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韓, 외국인 ‘건보 무임승차’ 이제 못한다

안준용·정해민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4-02 08:18

6개월 체류해야 ‘피부양자’ 자격
정부 “건보 年 121억 절감 가능”



70대 중국인 A씨는 2020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입국 직후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국내 병원에서 64건을 진료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이 A씨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은 약 5000만원이었다. 그는 입국한 지 1년 만인 2021년 7월 모든 치료를 끝내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베트남 국적인 50대 B씨도 2020년 한국에 들어와 사위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간질환 등 지병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1년간 건보공단 부담액은 총 9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피부양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 이른바‘건보 외국인 무임승차자’다. 입국 직후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뒤 국내 병원에서 ‘단기 집중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식이다. 외국인도 건보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만 되면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건보에 가입해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3일부터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재외 국민은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이런 내용으로 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무임승차’ 문턱은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6개월 미만 단기 거주 외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되면서, 건보 혜택을 받는 외국인 수가 연간 약 1만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년에 건강보험 재정 약 121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국내 기업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 가입자의 부모, 형제, 대학생 자녀 등은 입국 후 6개월간 피부양자 등재가 불가능해진다. 다만 직장 가입자의 배우자와 19세 미만 자녀 또는 결혼 이민, 영주, 유학 등 체류 자격이 있는 경우엔 외국인이라도 종전처럼 국내 입국 즉시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 주재원 가족을 위한 조치다.

종전엔 내국인 직장 가입자의 외국인 장인·장모도 국내 입국 후 바로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외국인 장인·장모를 국내로 데려와 치료만 받게 하고 돌려보내는 사례가 적잖았다. 그런데 3일부터는 이들도 6개월 체류 뒤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약 146만명으로, 중국 국적 가입자가 70만명가량(48%) 된다. 이어 베트남(15만명), 우즈베키스탄(7만명), 네팔(5만명) 순이다. 가입 유형으로는 지역 가입자(46%)가 가장 많고, 직장 가입자(41%),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13%)순이다.

이 가운데 지역 가입자는 종전에도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반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피부양자는 입국 즉시 건보에 가입해 혜택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이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리려면 직장 가입자와 맺은 관계, 소득·재산 기준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전체 외국인 건보 가입자의 재정 수지는 2022년에도 5560억원 흑자를 기록하는 등 매년 흑자다. 외국인이 건보료로 낸 돈보다 보험 급여를 적게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2022년 22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개정 건강보험법 시행으로 ‘건보 외국인 무임승차’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6개월 체류’ 조건만으로 원천 차단하긴 어렵다. 법이 시행되기 전인 4월 2일 이전에 입국해 건보에 가입한 외국인은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라며 “한국에 온 주재원·외교관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해 일반적인 외국인 가입자 대다수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안준용·정해민 기자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세월호 생존자 겸 목함지뢰 용사
박준호씨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2014년 세월호 생존자이자 2015년 목함지뢰 용사인 박준호씨가 경기도 동탄의 체육공원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세월호와 목함지뢰는 모두 어딘가 고장난 한국의 현실을 상징한다. 그 옆의...
조국혁신당 12석 전망··· 민심, 尹정부·여당 엄중한 심판
▲야권의 압승에 웃음짓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침울한 국민의 힘 한동훈 비대위원장.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유권자 197만명 중 9만명 투표··· 실제 투표율은 4.7%에 불과
▲3일 인천국제공항 국제 우편 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국내로 들어온 재외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115국 220개 재외투표소에서 들어온...
6개월 체류해야 ‘피부양자’ 자격
정부 “건보 年 121억 절감 가능”
70대 중국인 A씨는 2020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입국 직후 한국에 사는 가족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국내 병원에서 64건을 진료받았다....
2000만 직장인 월급통장 피라미드 봤더니
억대 연봉 받는 직장인 132만명 역대 최대
[왕개미연구소]
“코스트코 계산대에서 과일과 야채, 고기가 가득 담긴 쇼핑카트를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돈을 얼마나 벌어야 저렇게 맘껏 장을 볼 수 있을까요?” “요즘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을 보면...
고독의 미래 연표로 본 한국의 미래
2040년 홀몸노인 402만가구 돌파
[왕개미연구소]
“화려한 골드미스였는데 나이 오십 넘으니까 독거노인이 되네요. 노년에 챙겨줄 사람도 없는데 걱정돼서 돈도 더 아끼면서 살게 됩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혼자 살다가 아프면...
[아무튼, 주말]
[김아진 기자의 밀당]
여성의 날, 최인아가 말하는
’일터에서 프로가 되는 법’
▲최인아씨는 1984년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에 입사해 ‘여성 최초’ 기록을 여러 번 세우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최인아 책방에서 만난 그는 “나도 한때 ‘미스 최’로 불리며 부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95세로 별세
▲김영삼 전 대통령 결혼 60주년 기념식이 김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2011년 3월 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렸다./이진한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진품명품에서 감정가 10억원을 받은 불교 경전 필사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KBS국내 고미술품 가치를 분석하는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TV쇼 진품명품’에 감정가 약 10억원의...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 각축장 된 대한민국
▲이 중 승자는 누구일까.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캐나다 국민 커피 '팀홀튼' 1호점.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1.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숭례문 SG타워 1층. 건물에는 국내 1위...
직장인 평균은 4214만원. 상위 0.1%는 9억8800만원
월급생활자 상위 0.1%의 평균 연봉이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9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근로소득자 중 상위 0.1% 구간에 속한...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지 않고 해외에서 살며 연락을 끊더니 아버지의 암 투병에도 감감무소식인 장남과 장녀. 아버지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을 하며 자신의 병간호까지 하고 있는 차녀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이게 법적으로...
▲홍정욱 전 의원의 아버지인 영화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너는 민족과 인류에 기여하는 참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한다./조선일보 DB원로...
1년 7개월간 해외에서 도피 행각을 벌인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사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입국한 최 전 의원을 체포했다고 31일 밝혔다....
보이스피싱범 잡는 영화 ‘시민 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씨
23일 서울 강남구의 영화사 페이지원필름에서 영화 ‘시민 덕희’의 모티브가 된 주인공 김성자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이제 동네에서 보이스피싱 당했다 하면 저부터 먼저 찾는다. 그때마다 대처법을 알려주지만 돈을 되찾긴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5일 새벽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12대가 서울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국방홍보원한밤중 서울 도심에 장갑차 12대가 진입했다. 장갑차 행렬이 한강 다리를 건너 도심을 지나자 일부 시민들이 한때 “전쟁난 줄 알았다”며 소동을 벌였다.27일 육군에 따르면...
▲배우 김수미, 서효림./조선DB식품 회사를 운영 중인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씨가 회사로부터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22일 경찰에 따르면 김치·게장 등 가공식품 판매...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 이소연씨
“엄마가 중국 가서 돈 많이 벌어 올게. 두 밤 자고 올게.” 탈북민 이소연(49)씨는 2008년 매달리는 6살 아들을 다독이고 북·중 국경을 넘었다. 그날이 아들을 본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행에 성공한 이씨는 2018년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국내 첫 발생 후 4년··· 마음 못 놔
그래픽=이철원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20일로 4년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7개 표본 의료기관에서 집계하는 주간 코로나 확진자 수는 3주 연속 5000명대를 기록했다. 12월 3주...
"언제 어디서나 통화료 부담 없이"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도 별도의 국제통화료 부담없이 카카오톡 채팅 서비스를 통해 민원 상담을 할 수 있게 됐다.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이...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