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보살의 길- 십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6-02-13 00:00

(지난 주 칼럼에서 다룬 것까지) 이상 '6 바라밀'이 보통이지만 ‘화엄경’같은 데서는 여기다 7. 방편(方便), 8. 원(願), 9. 역(力), 10. 지(智) 등을 덧붙여 10 바라밀로 만들기도 한다.

십지(十地, da?abh?mi) –‘화엄경’의 일부인 ‘십지경’에 의하면, 이런 10 바라밀에 상응하여 '열 개의 단계'가 있다고도 가르친다. 열 단계 곧 '십지'를 그 이름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환희지(歡喜地) - 기쁨이 넘치게 된다.
2.이구지(離垢地) - 더러움을 버리고 청정해진다.
3.발광지(發光地) - 내적인 지혜의 빛이 해처럼 빛난다.
4.염혜지(焰慧地) - 빛이 더욱 찬연하게 빛난다.
5.난승지(難勝地) - 무지에 갇힌 사람들이 이기지 못할 경지에 이른다.
6.현전지(現前地) - 사물의 실상을 얼굴을 맞대고 보듯이 보게 된다.
7.원행지(遠行地) -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초월하였기에 이제 더 이상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고 부처의 세계에서 천상의 보살이 될 정도가 된다.
8.부동지(不動地) - 진리에 굳건히 서므로 더 이상 동요가 없고, 이제 뒤로 물러나는 일이 없게 된다.
9.선혜지(善慧地) - 선한 통찰로 사람들의 고통을 보고 능력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가르친다.
10.법운지(法雲地) - 진리의 구름 속에 머물면서 중생에게 진리의 비를 내린다.

여기 최종의 목표에까지 이르는데 보통 3 대아승지겁(阿僧祇劫)이 걸린다고 한다. ‘아승지’ 혹은 '아승기'(asa?khya)란 무한의 수를 이르고 '겁'(kalpa)란 4억3200만 년으로 예를 들면 하늘 사람이 하늘하늘한 하늘 옷을 입고 둘레가 40리나 되는 바위를 매 3년마다 한 번씩 돌면서, 혹은 문헌에 따라 둘레 400리 되는 바위를 매 100년에 한 번씩 돌면서, 하늘하늘하게 바위를 스쳐 그 바위가 다 없어질 때까지의 시간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기간이 수없이 지난 것이 아승지겁이고 이것을 다시 세 번이나 지나야 보살도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학적으로 볼 때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이런 식의 '시간'이란 달력으로 계산할 연대기적(chronological) 시간이 아니라 이른바 '신화적 시간'(illo tempore)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런 종교적 경지에 이름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시간적 길이'를 이용해서 표현한 셈이라 할 수 있다. 종교 경전의 숫자는 대부분 숫자적 가치(numerical value)가 아니라 '수비학(數秘學)적 가치'(numerological value)로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중국 불교, 특히 화엄종이나 선종에서는 이런 깨우침에 이르는 보살의 길이 한 생애 안에, 심지어 한 순간에 완성될 수 있음을 강조하게 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리스도교 전통 중 중세 신비주의자들도 '보살의 길'과 비슷한 신앙의 단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는 이를 대략
1) 자기를 자각하는 단계(self-awareness),
2) 자기를 정결하게 하는 단계(purification),
3) 내적 빛을 보는 단계(illumination),
4) 신과 합일하는 단계(unity)로 구분한다. 
열 가지는 아니지만 십지를 네 가지로 축약할 경우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추리할 수 있다. 

한편 중국 도가의 ‘장자’도 득도(得道)의 일곱 단계를 말하고 있는데(6:19), 이와 상응되는 부분이 많다. 힌두교 요가학파의 ‘요가경’(Yoga S?tra)에서도 이와 유사한 여덟 가지 단계를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영적으로 자라나는 체험의 과정을 단계로 이야기하는 것은 여러 종교들이 보편적으로 강조하는 현상들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신앙은 자라나야 한다. 이른바 '처음 믿음'이라는 것은 유치한 믿음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뒤로 하고 계속 정진해야 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