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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중위부터 C3 의장까지, 1인 3역 차제건씨

박준형 기자 jun@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1-19 16:23

"새로운 가족 만든다고 생각하면 즐거워"
해군 중위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인 봉사단체 의장.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 가지 역할이다. 밴쿠버에는 이 세 가지 역할을 한꺼번에 해내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30대 한인이 있다. 바로 차제건(32)씨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1인 3역은 쉽게 소화하기 힘들다. 가정에서 아빠의 역할까지 합치면 4가지로 늘어난다. 차씨가 이 모든 역할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그는 한집에 사는 가족뿐만 아니라 일을 하며 만나는 동료들도 가족처럼 여기고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그는 "뭔가를 할 때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일하면서 굉장히 즐겁고 서로 의지가 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잘 쪼개고 분배해서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 정규군이 아니라 예비군이기 때문에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다. 캐나다 예비군은 한국의 예비군과는 다르다. 훈련을 받는 정식 군인이다. 다만 시간제로 근무할 뿐이다. 그는 예비군의 장점에 대해 "훈련만 받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이나 협동 등을 많이 배울 수 있다"며 "훈련하며 만나는 사람들과는 가족처럼 지내게 되고 사회생활에서도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쁜 와중에 6개월 전부터는 한인 봉사단체 C3 의장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과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라는 한인 후세들을 위한 마음에 열정적으로 C3 활동도 하고 있다. 그는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C3"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꼭 C3가 아니더라도 밴쿠버에 많은 봉사단체가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 우선 즐겁고 자기가 하는만큼 얻어가게 된다. 작지만 뭔가를 함으로써 한인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라며 한인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해군 중위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한인 봉사단체 C3 의장인 차제건씨.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

"1995년 처음 이민 온 이후 SFU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졸업 후 테라디치(Teradici)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컴퓨터가 있으면 대여해서 사용하는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 연결되고 화면과 마우스, 키보드만 있으면 가상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본 직업 외에도 해군 예비군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C3에서도 일하고 있다."

해군 예비군에 대해 설명한다면?

"한국과는 개념이 다르다. 일종의 파트타임 군인이다. 캐나다는 정규군과 예비군이 있다. 계약을 하고 시간이 있을 때 군인으로서 일을 하는 식이다. 기본적으로 가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한 달에 2~3번 정도 저녁이나 휴일에 업무를 한다. 물론 처음에는 1년 반~2년 풀타임으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풀타임 훈련은 이어서 할 수도 있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할 수도 있다. 내 경우 대학 졸업 후 입사하기 전에 해군에서 1년 반 정도 훈련을 마쳤다. 올해로 8년째 하고 있다."

예비군이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

"일단 시민권자 이상이다. 장교의 경우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이 필요하고 사병은 나이 제한만 있다. 18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병이나 장교, 간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보직도 선택할 수 있다. 보통 예비군은 자기가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직업과 관련이 없는 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뽑히면 첫 여름에는 3개월간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 때 법적으로 회사에서 자리를 유지해줘야 한다. 이후에도 훈련을 가게 되면 회사에서 자리를 유지해줘야 한다."

선발되기 어려운가?

"신청서가 뽑히면 간단한 시험을 본다. 영어, 수학 시험을 보고 이후 기초 체력테스트와 배경 확인 절차에 들어간다. 배경 확인이 오래 걸린다. 캐나다에서 10년 이상 살았었도 한국에서 6개월 머물렀다면 한국정부를 통해서도 확인한다. 이 과정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병과는 시험 점수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달라진다. 이후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탈락자가 발생한다. 크게 총 4번의 훈련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한 번의 과정에서 절반 정도가 나가게 된다. 결국 4번이니까 마지막에는 처음 시작 인원의 16분의 1이 남는 것이다."

계급 체계는 어떤가?

"예비군이나 정예군이나 똑같다. 잘하면 승진할 수 있다. 다만 예비군 장군은 예비군에서 올라온 사람을 뽑는다. 그래야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장군급이 되면 어차피 풀타임으로 근무해야 하기 때문에 정예군급이다."

캐나다 예비군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해군 기관장이었다. 이민도 아버지가 여러 나라를 돌아보고 밴쿠버가 좋다고 판단해서 오게 됐다. 아버지가 밴쿠버에 와서 해군 예비군에 들어갔다. 이후 아버지의 권유로 나도 지원하게 됐다."

캐나다 예비군의 장점은 무엇인가?

"많은 한인들이 영어를 배우거나 캐나다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다. 나도 여기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특별히 캐나다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훈련을 가면 1년 반 동안 같이 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정서도 이해가 되고 언어도 자연스러워지게 되는 등 좋은 것을 많이 배웠다. 또 정예군 입대를 고민할 경우 군인이 적성에 맞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급여도 괜찮은 편이다. 정예군의 70~80%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한 번 하면 평생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30~40년 정도 하고 은퇴한다. 해보니 좋으니까 가족들이 다 같이 입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재밌는 커리어다. 훈련만 받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이나 협동 등을 많이 배울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돈을 받으면서 배우는 장점이 있다. 훈련하며 만나는 사람들과는 서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그러면 사회생활에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장을 알아봐주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지낼 수 있다."

예비군에 한인 비율은 얼마나 되나?

"캐나다 예비군이 전체적으로 2만명 정도인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 부대의 경우 1명 더 있다. 150명 중에 나를 포함해 총 2명 있는 것이니까 많지는 않다."

한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예비군을 신청해서 경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 추천하고 싶다. 보통 내가 하는 일과는 다른 훈련들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본업을 하는 것에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C3 활동은 언제부터 한 것인가?

"5년 전 C3 리더십 컨퍼런스에 아는 해군 선배가 멘토로 참석하기로 했는데 못 가게 됐다. 그 선배를 대신해서 참석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C3 이사진을 도와 행사를 진행하다가 6개월 전 의장이 은퇴하면서 내가 의장을 맡게 됐다."

C3를 잘 모르는 한인들을 위해 C3에 대해 설명한다면?

"C3는 10년 전 연아 마틴(Martin·한국명 김연아) 상원의원을 비롯한 한인 2세들이 모여 시작하게 됐다. 한인커뮤니티나 한인 멘토가 없다는 아쉬움으로 인해 시작됐는데 주요 행사로는 아이들을 위한 4박5일 캠프코리아와 20~30대 청년층을 위한 리더십컨퍼런스를 각각 10년, 9년 해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선배들이 기초를 잘 닦아줘서 한인사회에서 많은 신임을 받게 됐다."

C3 의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작년에 30대 초반으로 이사진을 몇 명 뽑았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있는데 세대 교체를 하자는 의견으로 인해 내가 맡게 됐다. 사실 의장 자리에 누가 있어야 단체가 탄탄해보일 수는 있지만 C3는 이사진이 있기 때문에 의장이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다. 의장이라고 해서 독선적인 것도 아니고 전 의장도 계속해서 이사진으로 남는다. 의장을 하게 되면 많은 행사에 참가해야 하고 대표 자격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사진과 봉사자들이 서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10년이 지난 C3가 밴쿠버 한인사회에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처음 이민 온 사람들은 솔직히 생활하기 바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거나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 중 자기가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태어나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사회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한국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하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한국인이라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캐나다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기도 한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 우리의 부모이고 이웃인 어르신들을 위해서 필요하다. 어르신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개인적으로 누구를 찾아가서 베풀기는 힘들다. 그 사람들과 어르신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이 C3라고 생각한다."

C3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우리 부모들이 20~30년 더 잘 살기 위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지금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스밴쿠버에 치매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치매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 사람들은 항상 돌봐줘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 데이케어와 같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하려고 한다. 아직은 리서치 단계다. 막상 하려고 하니 준비할 것도 많고 쉽지는 않다."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본인만의 원동력이 무엇인가?

"뭔가를 할 때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일하면서 굉장히 즐겁다. 내가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서로 의지가 된다는 점이 좋다."

한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C3가 아니더라도 사실 밴쿠버에 많은 봉사단체가 있다. 잘 알아보고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즐겁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 우선 즐겁고 자기가 하는만큼 얻어가게 된다. 반드시 봉사활동을 해서 네트워크를 얻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작지만 서로 뭔가를 함으로써 한인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물론 현재 여유가 없는 분들에게 봉사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 삶의 타이밍이 다 다른 것이니까."

박준형기자 jun@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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