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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영어+키오스크’ 앞에서 햄버거 주문하다 울었다

이혜운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7-02 10:43

[아무튼 주말]‘No 노인 존’으로 소문난 유명 패스트푸드점 가보니
서울 마포구 동교동 L7 호텔에 있는 롯데리아. 사람 없이 키오스크만 있고, 영어 안내문밖에 없어 ‘노(No) 노인존’이라 불린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마포구 동교동 L7 호텔에 있는 롯데리아. 사람 없이 키오스크만 있고, 영어 안내문밖에 없어 ‘노(No) 노인존’이라 불린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디스 플로어 이즈 더 퍼스트 플로어(이 층은 1층입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L7호텔. 지하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영어 안내 방송이 나온다. 목적지는 ‘롯데리아’. 그런데 출입문이 보이지 않는다. 한 귀퉁이에서 겨우 찾은 층별 안내판. 1층부터 22층까지 식음료 매장이 소개된 안내판, 이것도 영어다. 겨우 롯데리아 입구를 찾아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난이도 1단계’라면 지금부터는 ‘2단계’다. 은색 바탕에 영어로 된 표지판, 사람 하나 없는 키오스크 매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실상) 노(NO) 노인존’이라며 화제가 된 곳이다. ‘영어+키오스크+무인’ 조합 매장은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워 ‘노인 출입 금지’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눈앞에는 ‘Pick up(픽업)’이라고 적힌 사물함 같은 벽장이, 그 오른쪽 옆에는 ‘Counter(카운터)’ ‘Drink Station(드링크 스테이션)’ ‘Self Service(셀프 서비스)’, ‘Wanted(원티드)’ 등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영어 글자로 써 있다. 카운터에는 흰 가림막이 내려져 있고, ‘잇츠 셀프 오더 타임(직접 주문하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원티드’는 기념품을 파는 코너로, 영어로 ‘달리다(run)’ 등이 적힌 티셔츠가 진열돼 있었다.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지?’ 왼쪽을 보니 주문 기계가 보인다. 제일 유명하다는 ‘홍대 치’s(즈)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음료를 코카콜라 제로로 고르고, 사이드 메뉴는 감자튀김으로 선택했다. ‘뭐 이쯤이야!’ 영수증에는 주문 번호가 인쇄돼 나왔다.

자, 여기부터 ‘3단계’다. 위 전광판에는 주문 번호가 나오는데,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카운터 가림막 밑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직원 호출 시 키오스크 화면 하단의 직원 호출을 눌러주세요’라고 적혀 있지만, 이미 키오스크는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배꼽티와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20대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는 거냐’ 묻기도 민망하다. 이럴 때 생존법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 전광판에 주문 번호가 나오면, 픽업 박스 중 한 칸에 불이 켜진다. 픽업 박스 문에 적힌 메시지는 ‘바코드를 인식해주세요.’ 벽면을 찾아보니 오른쪽에 작게 바코드 인식기가 있다. 여기에 영수증에 있는 바코드를 갖다 대면 몇 번 박스인지가 나오고, 그 박스로 돌아가 문을 두드리면 문이 열리면서 음식이 나온다. 물론 음료는 ‘드링크 스테이션’에 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이렇게 치즈버거, 콜라, 감자튀김을 받아 2층 테이블에 앉으니 벌써 진땀이 난다. ‘아, 나도 이제 노인인가.’ 매장 안에서는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 도자 캣이 부른 ‘스쿱(scoop)’이 흘러나온다.

최근 코로나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무인 키오스크 매장이 많아지면서 사용에 어려움을 표하는 고령층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55세 이상 고령층 중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사람은 45.8%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줄어들어 75세 이상은 13.8%만이 키오스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로 패스트푸드점(53.3%), 카페(45.7%)를 꼽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순으로 많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사용 방법이 헷갈려 우물쭈물하다 뒷사람의 뜨거운 눈초리에 자리를 비킨 건 고령층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능숙하게 다루는 중·장년층도 키오스크 앞에서는 무력하다. 지난해 트위터에는 “엄마가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그러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매장들이 영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네티즌은 “해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K팝이 흘러나오고, 한글이 멋지다며 티셔츠로 만들어 입고 다니는데, 한국 토종 패스트푸드점이라는 곳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영어가 적힌 티셔츠를 굿즈(기념품)라고 판다. 참 황당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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