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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한 교민 수용 반대··· 일방적 결정"

밴조선에디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0-01-29 08:37

'트랙터·지게차로 도로 봉쇄' 아산·진천 주민들
정부, 중국 우한 교민 700명 아산·진천에 격리 방침
시민들, 트랙터·지게차·경운기로 도로 봉쇄
"수용 결사 반대, 상의 한마디 없어… 재검토하라"
시장·군의회 등 지역 정치권도 ‘반발’

"병에 죽나. 지금 죽나 마찬가지여, 못 오게 꼭 막을거여"

29일 오후 1시 20분쯤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 사거리. 초록색의 대형 트랙터 두 대와 지게차 한 대, 트럭 한 대 등이 정문 앞 외길을 가로막았다. 트랙터에서 내린 A씨는 "아산이 시위 안해서 이쪽으로 온 거냐"라고 외쳤다. 뒤로는 초사동 등 주변에서 온 주민 100여 명이 함께했다. 시간이 흐르자 트랙터들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현재 총 9대의 트랙터가 도로와 출입구를 막아섰다.

주민들은 "30일과 31일 들어온다고 하는데, 끝까지 여기서 막아설 것"이라며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주민과 상의 한마디 없이 (교민 등을) 데려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아산에 수용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 체류 중인 유학생 등 우리 국민 700여명을 전세기로 국내 송환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하기로 하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 트랙터·지게차 동원 입구 봉쇄… "격리 수용 결사 반대"
이날 아침부터 아산과 진천이 우한 교민 격리 수용지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항의하는 일부 주민이 경찰인재개발원 앞으로 속속 도착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부터 트랙터 등을 동원해 경찰인재개발원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집회를 시작했다. 현장에는 9대의 트랙터와 경운기 2대, 트럭 1대, 지게차 1대가 동원됐다. 장비들이 잇따라 투입되자, 경찰은 장비들이 더이상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주민들은 트랙터를 치워달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시위를 강행했다. 한 주민이 "길을 싹 다 막아버리자"라고 외치자, 추가로 준비돼있던 장비들이 움직이며 일사분란하게 도로 곳곳을 막아섰다. 주민들은 추가 장비를 투입해서라도 경찰인재개발원 입구를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날 오전 아산경찰서에 집회신고도 접수했다.

집회에 참석한 박정식씨는 "바로 앞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노인분들이 폐렴이라도 걸릴까 봐 걱정된다"며 "시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한 뒤 (수용을) 결정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했다.

초사동 주민 이성옥(38)씨는 "경찰인재개발원과 초등학교가 가까워 아이들이 가장 먼저 걱정된다"며 "초사동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 아프면 천안에 갈만큼 아산은 천안에 비해 의료시설이 취약한 곳이다. 천안에서 마다한다고 해서 아산으로 보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했다.

29일 ‘우한 폐렴’ 관련 우한 교민 격리 시설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 사거리를 트랙터로 막아 서고 있다. /민서연 기자
29일 ‘우한 폐렴’ 관련 우한 교민 격리 시설이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 사거리를 트랙터로 막아 서고 있다. /민서연 기자

정부는 30일~31일 전세기를 띄워 우한지역 교민 약 700명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시킨 뒤, 곧바로 아산과 진천으로 이동해 격리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포공항에서도 일반 공항 이용객의 전염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통로로 분리해 들어올 방침이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인사혁신처 산하로 주로 국가직 공무원을, 경찰인재개발원은 경찰 간부후보생과 승진자를 각각 교육하는 공무원 전용 교육시설이다. 외부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정부는 당초 전날 천안시 동남구 우정공무원교육원과 목천읍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2곳을 교민들의 임시수용시설로 정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천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보류하고 다른 시설을 물색했다.

◇ 아산·진천 정치권도 반발… "천안 반발하니 옮겨… 독단적 조치 재검토해야"
지역 정치권도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국가적인 위기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아산시민의 안전대책이 먼저 해결돼야 하고 (결정을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도 있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아산시의원들도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아산시의회는 "격리 수용지역으로 설치하기로 했던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아산으로 변경된 것은 합리적 판단이 아닌 힘의 논리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아무런 협의 없이 중앙부처의 독단적이고 일반적인 수용 지역 선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긴급의료시설이 설치되어 응급상황 발생시 대처라기 쉬운곳으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덧붙였다.

진천군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우한 교민을 격리 수용하기에 부적절한 입지라고 주장했다. 진천군은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일대에 조성된 충북 혁신도시는 11개 공공기관뿐 아니라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2만 6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총 10개의 교육시설이 있어,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하면 혁신도시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우한 교민을 수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충남)천안에서 반발하니까 진천으로 변경하면 주민들이 선뜻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천군의회도 "정부가 주거 밀집지역인 덕산읍 충북혁신도시에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 방침을 결정한 것은 진천·음성은 물론 충북도민을 무시한 결정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오후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오후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혁신도시 내 학부모회, 어린이집 연합회, 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어린이집 연합회도 잇따라 기자회견을 통해 격리시설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혁신도시 내 10세 미만 아동 비율이 15%로, 전국 평균 8%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의료시설도 없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혁신도시에 고위험군을 격리 수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진천·음성·증평) 의원도 "정부가 현지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격리 시설을 결정하려 한다"며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격리 시설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 할 것으로 알려진 29일, 아산 주민들이 농기계로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 이윤정 기자
  • 아산=이상빈 기자
  • 아산=민서연 기자

  •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9/2020012902114.html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9/2020012902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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