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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無我) (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11-28 00:00

종교간의 대화를 위한 불교이야기(13)

이렇게 부처님이 다섯 수도승에게 '사제 팔정도'를 가르치자 그 중에서 하나가 깨달음을 얻었다. 이른바 아라한(阿羅漢), 혹은 줄여서, 나한(羅漢)이 된 것이다.

부처님은 나머지 네 명의 깨우침을 위해 계속해서 '무아'(無我, an?tman)의 가르침을 설파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받들고 있는 "그런 자아는 없다"고 공언한 셈이다. 그 당시 힌두교에서는 영원히 변치 않는 실체로서의 '나'(我)가 결국 궁극 실재인 브라흐만(梵)과 동일하다는 '범아 일여'(梵我一如)를 가장 중요한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부처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나'란 결국 실체가 없다는 '무아,' 혹은 그런 것은 진정한 나일 수 없다는 '비아'(非我)를 가르친 것이다.

부처님은 왜 무아의 가르침을 설파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윤리적 요청으로서, 둘째는 이론적 귀결로서 '무아'일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첫째, 윤리적 요청이란 무엇인가? 부처님은 일상적인 이 '나'를 영구 불변하는 실체로 보고 떠받드는 것이 집착이나 증오나 교만이나 이기주의 등 모든 윤리적 문제거리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나’라고 하는 생각, 그리하여 나를 떠받들려는 애씀이 결국 '괴로움'으로 이끄는 근본 원인이 되는 셈이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무아는 윤리적 출발점일 뿐 아니라 그 귀결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른 모든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이기적 자기에서 해방된 상태가 결국 윤리적 여정에서 이를 수 있는 정점이라 여기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교에서도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너라.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찾을 것이다."(마태복음16:24-25)라고 하였다. 지금의 자기, 지금의 자기 목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참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런 자기 없앰, 혹은 자기 비움은 불교나 그리스도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교에서도 사(私)를 잊어야 한다고 하고, 도가(道家)의 장자도 '오상아'(吾喪我, 나를 잃어버림)의 경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둘째, 논리적 귀결로서의 '무아'이다. 영원불변의 실체로서의 '나'라고 하는 것은 불교에서 가르치는 두 가지 기본 원리로 보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오온'(五蘊)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리의 자아라는 것은 이른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이라는 다섯 가지 존재 요소들의 일시적 가합(假合)일 뿐 그 자체로는 독립적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마치 마차라는 것이 실제로는 판자, 바퀴살, 심보, 밧줄 등으로 이루어 진 것이고, '마차'라는 것은 그저 이런 것들이 합해져 이루어진 것에 대한 이름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자아란 잠정적으로 결합된 다섯 가지 요소에 붙여진 이름이나 개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이론으로 보면 삶이란 이처럼 다섯 가지 요소들이 순간적으로 합해졌다가 흩어졌다가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합해졌다가 흩어졌다가 또다시 합해지는 과정 사이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아 마치 연속적인 것 같이 느껴지지만 이것은 마치 영화 필름이 실제적으로는 한 조각 한 조각으로 끊어져 있어도 이것을 상영하면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한편, 죽음이란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합해지는 것 사이의 틈이 보통 이상이고, 또 다시 합해질 때 전과 같지 않은 배율과 조합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의 자아가 독립적 실체를 가진 무엇일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는 연기(緣起, prat?tya-samutp?da, dependent co-arising) 사상 때문이기도 하다. 연기란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는 기본적인 원칙으로서, 세상의 모든 사물이 예외 없이 다른 무엇에 의해 생겨난다는 가르침이다. 모두가 상호의존, 상호연관의 관계에서 생겨나고 존재할 뿐 독자적인 실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는 한, 독립적 실체로서의 '나'라는 것이 따로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되고 만다.

soft103@hotmail.com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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