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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간 조용한 내조 ‘맹순이’··· 손명순 여사, YS 곁으로

김승재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3-07 10:20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95세로 별세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이진한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여사가 7일 오후 5시 39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대통령은 9년 전인 2015년 11월 22일 서거했다.

손 여사는 경남 김해 출신으로 마산여중과 마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 시절인 1951년 서울대 철학과 3학년인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당시 이화여대에는 금혼 학칙이 있었지만, 손 여사는 결혼 사실을 비밀로 하고 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손 여사는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한 김 전 대통령을 내조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 65년 동안 부부의 연을 이어오며 고락을 함께했다.

손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한 대통령 부인으로 평가받는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이나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고,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 신군부에 대한 항의로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일 때에는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알렸다. 야당 시절 손 여사는 손님 대접을 위해 하루에 한 말씩 밥을 했고, 당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을 찾아간 사람들은 언제든 거제산 멸치에 된장을 푼 시래깃국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1993~1998년 대통령 부인 시절에는 참모 아내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앴고, 입는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를 일을 만들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를 두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맹순이’라고 불렀다.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回婚式) 행사에서 “그동안 참으로 고마웠소. 맹순이가 예쁘고 좋아서 60년을 살았지”라며 손 여사 볼에 입을 맞췄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에 대해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남편인 저를 높여줬다. 화를 잘 내는 저에게 언제나 져줬고,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2가지 있다”며 “군사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해 낸 일과 60년 전 아내와 결혼한 일”이라고 했다.

손 여사는 2015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상도동 사저에서 계속 살았다. 2022년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상도동 사저를 찾아 손 여사를 비공개로 예방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여사님께서는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 신문 독자투고란까지 챙겨 읽으시며 김영삼 대통령님께 민심을 전하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해주셨다”며 “우리 국민 모두 여사님의 삶을 고맙고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김 전 대통령님과 그 옆에서 함께 헌신해오신 손 여사님을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손 여사와 김 전 대통령께서 함께 맨땅에서 일궈낸 후, 후대에 물려주신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본다”며 “생전 손 여사께서 보여주셨던 헌신, 따스함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딸 혜영, 혜경, 혜숙씨, 아들 은철, 현철(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현철씨 아들 김인규(35)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4·10 총선 부산 서·동구 경선 후보다.

지난 1998년 7월 31일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전·현직 대통령 부부 만찬에 참석한 손명순 이순자 이희호 김옥숙 여사(왼쪽부터)가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민이 원한 바람직한 '영부인상'은 나서지 않는 전통적 현모양처형이었지만, 당시에도 이순자 여사와 이희호 여사 등은 참여형 활동가형 영부인으로 찬반이 많았다. /조선DB
지난 1998년 7월 31일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전·현직 대통령 부부 만찬에 참석한 손명순 이순자 이희호 김옥숙 여사(왼쪽부터)가 만찬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국민이 원한 바람직한 '영부인상'은 나서지 않는 전통적 현모양처형이었지만, 당시에도 이순자 여사와 이희호 여사 등은 참여형 활동가형 영부인으로 찬반이 많았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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