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세대로 의미 있는 발자취 남길 것”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어도 초기에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받기가 힘들고 규제가 많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그에 비해 캐나다 TSX밴처거래소(TSX
Venture, 이하 TSX-V)는 진입장벽이 낮아 스타트업이나 초기 벤처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상장되는 것이 비교적 쉬운 편이다. 상장 후에는 기업의 역량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를 받고 성장해갈 기회를 받게 된다.
K&C 인터내셔널의 허성범 대표(사진)는 한국의 잠재력이 뛰어난 새로운 기술력이 개방적인 캐나다 자본시장으로 진출함으로써, 투자 자금이 없어 묻히는 일 없이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투자 전문가에서 TSX
-V 상장업체 CEO로 변신
허 대표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금융 전문가다. 고려대 졸업 후 한국의 증권사에서 7년간 몸을 담다가 지난 2000년 30대 중반 나이에 캐나다에 이민 온 이후, BMO Nesbitt Burns와 같은 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여러 상장사에서 일하며 26년간 투자 노하우를 쌓아왔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그는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아 TSX-V 상장 자원개발 기업인 Pan Andean Mineral 사의 CEO로 임명돼 재직 중이다.
“25년 넘게 한국과 캐나다의 금융 업계에 있다 보니, 양국의 자본 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게 됐어요.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국과 캐나다 시장에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던 중에 생명과학과 테크놀로지 분야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한국에는 좋은 과학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이나 기술개발자들이 투자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캐나다에 진출하면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틈새시장 공략이 투자 성공의 열쇠”
그 가능성을 보고 허 대표가 만든 기업이 바로 K&C 배터리와 K&C 메이크웰(Makewell)이다. 그는 이 2개의 회사를 올가을 안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 이름인 K&C는 한국과 캐나다의 줄임말입니다. 한국의 좋은 기술력이 캐나다 증시에 상장된다면, 유망한 기업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거란 의미로 회사명을 짓게 됐죠."
K&C 배터리는 최근 전기 차량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전성시대가 본격화된 2차전지 기술 기업이며, K&C 메이크웰은 역시 최근 들어 항균효과로 수요가 늘고 있는 나노 신물질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K&C 배터리와 K&C 메이크웰의 상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허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관련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영입했는데, 세계 5위의 2차전지 제조업체인 삼성 SDI 전무 출신인 황성록 부사장(K&C
배터리)과 일본 도호쿠대 교수, 삼성 SDI 수석연구원 출신인 성재욱 박사(CTO, K&C 메이크웰), 그리고 성균관대 공대 황동목 교수(CTO,
K&C 배터리)와 영진약품 전 CEO인 박수준 이사(K&C 메이크웰) 등이 주요 경영진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밴쿠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기업 설명회를 열어 현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투자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캐나다 TSX-V에 상장된 기업들은 자원 개발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런 자원 개발 기업들 사이에서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잠재력이 풍부한 2차전지 소재 개발과 나노물질과 같은 캐나다에서 찾기 어려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투자 성공의 열쇠라고 허 대표는 강조했다.
성장 가능성 높은 산업용 헴프
허 대표는 북미 시장에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용 헴프 시장이 지닌 잠재력도 상당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마리화나는 마약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에 아직 부정적인 시선이 많죠. 하지만 ‘헴프’에서 유래한 CBD는 약리성분으로 2018년 미국에서 연방으로 합법화되었으며 환각 성분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고, 우울증·불안감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게다가 간질 발작 진정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CBD의 가장 큰 마켓인 북미 시장에서 차별화된 마케팅 접근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아시아권 진출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경상북도는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기 위해 큰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등 산업용 헴프에 대한 인식은 한국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이민 20년째인 허 대표는 한인경영의 상장 기업인 K&C의 향후 계획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K&C 배터리와 메이크웰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2~3년 안에 나스닥이나 한국 증시에도 복수 상장해 미국과 한국에서도 검증받을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그리고 K&C를 기업화하고 앞으로 가능성이 무한한 기술력의 프로젝트를 상장함으로써 아시안 퍼시픽 지역도 아우르는 기업을 만들어, 한인 1세로써 캐나다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Pan Andean Minerals사 홈페이지: www.panandeanminerals.com
손상호 기자 s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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