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조차 보장 못 받는 사례 수두룩
부당 대우·강도·폭행당해도 신고 방법 몰라 '침묵'
"노숙자의 흉기 위협에 업주 성추행까지…" 피해 유형도 다양
지난달 27일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이하 워홀러) 자격으로 호주를 찾았던 한국 여성이 현지 남성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워킹홀리데이를 둘러싼 우려와 문제점이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캐나다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10일 주밴쿠버총영사관(총영사 이기천) 주재로 열린 '밴쿠버 지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초청 간담회'에서 워홀러들이 직접 속마음을 토로했다.
◇최저 임금에도 못미치는 부당 대우 만연
밴쿠버 워홀러들의 가장 큰 불만은 바로 '부당 대우'. 일부 업체가 워홀러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아울러 현지 노동법을 몰라 피해를 보는 워홀러들도 적잖다.
한인을 상대로 하는 한 업체에서 일했다는 워홀러 A(여·26세)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A씨는 주40시간씩 일했지만 주어진 월급은 1100달러에 불과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현재 최저임금이 시간당 10.25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A씨가 이에 대해 따지자 업주는 "캐나다에서는 이것이 관례"라며 "프로모션 기간 동안은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임금 착취와 관련 캐나다 이민부나 BC노동부 등에 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관리하던)고객에게까지 피해가 미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실제로 많은 워홀러가 업주의 불법 행위를 관련 기관에 신고하려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데다 관련 절차를 잘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워홀러들은 의사소통상의 문제로 인해 한인을 상대로하는 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범죄 피해 당해도 '어쩌나'하며 발만 동동
범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돈이 부족해 거처가 불안정하고, 말도 잘 통하지 않아 워홀러들이 각종 범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여기에 범죄 피해자가 됐음에도 신고 방법을 모르거나 대처가 늦어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밴쿠버의 카페 두 곳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워홀러 B(여·21세)씨는 "길에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당한 경험도 있고, 카페에서 일하면서 팁 함에 손을 대려는 노숙자를 저지하니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기도 했다. (도난 당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찾으면 연락주겠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C(남·27세)씨는 괴한으로부터 습격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달 2일, 뒤에 따라오던 무리가 갑자기 폭행하고 300달러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며 "다음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사건 접수만되고 비응급 신고(non-emergency call)로 분류돼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 사건이 처리되더라"고 경험담을 얘기했다.
식당 일을 하면서 업주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음에도 신고하지 못했다고 털어 놓는 워홀러도 있었다. 그는 당시 적절한 신고 절차를 몰랐고, 신고를 하면 해고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경찰영사는 "범죄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신고가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 절차를 숙지하고, 사고 발생 시 즉시 신고해야 한다. 의사소통 때문에 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911 신고접수 센터에 한국어 통역자가 항시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코리안'이라고 말하면 30초 내 한국어로 신고를 접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사는 또 "한국과 달리 스마트폰, 태블릿 PC 같은 이동기기를 현금화하기 쉬워 주로 범죄의 표적이 된다"며 "특히 버스 정류장과 스카이트레인 역 주변에서 관련 범죄 발생률이 높으니 항시 주의하고, 피해 예방을 위해 늦은 시간 밤거리를 혼자 배회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 10일 열린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초청 간담회에서 이상훈 경찰영사가 범죄 발생 시 신고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최성호 기자 >
◇워홀러 보호, 안전 대책 필요
워홀러들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정부부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로 워홀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고 주장한다. 대책 마련을 위해 워홀러의 실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워홀러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민 업체에 노동법 준수를 당부하는 홍보 활동, 정기적인 안전 관련 세미나 개최 등을 총영사관에 요청했다.
☞워킹홀리데이란
정부가 협정을 맺어 상대국 18~30세 젊은이들에게 취업 비자를 내줘 돈도 벌면서 언어와 문화를 익힐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 정부는 캐나다를 포함 호주, 이스라엘 등 총 17개국과 협정을 맺고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하면 최장 1년까지 합법적으로 상대국에 거주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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