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캐나다 이민부가 제안한 시민권 신청시 언어 능력 증명 의무화(본보 19일자 보도)가 시행되면 한인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부가 제안한 내용을 살펴보면 시민권 신청시 영어나 불어 중 하나를 선택해 아이엘츠(IELTS)와 같은 영어 시험 성적이나 정부가 정한 이민자 영어교육기관을 통해 발급 받는 언어 능력 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경우에는 여기서 제외된다. 신청자의 언어 능력 증명 서류가 시민권 신청 서류에서 누락되는 경우 신청서를 즉각 신청인에게 반환 조치할 계획이란 내용도 포함됐다.
이민부는 시민권 신청시 언어 능력 증명을 의무화할지 여부에 대해 30일 동안의 의견 수렴기간을 거친 뒤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영주권 취득에서 시험 한번 치르지 않았느냐”… 한인 사회와는 거리가 먼 얘기
이민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영주권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시험 등을 통해 언어 능력 증명을 한차례 한 상태기 때문에 이 제안이 시행되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인 사회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언어 능력 증명이 의무화되어 있는 이민제도는 캐나다 경험이민(CEC), 전문인력(FSW) 이민에만 해당되기 때문.
이민컨설팅 업체 웨스트캔의 최주찬 대표는 “최근 한인 이민 동향을 볼 때, BC주정부이민제도를 선택하는 한인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며 “지금은 대부분의 한인 이민 신청자가 BC주정부이민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이들 대부분이 영어(언어)를 이유로 주정부이민제도를 선택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영주권 취득 후에도 영어 공부에 대한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영주권 취득시 성적을 제출한 주신청자를 제외한 가족은?
캐나다 경험이민이나 전문인력 이민제도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에게도 문제는 발생한다. 영주권 취득시 주신청자가 영어 시험 등을 통해 언어 능력을 증명한 바 있어 그 성적표를 다시 제출하면 되지만 주신청자와 함께 영주권을 취득한 가족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민부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캐나다 영주권 취득자 수는 총 28만681명이다. 이 중 난민과 예외 대상을 제외하면 24만7133명. 여기서 주신청자는 7만6561명으로 32%에 불과하다. 나머지 68%는 주신청자의 가족인 셈이다. 시민권 신청에서 언어 능력 증명이 의무화되면 주신청자를 제외한 18세 이상 54세 미만의 모든 가족 구성원은 영어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가장 큰 문제는 '돈과 시간'
이민부는 공용어인 영어나 불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듣기와 말하기 파트에서 캐나다 언어 평가 기준(CLB) 4단계 이상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증명하는 방법은 아이엘츠와 같은 언어 능력 평가 시험 또는 정부가 정한 이민자 교육기관에서 직접 언어 능력 평가를 받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이민자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하지만, 시험의 경우 별도의 응시료와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아이엘츠의 경우, 시험을 치르기 위해 1인당 285달러의 응시료를 내야한다.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엘츠 응시 등록을 마친 뒤 시험을 치르기까지 길게는 한 달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또 시험을 치르게 되더라도 CLB 4단계 이상임을 증명해야 한다. 아이엘츠 기준으로 듣기의 경우 40문제 중 난이도에 따라 10-15문제를 맞춰야 하며, 말하기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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