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戰友들 잠든 북한산, 승전 기념비 하나 없다니요”

강다은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06-24 17:05

[6·25 전쟁 71년… 대한민국을 지키려 싸운 영웅들] 이동식 예비역 대령이 전한 그날들
6.25전쟁에 참전했던 이동식(95)웅이 24일 오후 충남 천안의 자택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으며 본인의 저서 ‘95세 노병의 6.25 참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6.25전쟁에 참전했던 이동식(95)웅이 24일 오후 충남 천안의 자택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으며 본인의 저서 ‘95세 노병의 6.25 참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이듬해 6·25 전쟁이 터졌다. 소대장으로 참전(參戰)해 1950년 6월부터 전장을 누비는 틈틈이 주머니 속 작은 포켓 수첩에 ‘진중일기’를 빼곡히 적었다. 전쟁 4년 차였던 1953년에는 대대장으로 전장을 누비다 정전(停戰)을 맞았다.

올해 95세가 된 노병(老兵)은 ‘참전 수기를 내시라’는 주위의 권유를 70년 가까이 물리치다, 지난해에야 마침내 수기집을 냈다. 고령에도 주위 도움 없이 혼자 컴퓨터 한글 자판 두드리며 300페이지 가까운 책을 써내려 갔다. 수기집 제목은 ’95세 노병의 6·25 참전기'.

6·25전쟁 71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충남 천안시 자택에서 만난 이동식(95) 예비역 대령은 “별의별 것을 다 기념하고 행사를 하면서 정작 승전(勝戰) 기록이나 호국 영령을 기리는 기념비는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알려 교훈을 주고, 나와 전선을 누비다 희생당한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더는 늦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의 수첩엔 전쟁이 시작된 1950년 6월부터, 중공군이 쏜 탄환에 중상(重傷)을 입기 전인 1951년 4월까지 10개월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겼다. 매일 전투를 마치고 오면 당일 전투 내용과 특징을 기록했다. 이 전 대령은 “사실 그대로를 전부 남기고 싶어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수첩에 잠을 줄여가며 쓴 것”이라고 했다.

진중일기엔 소대장 시절, 황해도에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황소를 타고 신계 전투 지휘를 했던 일화도 담겼다. 그는 “총성에 놀라 흥분한 황소 고삐를 잔뜩 움켜쥐고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지휘를 했다”고 했다. 1950년 9월 영천 전투에서 승리한 뒤 대대 작전장교에게 자리를 양보했는데 불과 2~3초 뒤 적군 탄환이 날아와 작전장교가 즉사한 일화도 담겼다. 그는 “죽을 자리를 내준 것 같았다”는 비통한 심경을 남겼다.

그는 지금도 북한산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70년 전인 1951년 3월 20일의 전투가 아직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그는 1·4후퇴 이후 반격에 나서 북한산 716고지를 인민군으로부터 탈환했다. 하지만 고지대에 있던 적(敵)과 맞서 싸우다 12명의 전우를 잃었다. 그는 “북한산을 올려다보면 그곳에서 희생된 전우들이 생각나 죄책감이 든다”며 “전쟁 때 얻은 총상 흉터는 이제 옅어져 보이지 않게 됐지만 당시 기억만큼은 또렷하다”고 했다.

육사 8기로 임관한 그는 6·25전쟁에서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을 역임하며 전투를 지휘했다. 문산, 북한산, 파주 전투 등에 참전했고 정전 후에는 보병 제17연대장, 육군대학 교수단장, 국방부 총무과장 등을 지내다 1969년 대령으로 자원 예편했다. 이 전 대령의 셋째 아들도 그를 따라 장교의 길을 걸었다. 아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서울대 치대와 육군사관학교 소집일이 겹쳤는데, 그는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는 아들을 ‘차로 태워다주겠다’고 하면서 슬쩍 육사 정문 앞에 내려줬다고 한다. 결국 아들은 육사에 진학했고, 준장으로 예편했다. 아들인 이의성 예비역 준장은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의 6·25전쟁 당시 경험담을 들으며 자랐다”며 “아버지는 멋있고 자랑스러운 내 롤모델이셨다”고 했다.

95세의 노병은 “안보를 늘 제1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 퍼주기'에 정신 없는 우리나라를 보며 국격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우리 전우들이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경제가 중요해도 안보가 늘 우선이 돼야 합니다. 후손들에게 해주고픈 말입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세월호 생존자 겸 목함지뢰 용사
박준호씨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2014년 세월호 생존자이자 2015년 목함지뢰 용사인 박준호씨가 경기도 동탄의 체육공원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세월호와 목함지뢰는 모두 어딘가 고장난 한국의 현실을 상징한다. 그 옆의...
조국혁신당 12석 전망··· 민심, 尹정부·여당 엄중한 심판
▲야권의 압승에 웃음짓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침울한 국민의 힘 한동훈 비대위원장.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유권자 197만명 중 9만명 투표··· 실제 투표율은 4.7%에 불과
▲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 우편 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재외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115국 220개 재외투표소에서 들어온...
6개월 체류해야 ‘피부양자’ 자격
정부 “건보 年 121억 절감 가능”
70대 중국인 A씨는 2020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입국 직후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국내 병원에서 64건을 진료받았다....
2000만 직장인 월급통장 피라미드 봤더니
억대 연봉 받는 직장인 132만명 역대 최대
[왕개미연구소]
“코스트코 계산대에서 과일과 야채, 고기가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돈을 얼마나 벌어야 저렇게 맘껏 장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고독의 미래 연표로 본 한국의 미래
2040년 홀몸노인 402만가구 돌파
[왕개미연구소]
“화려한 골드미스였는데 나이 오십 넘으니까 독거노인이 되네요. 노년에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걱정돼서 돈도 더 아끼면서 살게 됩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혼자 살다가 아프면...
[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여성의 날, 최인아가 말하는
’일터에서 프로가 되는 법’
▲최인아씨는 1984년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에 입사해 ‘여성 최초’ 기록을 여러 번 세우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최인아 책방에서 만난 그는 “나도 한때 ‘미스 최’로 불리며 부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95세로 별세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이진한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10억원을 받은 불교 경전 필사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KBS국내 고미술품 가치를 분석하는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감정가 약 10억원의...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각축장 된 대한민국
▲이 중 승자는 누구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1호점.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숭례문 SG타워 1층. 건물에는 국내 1위...
직장인 평균은 4214만원. 상위 0.1%는 9억8800만원
월급생활자 상위 0.1%의 평균 연봉이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중 상위 0.1% 구간에 속한...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해외에서 살며 연락을 끊더니 아버지의 암 투병에도 감감무소식인 장남과 장녀. 아버지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병간호까지 하고 있는 차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게 법적으로...
▲홍정욱 전 의원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너는 민족과 인류에 기여하는 참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다./조선일보 DB원로...
1년 7개월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벌인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사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최 전 의원을 체포했다고 3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범 잡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23일 서울 강남구의 영화사 페이지원필름에서 영화 ‘시민 덕희’의 모티브가 된 주인공 김성자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동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 하면 저부터 먼저 찾는다. 그때마다 대처법을 알려주지만 돈을 되찾긴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5일 새벽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12대가 서울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국방홍보원한밤중 서울 도심에 장갑차 12대가 진입했다. 장갑차 행렬이 한강 다리를 건너 도심을 지나자 일부 시민들이 한때 “전쟁난 줄 알았다”며 소동을 벌였다.27일 육군에 따르면...
▲배우 김수미, 서효림./조선DB식품 회사를 운영 중인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씨가 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22일 경찰에 따르면 김치·게장 등 가공식품 판매...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이소연씨
“엄마가 중국 가서 돈 많이 벌어 올게. 두 밤 자고 올게.” 탈북민 이소연(49)씨는 2008년 매달리는 6살 아들을 다독이고 북·중 국경을 넘었다. 그날이 아들을 본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행에 성공한 이씨는 2018년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국내 첫 발생 후 4년··· 마음 못 놔
그래픽=이철원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일로 4년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7개 표본 의료기관에서 집계하는 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주 연속 5000명대를 기록했다. 12월 3주...
"언제 어디서나 통화료 부담 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도 별도의 국제통화료 부담없이 카카오톡 채팅 서비스를 통해 민원 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