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영원을 꿈꾸며 신이 되고 싶었던
삼천 년이나 늙은 왕이
유리 상자 안에 누워 살아있는 자들을 맞이한다
불꽃 사막에 우뚝 서 있는 피라미드
왕가의 계곡은 이글거리는 더위에도
죽은 자에 쏠리는 사람들의 놀이터이다
홀로 찍은 사진 속엔 몰래 뛰어든
이집션 아이들의 미소가 유령처럼 나타나고
폴리스 바를 외치는 가이드 앞에
한마디 못 하고 서글피 돌아서는 이집션 마부가 있어
허영처럼 마차에 앉아 있던 나는 얼굴을 파묻는다
나일강에 기도하듯 손을 담그자
이곳에 다시 올 거라 말하는 뱃사공은 *인샤알라를 읊조린다
여름 울타리 안에서 죽은 자와 함께
신의 뜻대로 삶의 계절을 살고 있었다
그들이 모르는 온 계절의 호사를 누리면서
춥다 덥다 탓하던 이 여행자를
나무라듯 물결이 손등을 때리고
신의 정령 물새 한 마리 하늘로 치솟는다.
*인샤알라:이슬람어로 신이 원하면, 즉 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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