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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뿌리(Broken Roots)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11 00:00

박은숙씨(본지 10월 11일자 A1면 보도)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버려졌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더 기뻐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그녀 스스로도 얼마나 가족의 품을 그리워했을지 미루어 짐작할만했다.

불우한 환경, 거리를 배회하던 박씨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캐나다 가정에 입양됐다. 박씨는 “캐나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부활절과 할로윈 데이에 넘쳐나던 음식과 사탕, 크리스마스에 받은 많은 선물”이라고 했다. 어린 눈에 들어온 물질적 풍요는 한국을 떠나온 두려움조차 잊게 만들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1985년 입양 이후 통역까지 붙여 그녀를 보살피던 양부모와는 3년 정도 살다 헤어졌다.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도 떠올렸다. 결국 또다시 혼자 남겨진 것이다.

박씨는 고등학교를 겨우 마쳤다. 15살의 나이에 학업과 일을 동시에 병행해야 했다. 한창 부모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사춘기 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그런 와중에서도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준 한 친구의 부모님이 베풀어 준 사랑을 특별히 고맙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희미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가족의 얼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 것은 캐나다에서조차도 자신은 이방인이라고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한국말은 거의 잊었지만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버릴 수 없었다. 엉망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리고 25년만에 헤어진 가족들과 상봉했다.

한국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958년 이후 2005년까지 해외에 입양된 어린이의 숫자는 16만여명에 이른다. 캐나다에 입양된 동포만도 1841명이다. 최근 캐나다 이민부가 밝힌 10년간 해외 입양사례 가운데 한국출신은 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한국이지만 아직도 해외로 아이를 수출하는 ‘치욕의 불명예’는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해외입양아 문제도 이제는 인간존엄성 차원에서 보아야 할 시점이다. 해외입양이 표면적으로는 순수한 인도적 선행인지는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할 상처가 되거나 선진 서구사회의 관용과 자비심만 나타내려는 얄팍한 전시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 극히 드문 입양아의 성공사례에 열광하기보다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되고 있는 이들의 지난한 삶에도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어린이가 한국의 따듯한 가정에서 보듬어 키울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제대로 된 여건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미혼모, 결손가정 자녀, 장애아를 국가가 나서서 돌보는 일, 사회 서비스 향상을 위한 첫 단추가 아닐까?

이용욱 기자 lee@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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