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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선인의 예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05-09-26 00:00

종교간 대화를 위한 불교 이야기(4)

부처님의 이름으로 고타마, 싯다르타 외에 나중에 붙은 샤캬무니(釋迦牟尼, Śākyamuni, ‘샤캬족의 성자’), 세존(世尊) 등등이 있다.  부처님을 ‘석가’라고만 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 정확한 것이 아니다.  ‘석가’란 개인 이름이 아니라 종족 혹은 가문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한국 불교에서 스님이 되면 속성을 버리고 ‘석광옥’ 같이 ‘석’을 성으로 하는 것은 이제 ‘석가’ 가문의 일원이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부처’라는 말의 본래 말인 ‘붓다’는 고유 명사가 아니라 보통 명사, 혹은 존칭으로서, 산스크리트어로 ‘깨친 이’라는 뜻이다.  한문으로는 ‘각자’(覺者)라 하고, 영어로는 ‘the Awakened’ 혹은 ‘the Enlightened’라 한다.  따라서, 엄격하게 말하면 깨침을 이루기 전, 곧 성불하기 전의 ‘부처’는 문자적 의미로서의 ‘부처’는 아니다. 

 이렇게 태어난 싯다르타는 사실 그 이전에 도솔천(兜率天, Tusita-deva)에서 보살로 오래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세상에 새로운 부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시기, 장소, 가정, 어머니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한 다음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도솔천을 후임자 미륵(彌勒) 보살에게 맡기고 이 지상으로 내려오기로 결정한 다음 마야 부인의 몸으로 들어간 것이다.  마야 부인의 몸으로 들어간 코끼리는 사실 싯다르타 자신이었다.   마야 부인이 미혼의 ‘처녀’가 아니었기에 이것을 ‘동정녀 탄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남자의 도움이 없이 아기를 낳았다는 의미에서 ‘단성 탄생’(parthenogenesis)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히말리야 산 아래 ‘아시타’라는 한 선인(仙人, risi)이 있었는데, 하늘에서 기뻐하는 천사들로부터 카필라 성에 장차 진리를 널리 펼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도 아기를 보기 위해 직접 카필라 성을 향해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는 어린 싯다르타를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아기에게서 이른바 32 가지 중요한 성인의 상(好相)과 80 가지 부차적 상들을 발견하고 아이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2 가지 성인의 상이라는 것은, 피부가 금색이었다든가, 몸에서 빛이 난다든가, 두 눈썹 사이에 털이 있다든가, 손가락이 섬세하고 길다든가, 발이 평평하다든가, 팔이 길어 꾸부리지 않고 선 채로 무릎을 만질 정도라든가, 귓밥이 길어 어깨에 닿을 정도라든가, 발바닥에 바퀴 그림이 그려져 있다든가, 손가락이 오리발처럼 서로 붙었다든가 하는 등이었다. 

 이런 것은 그 당시 귀인들이, 예를 들어, 무거운 귀 거리를 했기에 귓밥이 길어지고, 또 많은 위인들이나 신들의 목상이나 석상에서 손가락 사이를 완전히 파내면 손가락이 쉽게 부러질 염려가 있기에 그 사이를 파내지 않고 남겨둔 것을 보고 특별한 사람은 귓밥이 길거나 손가락이 오리발처럼 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한 결과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불상을 만들 때 이런 특징을 다 반영하면 부처님이 사람이 아니라 무슨 외계인이나 괴물처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그 중 특별한 것 몇 가지만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아시타 선인은 울었다.  아기가 장차 부처님이 될 것인데, 자기는 너무 나이가 많아 이 아이가 자라나 진리를 가르칠 때 거기서 그것을 듣지 못할 것이기에 그것이 안타까워 운다고 했다.  자료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아무튼 그는 아기에 대해 중요한 예언을 했다.  아기가 집에서 나가지 않고 세속의 삶을 살면 위대한 성왕이 될 것이고, 반면 인생사의 비참한 현실이나 출가 구도자의 평온한 모습을 보게 되면 출가하여 위대한 스승, 부처님이 되리라는 예언이었다.  

 어머니 마야 부인은 아기를 낳은 지 7일 만에 세상을 떠나 도솔천으로 옮겼다.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어머니는 영웅들을 이 세상에 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 여기고 이렇게 출산 후 편히 쉬도록 하는 일이 보통이다.  어린 싯다르타는 아버지의 후실이 된 이모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soft103@hotmail.com


 



오교수의 속담풀이
오교수의 속담풀이.
  칼럼니스트:오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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