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문 열린 ‘8분의 공포’··· “아이들 몸 떨면서 울어”

이승규 기자 오재용 기자 s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5-26 13:15

아시아나 비상문 연 30대 긴급체포

승객 194명이 타고 있던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여객기가 운항 도중 한 승객이 비상문을 열어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상문이 열리는 순간 기내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일부 승객은 호흡곤란 증세로 쓰러지기도 했다. 여객기가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약 8분 동안 승객들은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6일 오후 12시 42분쯤 아시아나항공 OZ8124편(A321 기종) 여객기 내에서 왼쪽 큰 날개 바로 뒤 비상문 옆에 앉아 있던 승객 A(33·무직)씨가 갑자기 비상문 레버를 잡아당겨 문을 열었다.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3분 전이었고, 상공 250m 지점이었다. 문이 열리자 강한 바람이 들어왔고, 기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선DB

탑승객 이모(38)씨는 본지 통화에서 “도착 안내 방송이 나간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중간에 위치한 비상구 문이 열렸다. 순간 대형 선풍기를 튼 것처럼 강한 바람과 함께 비행기가 ‘훅’ 하고 수십 미터 밑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객기는 12시 45분쯤 활주로에 착륙했고, 12시 50분쯤 완전히 정지했다. 이날 사고로 총 12명이 호흡곤란과 손 떨림 증세를 보였다. 착륙하자마자 증세가 심한 9명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고, 경미한 3명은 귀가했다.

이날 사고는 비상문 옆에 앉아 있던 A씨가 비상문 레버를 강제로 당기면서 발생했다. 이미 도착 안내 방송이 나간 뒤였기 때문에 승무원 4명은 모두 지정된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가운데 통로가 있고 좌우로 좌석이 3개씩 있는데, A씨는 왼쪽 비상문 옆 좌석에, 승무원은 오른쪽 끝에 앉아 있었다”며 “비상문을 열 수 있는 레버는 문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고, 힘을 주고 당겨야 문이 열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여객기 착륙 직후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키 180㎝에 몸무게 100㎏ 가량 되는 거구(巨軀)인 데다 당시 심리적 불안 증세로 혼자 걷지를 못해 경찰 5~6명이 들어서 경찰차로 옮겼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서 “비상문 고리를 잡아당겼다”고는 진술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안전벨트를 매고 앉은 상태에서 비상문 레버를 당긴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 출신인 A씨는 동행인 없이 혼자 비행기에 탑승했고, 범행 당시 음주 상태이거나 마약 양성 반응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현재는 불안 증세를 호소해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달려온 A씨 어머니는 “줄곧 대구에 있던 A씨가 1년 전쯤 제주도에 가서 여자친구와 함께 살았는데, 최근 이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여객기 안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여객기에 탑승했던 문모(46)씨는 본지 통화에서 “착륙 안내 방송이 나가고 2~3분 후에 갑자기 항공기 내부의 공기가 밖으로 빨려나가서 비행기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며 “문이 열리자 종이가 날아다니고, 강한 바람 영향으로 몸에 강한 압박을 받으면서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착륙 후 비상구 쪽을 보니 비상구를 연 것으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을 승무원과 승객 여러 명이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이모씨는 “승무원들이 다급하게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소리쳤고, 승객들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며 “한 승객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승무원이 다급하게 승객 중에 의료진이 있는지를 물었고, 승객과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하는 제주 초·중등 육상 선수 38명도 탑승 중이었다. 초등학생 3명과 중학생 5명, 코치 1명 등 9명이 심한 호흡곤란과 어지러움, 불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들을 인솔한 제주도육상연맹 관계자는 “아이들이 놀라서 몸을 벌벌 떨며 울고 소리치고 있었다”며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많이 놀랐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다행히 학생들은 오후 4시 30분쯤 안정을 되찾아 퇴원해 울산으로 이동했지만, 학생들이 “돌아갈 때 비행기를 못 타겠다”며 불안을 호소해 선수단 전원이 심리 치료를 받았다.

비상문이 열린 채 활주로에 도착한 여객기 모습은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열려 있는 비상문 경첩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고, 비상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펼쳐치는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가 바람에 찢겨 날아가 있었다.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는 에어백처럼 비상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미끄럼틀처럼 펼쳐지도록 돼 있다.

다만 기내 천장에서 떨어지는 산소마스크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산소마스크는 여객기 안과 밖의 기압 차로 인해 승객들의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 되면 자동으로 내려오게 돼 있는데, 이날 사고는 기압 차가 크지 않은 높이에서 벌어져 마스크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개문 착륙’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기내 상황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된 가운데, 영상 속 ‘빨간바지 승객’이 화제다. 이 승객은 출입문을 강제로 연 범인을 제압하려는 승무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27일 여러...
아시아나 비상문 연 30대 긴급체포
승객 194명이 타고 있던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여객기가 운항 도중 한 승객이 비상문을 열어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상문이 열리는 순간 기내에선 비명이 터져 나오고 일부...
수임료 최대 3배… 고객 유치 치열 중대형 로펌, 마약 전담센터 신설
최근 마약 사범이 급증하면서 ‘마약 사건 전문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음주 운전, 폭행 등 일반 형사 사건보다 마약 사건의 수임료가 최대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일부 변호사들은 마약 사건 전문으로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미쓰비시중공업 피해 5명과 체결 약정 근거로 판결금 요구 가능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돕는 시민 단체가 징용 피해자들과 ‘일본 기업들에서 어떤 형태로든 돈을 받을 경우, 20%는 단체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11년 전에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피해자 유족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해...
박지만·노재헌·김현철·김홍업 지난 2월에 이어 ‘두번째 회동’
전직 대통령 아들 네 명이 지난 10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65) EG 회장,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삼풍 참사 유족 정광진 변호사 별세
“그 일을 당한 뒤 우리 내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이 세상이 아주 끝나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정윤경 추모 문집에 쓴 아버지 정광진의 글)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여중생이 가족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피해자의 아버지에 대해 구금 조치를 취했다.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여중생의 아버지인 40대 A씨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상 임시조치 7호를 적용했고 법원은...
3만5000여명 관객들의 응원봉 불빛을 활용해 공연장 전체를 무대처럼 연출한 조용필의 단독 공연. 최근 BTS 등 아이돌 공연에서만 볼 수 있던 연출 방식이다. /YPC어느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타마라 모휘니 캐나다 대사(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한국시각)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국에 새로 부임한...
재외동포청 초대 청장에 심윤조(69) 전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재외동포청은 750만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으로, 외교부 산하에 신설되는 첫 청(廳)급...
재외동포청 소재지 발표··· 인천과 서울에 ‘이원 설치’ 결론
다음 달 공식 출범하는 재외동포청 본청이 인천에 들어설 예정이다. 재외동포청의 통합민원실은 서울 광화문에 자리 잡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외교부는 8일 “오는 6월 5일 신설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남동...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고 말했다./유튜브 채널 '이동형TV'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위믹스’를...
선거법 개정안 소급 적용 추진
민주당 일부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기 13일 전인 작년 8월 26일 이 대표 기소의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개정안에는 부칙에 이미 기소된 사람...
유통량 적어 주가조작 쉬워
지난 24일 대성홀딩스·서울가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종목 주가가 하한가(30% 하락)로 마감했다. 이른바 ‘SG발 주가 폭락 사태’의 시작이었다. 모두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창구에서 대량 매도 주문이 나왔기...
세관 신고품 있을 때만 입국 때 작성·제출
7월부턴 신고 휴대품 관세도 모바일로 납부
다음 달 1일부터 우리나라로 입국할 때 세관 신고 물품이 없는 여행자는 ‘휴대품 신고서’를 내지 않고 별도로 마련된 ‘세관 신고 없음’ 통로로 들어오면 된다. 면세 범위 초과 물품이...
코로나 잦아들자··· 외국인 환자 진료차 韓 방문 늘어
“한국 방문 캐나다 환자, 2021년 대비 102% 증가”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진료차 한국을 찾는 외국 국적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24만8110명으로, 전년...
2019년 인천~런던 직항 노선으로 7박 8일 영국 여행을 갔다 온 이모(34)씨는 올해 다시 영국행 비행기표를 끊으려다 깜짝 놀랐다. 2019년 당시 여행 3개월 전에 구매한 왕복 항공권은 95만3100원(세금과 유류할증료 포함)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인데도 올해는...
[아무튼, 주말] 2030 사이에 핫하다는 ‘거지방’을 아시나요?
그래픽=송윤혜#1. A: “모닝커피 -1500원” B: “모닝커피 말고 모닝워터 하세요.” A: “카페인이 없으면 출근을 못 해요. ㅜㅜ” B: “한 번 드시지 말아보세요. 출근하는지 못 하는지. 커피는 사치예요!”#2. A: “편지지+볼펜 3자루 -7200원” B: “제정신 아니시네요.”...
개그맨 출신 사업가 서세원 씨가 20일(현지 시각) 오전 11시쯤 캄보디아에 있는 한 병원에서 6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씨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한 한인병원에서...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