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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女 따라잡기 열풍… 중국 뒤흔든다

이재설 기자 record@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2-05-16 11:29

지난달 22일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 중심가에 있는 바바이반(八佰伴) 백화점. 주말을 맞이해 명품이나 화장품 등 매장마다 수십 명의 손님이 쇼핑에 여념없었다. 이 백화점은 중국 내 백화점 중 매출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성복 브랜드가 몰려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익숙한 브랜드가 기자를 반겼다. ENC, 스코필드, 로엠, 에블린, 빈폴 등 국내 브랜드들이 나란히 바바이반 백화점의 명당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이랜드 중국법인인 이랜드차이나의 박상균 부장은 “바바이반 백화점은 연 매출 8000억원 가량의 대형 백화점에 한국 브랜드가 입점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전역에서 우리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패션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바이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로엠 매장./이재설 기자
◆ ‘한국 패션의 힘’ 중국을 휩쓸다

한국 패션 브랜드는 중국 시장에서의 고공 성장을 하며 루이비통·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하고 있다. 국내 백화점에서는 일부 대기업 브랜드를 제외하면 외국 ‘명품’에 밀리지만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한국 내수 시장에 머물러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은 패션에서만큼은 이미 구문(舊文)이 된 지 오래이다.

중국에서 한국 패션을 이야기할 때 이랜드를 빼놓을 수 없다. 바바이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이랜드 브랜드의 매장은 무려 15개. 특히 3층 여성복 코너에는 ENC, 스코필드, 스캣, 로엠, 프리치, 티니위니, 에블린 등 7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높다. 이랜드는 이곳에서 스코필드 남성과 아동 브랜드 포인포 등 카테고리별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브랜드가 여럿 된다.

박상균 부장은 “바바이반 백화점에서 이랜드는 1개 브랜드당 평균 17억~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중국 시장에서 이랜드의 저력을 보여준다”면서 “올 하반기에 명품 브랜드군인 만나리나덕, 코치넬리, 케이트 스페이드 등의 입점도 예정돼 있어 전 상품군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브랜드 이외에도 이 백화점에는 제일모직(001300)의 빈폴, LG패션(093050)헤지스, 코오롱의 쿠아, 올리브데올리브, 쿠아, 베이직하우스 등 국내 브랜드가 다양하게 입점해 있다. 그야말로 ‘한국 패션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바바이반 백화점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상하이의 최고급 쇼핑몰로 꼽히는 쉬자후이 강후이(港匯) 광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3층으로 올라가니 이랜드의 여성복 브랜드 로엠의 매장이 눈에 띈다. 이 매장의 연 매출은 약 35억원. 입점 브랜드 중 상위권에 속한다. 로엠 매장을 지나 몇 걸음 옮기면 티니위니 매장이 나온다. 매장 크기만 2512m²에 달하는 이곳의 연 매출은 약 45억원. 아동부터 고급 라인까지 갖춰 한 번에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규모의 매장을 갖춘 건 이 쇼핑몰에서 티니위니밖에 없다.

장성은 이랜드차이나 부장은 “작은 규모로 여러가지 매장을 입점시키는 게 백화점이나 쇼핑몰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다”며 “그렇지만 이랜드에게 이만큼 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 시장에서 (이랜드)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쇼핑몰에서도 한국의 의류 브랜드 매장이 곳곳에서 눈에 띄였다. 헤지스, 빈폴 등 매장에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SK네트웍스(001740)역시 패션업체 한섬(020000)의 의류 브랜드 마인, 시스템, SJSJ 등의 중국 내 독점 판매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패션 시장의 경우 급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패션시장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바바이반 백화점 전경./이재설 기자
◆ 세계 패션시장 ‘메카’로 떠오른 중국

중국은 이제 ‘세계의 공장’아닌 ‘세계의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부(富)를 갖춘 중국인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명품업체가 대거 중국에 대형 매장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바바이반 백화점이나 강후이 광장에도 구찌,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 매장에 현지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는 급성장하는 중국의 패션시장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의류 매출액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4600억위안(약 730억달러)에 달한다. BCG는 향후 5년 안에 중국이 글로벌 패션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성장속에 국내 패션업체들은 현지화와 고급화, 차별화를 내걸고 글로벌 대표 패션의 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랜드가 성공적으로 중국에 론칭한 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덕분이다. 이랜드는 1997년 브랜드 론칭 이전인 1994년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현지인과 똑같이 생활토록 했다. 또 현지 정부와 백화점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길 빌딩 문을 열어 주며 ‘꽌시(관계)’ 문화를 깨우쳤다.

‘100% 직영체제’, ‘백화점 입점 원칙’을 지킨 고급화 전략도 중국 소비자를 뒤흔든 요소로 꼽힌다. 이랜드 중국법인은 자체적으로 디자이너를 두고 현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낸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백화점에만 입점해 현지 중상류층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실제 속옷 브랜드인 에블린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활용한 속옷을 주요 제품으로 내놔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경우다. 기존 현지 브랜드가 하지 못했던 각 매장 직원의 철저한 서비스 교육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노병규 이랜드그룹 부장은 “중국 진출 10년을 넘긴 만큼 이제 대형화 전략을 통해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써 내려나갈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걸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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