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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공기업 취업, 공부만 잘해서는…”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1-15 14:28

문용준 기자의 차 한 잔 합시다 35-냅캐나다 기술 팀장 문두진씨
밴쿠버에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땅에서 키워지고 교육받은 1.5세나 2세 역시 높기만 한 취업 문턱 앞에서 한숨을 지을 때가 많다. 좀 더 암울하게 얘기하자면 “이력서를 100통이나 보냈는데 면접하자는 연락조차 받아본 적이 없어요”라는 하소연 또한 낯설지 않다. 일터를 찾는 게 왜 이리 힘들어진 것일까? 문두진씨(사진)를 만나기 전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이다. 그는 “냅캐나다”(Nav Canada)에서 기술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보장된 미래 대신 밴쿠버를 선택하기까지”


냅캐나다는 캐나다 교통부(Transport Canada)에서 항공 관리 부문만을 따로 떼어내 만든 공기업으로, 한국의 공항공사와 비슷한 조직이다. 공공 기관인 탓에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도 매우 높고 급여 수준 또한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은퇴 후 받게 되는 연금도 두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두진씨가 이 “신의 직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때의 일이다. 그와의 대화는 그가 한국에서 대학(카이스트 전자과)을 갓 졸업하고 밴쿠버에 정착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장된 미래 대신 이민을 선택하게 된 셈인데,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가족 전체가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아버지의 갑작스런 투병 때문이었지요. 제 아버지는 강한 분이셨어요.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받은 인재였고, 대기업 임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지요. 하지만 결국 병을 이겨내진 못하셨습니다. 이후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더군요.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것이, 그렇게 사는 게 과연 정답인 건지, 그런 의문이 들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내리게 된 결론이 이민이었군요.
한 학기를 휴학하고 여행을 다녔어요. 차를 빌려 가족과 함께 미국 곳곳을 돌아보다 밴쿠버까지 오게 됐지요. 밴쿠버의 첫 인상이 참 좋았어요. 미국 다른 도시들에 비해 훨씬 포근하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사람들도 정직하게 일하고, 또 삶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것이 이민을 진행하게 된 이유였어요.

한국에서의 기득권, 그러니까 명문대 졸업생으로서의 혜택을 버린다는 게 말처럼 쉬웠을까요?
한국의 친구들과 비교하면 뒤처진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의 후세를, 그러니까 100년 아니면 200년 후를 봤을 때는 개인적으로 5년, 10년 뒤쳐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서더군요. 지금은 내가 밀려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와서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자그마한 한인 회사에 다녔습니다. 전화기 등을 설치해 주는 비교적 단순한 일을 했지요. 소위 캐나다 기업에도 이력서를 냈는데, 원하는 직장을 잡을 순 없었어요. 여기 사람들이 제가 다닌 카이스트가 어떤 학교인지도 모르는데다, 저 역시 이곳 기업이 원하는 실용적인 기술 같은 게 전혀 없었으니까요.

고민이 많았겠습니다.
후회 같은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 하는 일보다는 좀 더 나은 일,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한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의 결과가 궁금한데요.
언급했던 한인 회사를 1년 정도 다녔는데, 10년 후의 내 모습이 솔직히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회사와 내가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거의 없었구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심하다, 결국 그 답을 학교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다시 대학에 간 거군요.
주변 친구들로부터 들은 얘기도 그렇고, 제가 종종 취업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도 그렇고, 밴쿠버 사회는 보기보단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캐나다외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밴쿠버내 학교를 다니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다니게 된 학교가 BCIT였어요. 그곳에서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기술을 많이 배우게 됐습니다.

냅캐나다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된 건가요?
냅캐나다가 주최한 기업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는데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어요.

공기업 취업 과정을 알고 싶은데요.
취업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인맥이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자질만 갖춰져 있다면 말이죠. 왜냐하면 이곳에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 기존 내부 직원의 의견을 먼저 물어봅니다. 냅캐나다 뿐 아니라 각 정부기관도 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적합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그제서야 채용 공고가 나오는 거에요.




                                               사진 제공=문두진씨



“우리만의 근성, 캐나다 사회에도 분명 통한다”


인맥이 없으면 취업이 상당히 어렵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좀 암울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사실이 그래요. 인맥 쌓기, 즉 네트워킹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때문에 공부에 신경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 네트워킹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인맥을 쌓는 효과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학생이라면 교수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는 게 좋아요. 그러다 보면 “너, 우리 회사에 관심 있니?”라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어떤 회사에 취직됐든 그곳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자부해도, 이전 직장의 레퍼런스가 좋지 않다면 원하는 곳으로 옮겨타는 게 쉽지 않을 거에요.

문두진씨의 경우도 내부 추천을 통해 냅캐나다에 들어가게 된 건가요?
아니요. 저는 공채였어요. 400명 지원해서 두 명이 뽑혔으니까, 운이 매우 좋았던 거죠.

운만이 아니었을텐데요.
채용 과정이 너무 더뎠어요. 이력서를 보낸 후 3개월 지난 후에나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거든요. 그 동안 전 자그마한 전기 회사에 취직해 일을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면접 후에도 깜깜 무소식이었어요. 두 달이 지나도 합격 여부에 대한 소식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전 전기 회사보다는 좀 더 큰 회사를 찾게 됐지요. 그런데 이 회사에 처음으로 출근하는 날 냅캐나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합격을 축하한다면서요.

첫 출근한 날 사표를 써야 하는 입장이었군요.
회사 측에 냅캐나다 채용 사실을 솔직히 얘기했더니 오히려 축하 인사를 받았습니다. 여긴 그런 거 같아요. 한다고 하면서 안 하고, 안 한다면서 하는 걸 싫어하죠. 하지만 솔직한 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다 받아들여집니다.

그나저나 냅캐나다에는 왜 뿁혔다고 생각하세요?
저를 채용해 준 사람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가 그러더군요. 다른 지원자에 비해 인터뷰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저 같은 경우엔 BCIT 다니면서 했던 프로젝트부터 교수들 추천서까지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이게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캐나다의 직장 문화는 어떤가요?
한국 대학을 다닐 때 코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BCIT 학생이었을 때는 1년간 휴학하고 한국 대기업 하청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지요. 그때 느꼈던 것과 확연히 다른 이곳의 직장 문화가 있어요. 직원간의 관계가 평등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죠. 물론 일을 할 때에는 체계에 따라 움직이지만, 평소에는 상하 직급에 상관 없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두는 분위기입니다.

가시적 소수자로서 받는 어려움 같은 것은 없습니까?
전혀요. 저희 팀 소속 인원이 총 11명인데, 이 중 대부분이 아시아 출신입니다. 때문에 내가 소수자라는 걸 느낄래야 느낄 수가 없지요.

회사에 잘 적응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저는 한국 사람만의 근성이 있다고 믿고, 그것이 이곳 사회에도 잘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회사에서 남들보다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그건 아마 “근성”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계 직원들은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망설이지 않아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방법을 찾으려고 애쓰지요. 캐나다 기업에서도 그런 모습을 당연히 좋아합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다, 또한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등등의 평가를 받게 되지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취직이 너무 어렵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졸업 후를 불안해 하기보다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빨리 찾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아까도 나온 얘기지만, 네트워킹에 많은 공을 들이고 기업 설명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저는 캐나다가 한 발자국 나아가려는 친구를 칭찬해주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노력을 하면 어떤 보상이 있을 거란 얘기에요. 

아이들의 꿈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의사나 치과 의사가 되려고 하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의대에 진학하려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어린 학생들이 의대에 가는 것 말고도 인생에는 다른 여러 길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부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해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사회 진출이 용이한 건 절대 아니니까요.

최근 들어 큰 상을 잇달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캐나다 항공협회로부터 의장상을 받았고, 세계항공관제협회(ACTA)가 주관하는 “올해의 스페셜리스트”에 선정되기도 했지요.
상을 받게 된 건 한국 사람의 근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겐 좀 특별한 경험이 하나 있어요. 2014년 11월, BC주 북부의 한 공항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어요. 고도계가 제 기능을 못해 비행기가 뜨지도 내리지도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자연히 승객들 수백명의 발이 묶였지요. 그때 제가 낸 해결책이 새 통신 장비를 육로로 이동시키자는 거였어요. 마침 제가 그 공항 옆 도시인 포트넬슨이란 곳에 있었는데, 거기에서 통신 장비를 트럭에 싣고 홀로 밤길을 달렸습니다. 

위험하지 않았나요?
눈이 많이 오고 있었고, 밤에 산맥을 넘어야 했으니까 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가능했어요. 결국 자정에 그곳 공항에 도착해 새벽까지 일을 끝냈어요. 승객들에게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한국인의 근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캐나다 사회에서도 분명히 통하는 건강한 근성.


냅캐나다에서 한국계의 이미지는 매우 좋을 것이다. 문두진씨 때문이다. 그가 잘 구축해 놓은 이미지와 네트워킹 탓에, 탁월한 자질을 갖춘 그의 동생도, 그리고 그 동생의 아는 후배도 현재 냅캐나다에서 일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선순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냅캐나다의 보수는 후한 편이다. 해당 회사의 공고에 따르면 입사 후 트레이닝 코스에 있는 직원은 연봉으로 3만8000달러에서 5만달러를 받는다. 이후 정직원이 되면 연봉은 5만9000달러에서 7만8000달러로 크게 오른다. 여기에 매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연봉이 인상된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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