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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 어때요?-1]택시 기사 “전과기록 없는 사람이라야 도전 가능”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1-08 11:44

평균적인 이민 1세대에게 주어진 가장 흔한 과제 중 하나는 아마 호구지책 마련일 것이다. 밴쿠버의 맑은 공기와 경관에 아무리 감격해 봐도, 먹고 사는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을 건너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구직 혹은 창업의 장벽은 오히려 높아진다. 한국에서의 경력은 인정받기 어렵거니와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 것도 순식간에 버거운 일이 되어 버린다. 보는 눈에 따라 분할 수도 있지만, 이게 현실에 훨씬 가까운 일상이다. 

나름 준비를 했다고 했는데도 인터뷰 문턱조차 밟지 못할 때는 억울해도 한참 억울하다. 야속해도 한참 야속하다. 구직 컨설턴트들의 반복적인 조언만 놓고 본다면, 화려한 이력서가 기를 펴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현지 경력 부재” 탓이다. 캐나다 어느 곳에서 일해 봤냐는 집요한 질문에 새 이민자들은 한숨으로 답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밴쿠버 조선일보는 경력 요구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일거리를 2015년 들어 새롭게 연재되는 “이 직업 어때요”의 첫 대상으로 골랐다. 그것은 택시 기사다.



“갑갑해서 시작한 일, 지금은 만족해요”

50대의 김명진(가명)씨가 택시 운전대를 잡은 것은 약 2년 전 일이다. 그 전에는 밴쿠버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장사는 주변 사람들이 눈독을 들일만큼 잘됐다. 그런데도 이른바 “운짱의 길”을 선택한 건 순전히 갑갑함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한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현실이 맘에 내키지가 않았다. 힘도 부쳤다. 하루종일 선 상태로 이런저런 음식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김명진씨는 몇 년간 잘 꾸려 온 식당을 꽤 만족스런 조건에 정리했다.

가게 운영의 부담에서 벗어난 그의 다음 행로는 트럭 운전사. 몇 평 남짓 근무 공간이 대륙의 도로로 순식간에 확장됐다. 몸이 원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었다. 일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불규칙했고, 장거리라도 뛸라치면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미 운전에 맛을 들인 그는 인생의 방향을 트럭 운전에서 택시 운전으로 살짝 수정하기로 했다. 이후 거의 2년 동안 그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왔다..


김명진씨의 경험에서 추릴 수 있는 택시 운전의 장점은?

밴쿠버 조선일보는 김명진씨의 경험에서 택시 운전의 장점을 추려 보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전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무거운 짐을 들 수 없더라도 운전대 정도는 웬만한 경우 대부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명진씨의 말대로라면, 곧은 자세로 서서 종일 빵을 굽거나 스시를 만드는 것보다는 체력적인 면에서는 훨씬 편하다. 그는 “장시간 운전은 물론 피곤한 일일테지만, 익숙해지기만 하면 나이들어서도 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근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규칙적이다
택시 운전은 통상 2교대(12시간씩)로 한다. 낮근무, 밤근무를 오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점만 놓고 보면, 근무 환경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는 장거리 트럭 운전 등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이 규칙적이라는 것이 현업 종사자인 김명진씨의 평가다.




                                                                                         flickr/Roland Tanglao(cc) 




<택시업계 입문 이렇게 한다>

1단계 “클래스4 운전면허 취득하기” ICBC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선 일단 클래스4 등급 이상의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운전면허증이 클래스5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한단계 위인 면허인 셈이다. 운전면허시험은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져 있으며,  BC차량보험공사(ICBC)에서 주관한다. ICBC에 간 김에 사고경력증명서도 받아놓자. 대부분의 택시회사에서 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2단계 “택시호스트프로 이수하기” JIBC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면 다음으로는 뉴웨스트민스터에 위치한 공공교육기관 “JIBC”(Justice Institute of British Columbia)를 찾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직업과 관련 다양한 코스를 제공하는데, 예비 택시기사가 선택할 것은 “택시호스트프로”(TaxiHost Pro)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다. 김명진씨는 “코스 기간은 4주에서 6주, 등록비는 600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강의 수료 후에는 총 4과목에 대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각각 75점 이상을 획득해야 이수증이 주어진다.


3단게 “택시회사를 찾는다”-지역 택시회사 
이젠 취업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가 됐다. 택시호스트 프로 이수증을 갖고 택시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자. 면접을 통과한다면 회사로부터 당신을 고용하겠다는 내용의 일종의 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후 할 일은 경찰서를 찾는 것이다.


4단계 “범죄기록 확인하기”-지역 경찰서
택시 운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범죄기록이 없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다면, 택시 업계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범죄기록증명서는 각 경찰서에서 발급해 준다. 


5단계 “지금부터 운전 시작”-당신이 선택한 택시회사
신원 확인이 끝난 후에는 택시 기사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일제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엔 속칭 “땜빵”을 처리해야 하는 파트타임 자리가 주어진다. 일하는 날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가 고작. 근무 시간이 적으니 수입이 넉넉할 리 없다. 하지만 6개월 정도만 버티면 통상 전일제로 전환된다. 전일제 운전자의 경우엔 일주일에 5일 혹은 6일간 운전대를 잡는다.


<이것이 궁금하다>

영어실력 얼마나 필요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영어실력이 좋을수록 구직에 유리하다. 김명진씨는 “ESL코스 정도는 이수해야, 구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JIBC 코스를 밟기 전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의사소통 능력이 없으면 강의 자체를 들을 수 없다. JIBC 필기시험 통과를 위해선 영어 읽기 실력도 꼭 필요하다.


면접시험, 합격의 열쇠는?
택시기사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응대해야 하는 일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밝은, 낙천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김명진씨는 “면접시 인상을 쓰지 않고 적극성을 보여준다면, 택시기사로 채용되는 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은 얼마나 될까?
택시기사의 수입은 콕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역에 따라, 일하는 시기에 따라 벌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같은 대목 때는 수입이 평소와는 달리 크게 늘어난다. 그래도 수치를 적는다면, 택시기사들이 평소에 벌어들이는 돈은 대략 하루 120달러에서 150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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