로스인 셈이다. 아이들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날씨를 미리 알려 주는 등 여러 가지 초인적 능력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916년 어느 바위 밑에서 단정히 앉아 죽었는데, 죽으면서 남긴 게송에 "참된 미륵이 수없는 몸으로 나누어져 때때로 사람들에게 나타나지만 사람들이 이를 스스로 알아보지 못하는구나"하는 말이 있었다. 이에 사람들이 그가 바로 미륵보살의 화현이었음에 틀림이 없다고 믿게 되었다. 그가 큰 배를 내 놓고 소탈하게 웃는 모습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뿐만 현재 서양에서도 크게 인기가 있어 그를 조각한 조각품이 중국 식당 한 모퉁이나 개인 집 거실 한 쪽 혹은 벽난로 위를 장식하고 있는데, 영어로는 통상 "The Laughing Buddha"라 한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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